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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의 조건》 펴낸 임홍택 작가

관종의 시대, 관심자본의 힘!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부캐의 시대다. 2018년 《90년생이 온다》로 세대론에 한 획을 그은 임홍택 작가. 작가는 그의 부캐다. 본캐는 ‘전빨련’ 회장이다. 전빨련은 전국빨간차연합회의 줄임말. 같은 색상의 차를 가진 드라이버들이 함께 모여 운전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모임이다. 여기에 거창하거나 상업적인 의도는 없었다. 보는 이들의 생각은 다른지, 무채색이 아닌 차를 탄다는 이유로 원하지 않는 참견을 많이도 받았다.

“사회 초년생 때 영업일을 하면서 빨간색 프라이드를 탔었어요. 그때 별 이야기를 다 들었죠. ‘중고차 가격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걱정부터 ‘여자들이 타는 차’라는 지적까지요. 그때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얼마 전 한 예능에서 누가 빨간색 SUV를 타고 나오자 ‘관종이냐’는 말을 듣더라고요. 왜 빨간색 차를 타면 관종이죠? 내 차에 내 취향을 담았을 뿐인데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말을 듣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죠.”

사실 그가 빨간 차를 산 건 별 뜻이 없었다. 영업사원 동기들이 모두 은색 아반떼를 사기에 주차장에서 찾기 쉬우려고 한 선택이었다. 튀어보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졸지에 관심종자가 됐다. 그는 전빨련 회장으로 이런 사회의 편견에 최소한의 대응을 하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 ‘관종이 나쁜 걸까?’


관심받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관심의 시대

관종, 임홍택 작가의 말대로 “사전에는 없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단어”다. ‘관심받고 싶은 욕심 때문에 과도한 언행을 보이는’ 이들을 비하할 때 주로 쓰인다. 작가는 신작 《관종의 조건》을 펴내기 전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관종에 대한 평소 생각을 묻는 질문에 32.6%는 “관심을 추종하는 행위는 인간의 본연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관종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분위기나 타이밍에 맞지 않는 행동은 비호감이 되지만, “타이밍을 제대로 활용하면 인싸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즉 관심을 어떻게 획득하느냐에 따라 관종은 인싸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

“어떤 단어든 기존의 가치판단이나 감정을 제거하면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관종도 처음에는 부정적인 관점으로 생겨나 퍼진 단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개인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났고 결국은 여러 의미가 한 단어 안에 들어오게 됐죠. 이 의미를 분리해보면 더 선명한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했어요.”

그의 전작 《90년생이 온다》는 경제경영 최장기간 베스트셀러이자 2019년 주요 서점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한 책이기도 하다. 이후 그는 여러 강연의 초청을 받았고, 출판계뿐 아니라 정·재계의 관심을 모으며 그야말로 ‘셀럽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숱한 이들이 그에게 세대론과 관련된 2차 저작물을 낼 것을 권했다. 어느 정도의 성공과 성과가 담보된 길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이전부터 제 관심은 삶의 ‘균형’이었어요. 개인이 타인의 관심을 받는 데는 일종의 위험성이 있다고 봐요. 관심이라는 단어 자체가 ‘pay attention’ 즉 ‘지불하다(pay)’는 의미를 담고 있거든요. 대가가 있다는 거죠. 제가 쓴 책이 관심을 받는 건 좋지만, 저라는 개인이 관심받는 건 지극히 조심스러워요. 말하는 건 좋아하지만 유튜버는 되지 않고, 인터뷰는 하지만 예능에는 나가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주식으로 비유하자면 기업 경영은 계속하지만 저라는 주식을 유가시장에 상장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는 거죠. 비상장기업으로 어느 정도만 먹고 빠지고 싶어요(웃음).”

《90년생이 온다》가 젊은 세대에 대한 편향된 의식에 균형을 찾자는 논의였다면, 《관종의 조건》에도 비슷한 고민이 담겨 있다. “요즘 애들은 왜 저래”가 세대론에 도움이 되지 않았듯 “관종에는 무관심이 답”이라는 게으른 처방도 시대를 읽는 데는 방해된다. 저자는 이번에도 관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살피고,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모색한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본 관종은 한 시대의 키워드다. 관심자본이 개인과 조직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시대가 되었다는 걸 인정한다면 다음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흐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얼마만큼 관심을 획득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관심이 자본이 됐다는 건 유튜브만 봐도 알 수 있다. 구독자들은 자신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를 구독한다. 콘텐츠의 조회 수와 시청 시간은 그대로 수익이 된다. 이제 웬만한 플랫폼의 운영 체계는 ‘관심화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각 플랫폼의 시스템은 다르지만 수익 구조는 비슷하다. 관심을 모으면, 수익이 생긴다.



건강한 관종이 되려면

시대상을 분석해 ‘관종’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해체한 작가는 관종의 미래를 새롭게 조립한다. 관종은 ‘튀어보려다가’ 튀어 나가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관심에 너무 관심이 없으면 손해 보기 십상이다. 개인이 조직과 윈윈하려면 각자의 매력 자본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조직과도 조화롭게 융화해야 한다.

“사실 이 책의 시작은 10년 전이에요. 회사에서 동료와 선후배를 관찰해보면 같은 일을 하면서도 누군가는 조직에서 인정받고, 누군가는 묵묵히 일하면서도 인정을 받지 못했어요. 그 와중에 제대로 일하지도 않으면서 보여주기식 처세로 살아남은 사람도 있었고요.”

자기 영역에서 실력을 갖추고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성과를 조직에 제대로 어필하는 것도 중요했다. 적절한 관심을 끄는 것도 실력이다.

“인생 전반에서 겸손한 태도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상의 겸손과 직업적인 겸손은 달라요. 프로의 세계에서 자신을 낮추는 행동은 자신이 가진 실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성과를 칭찬한다면 ‘아, 제가 뭐라고’처럼 과도한 겸손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역시 저밖에 없죠?’라고 말하면서 전략적인 비겸손의 태도를 보이는 게 낫습니다.”

명심할 점은, 관심을 모으기 전에 먼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거다. 보여주기식 액션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가 《90년생이 온다》에서 지적한 바 있듯, 이 시대는 정직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외면한다. 숱한 유명 유튜버들이 뒷광고 논란 혹은 거짓된 언행으로 순식간에 퇴출당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관심을 모으고자 무리수를 두면, 후에 아무리 반성하고 사과해도 다시 관심 시장에 발을 들이기가 어렵다. ‘관종의 조건’에는 관심을 끄는 매력만큼이나 이를 지속할 실력도 필수다.

“세상 모든 곳에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나와요. 마트 진열대부터 스마트폰의 콘텐츠, 미디어 속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아이러니한 건 모두가 관심을 바라는 세상에서 누군가의 관심을 얻기는 점점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중요해진 관심을 어떻게 올바르게 끌어내고 활용할지, 또 어떻게 제어하고 관리할지를 논의해볼 시간이 됐습니다.”



임홍택 작가가 말하는
‘관종의 조건’ 4가지
-


꺼지지 않는 가시성
관심을 받는 것만큼이나 관심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집스러운 협력성
주위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되,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진 본연의 색을 잃지 않는다.

절대적인 진실성
관심을 받는 데 거짓이나 조작, 말로만 하는 약속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감당할 수 있는 적정선
‘관심을 받고자 하는 한계선’을 선정하는 데 하나의 지표가 되는 것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가’다. 과도한 MSG는 역효과를 낸다.
  • 202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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