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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형 인간의 농담》 낸 펭수 작가 염문경

모순투성이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

글·사진 : 서경리 기자

불편하지 않은 솔직함. 남극에서 온 열 살짜리 펭귄, 펭수를 사랑하는 이들이 입 모아 하는 말이다.
직설적이고 돌발적인 그의 말과 행동에는 교과서적인, 사회가 가르친 틀에 박힌 바른 생각 따윈 없다.
사이다처럼 통쾌한 그의 말에 우리는 함께 웃고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다. 귀여운 외모에 그렇지 못한 언행, 반전매력 펭수의 세계관을 만든 〈자이언트 펭TV〉의 작가 염문경이 최근 에세이 《내향형 인간의 농담》을 펴냈다.
그가 던지는 ‘농담’은 펭수처럼 솔직하고 유쾌하나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묵직하다.
〈자이언트 펭TV〉를 기획한 작가이자 다수의 연극과 영화에 출연한 배우, 영화 〈백야〉 등을 만든 감독.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다목적 프리랜서”로 살아온 염문경 작가는 ‘펭수 작가’로 알려지기 전까지 오랜 무명의 시간을 보냈다. “그럴 듯한 대학을 졸업해 전혀 그럴듯하지 못한 바닥”을 기며 “오랫동안 공들여온 일보다 뜻밖에 찾아온 행운이 더 강력하다는 삶의 아이러니”를 목도하고, 타인의 무례에는 유쾌한 농담으로 거리를 두며, 이 시대 여성이 겪는 불합리에 목소리를 높이며 살아왔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에세이 《내향형 인간의 농담》으로 엮었다.


“이토록 뜨거운 내향형 인간인 내겐 그래서 농담이 필요하다. 좋은 농담은 대체로 자기 객관화와 거리두기를 연습시켜주니까…(중략)…내향형 인간에게 농담이란, 세상과 자기 자신 사이에 두는 안전지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 《내향형 인간의 농담》 중


젠더나 미투 등 사회 이슈부터 직업인으로서의 고민까지,
농담을 표방했지만 결코 농담처럼 가볍지는 않아요. 오히려 농 깊은 진담이죠.


“펭수 작가의 가벼운 조크로 보고 책을 읽다 보면 ‘어이쿠’ 하고 놀라는 지점이 있어요. 이 책은 ‘사회적 모순에서 일어나는 아이러니’에서 출발했어요. 글이기에 말보다 거리감을 한 꺼풀 거둬내고, 본질적인 이야기를 쓸 수 있었죠. ‘농담’이라 쓰고 좀 더 가볍게 소통하고 싶었어요. ‘내향형 인간의 분노’라고 하면 너무 거대하잖아요. 화력이 조금 약하더라도 아직은 ‘농담’으로 치환한 언어로 소통하고 싶어요. 이게 저의 화법이자 창작자로서 가져가는 결이에요.”


출판사에서 제안한 원제는 ‘아무도 불편하지 않는 농담’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펭TV〉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할 텐데요.


“지금의 제 생각이 〈펭TV〉에 담긴 것 같아요. 나는 나로서 말한다. 사람들이 펭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할 말 다 하는, 직설적이고 단호한 성격, 시원함에 있어요. 그게 권력을 가진 이가 아니라 고작 열 살짜리 펭귄이 그러니까 무례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실은 나도 그러고 싶어’라는 통쾌함이 있죠. 그런 친구가 때론 엄마를 그리워하고,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는 모습에 나를 투영하며 현실적으로 와 닿는 위로를 받아요. 실수가 많아도 그만큼 크게 사랑받는, 펭수의 세계관을 만들어줬다는 데 뿌듯함을 느껴요.”


자신을 “내면에 불꽃같은 화력을 지닌 뜨거운 내향형”이라 소개했어요.
배우로, 영화감독으로, 기획 작가로 지내며 이 사회에서 내향형 인간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려운 자리에서 공백을 메우려고 말을 많이 했어요. 어색함을 못 견디니까. 최대한 멀쩡하게 존재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았죠. 지금도 누가 열심히 하는 걸 보면 예전의 나 같아서 마음이 쓰여요. 배우로 일하며 만난 사람 중에 자기 주관이 서 있는 사람들은 타인에 굳이 맞추지 않아도 오히려 단단하고 멋져 보였어요. 문득 ‘그래, 나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나도 모르는 사이 사회적 가면을 써서라도 배려하고 소통해온 사람이야’를 인정하고 나니까 오히려 그게 자연스러운 저 자신으로 받아들여졌어요.”



책에는 연극계에 만연한 성폭력과 추행의 경험들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어요.
실제 경험을 글로 옮겨 적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겠습니다.


“저에게 ‘여성’이라는 당사자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들이에요. 힘들었던 시기의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동료 여성들, 이제 갓 사회에 발을 내딛어 부딪히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어떤 직종, 어떤 영역에 있든 나이와 지위, 성별에서 약자로 살아가며 비슷한 기분을 느꼈을 거예요. 어느 누가 항상 대항하고, 펭수처럼 말할 수 있겠어요. 조금씩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해왔던 시간들이 누구에게나 있었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 자신을 학대하는 시간을 길게 갖지 않길 바라요.”


창작자로서 어떤 작업을 이어가고 싶은가요.

“인생에서 개인이 어떤 고충을 겪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이해의 여지를 가질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서로에게 분노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면 행복할까에 대해 이야기하는 창작자이고 싶어요.”


좀 더 단단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라면.

“‘생각보다 그건 네 탓이 아니야’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일을 하다 보면 나의 부족한 면을 먼저 찾게 돼요. 을의 입장이거나, 일로 지적받다 보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니까 자꾸 고치려 하죠. 그건 지적하는 사람의 취향이 나와 다를 뿐이에요. 나의 방식을 가지고 누군가 왈가불가할 때, 자책하면서 고통스러워하며 바꾸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나를 아껴주세요. 결점을 고치고 싶다면 내 스스로가 결점이라 느꼈을 때 고치면 돼요. 펭수처럼 다른 사람들 말 귀담아듣지 않고 사는 게 자신을 지키는 길입니다.”

그는 자신을 “프로 고민러”라고 말했다.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이려면 고민과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내향형 인간 염문경이 뜨겁게 살아가는 방식이다.
  •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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