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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과 치유 사이 송중기의 시간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넷플릭스 

배우 송중기가 돌아왔다.
꼭대기에서 한순간 밑바닥으로 떨어진 인생을 살며, 밝은 모습 이면에 깊은 슬픔을 간직한 〈승리호〉의 태호를 통해서다.
공허한 눈빛의 태호는 주변 사람들의 힘을 받아 가슴속에 봉인된 아픔을 점차 치유해간다.
실제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송중기의 모습이 자연스레 겹친다.
“태호 캐릭터를 처음 접했을 때 자포자기란 단어가 떠올랐어요.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아무 생각도 없는, 정체돼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그건 당시 촬영할 때의 나, 송중기라는 사람의 마음과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송중기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영화를 향한 관심만큼 그를 향한 세간의 시선이 묵직했기에 어렵사리 고른 말이었다. 〈승리호〉는 송중기가 이혼 소식을 전한 직후 촬영에 들어간 영화였다. 그는 주인공 ‘태호’의 내면에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것 같은 눈치였다.

〈승리호〉는 2092년, 인류의 5%를 위해 우주 위성궤도에 마련된 유토피아 UTS와 디스토피아로 전락한 나머지 세상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태호는 전직 UTS 기동대 에이스였지만 사고를 당한 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조종사가 된다. 꼭대기에서 한순간 밑바닥으로 떨어진 태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극단적 자본주의자로 변해간다. 사고 후 발버둥 치는 그의 눈빛이 우주보다 공허하다. 송중기는 텅 빈 마음을 끌어올려 태호의 마음을 대변했다.


용기를 준 승리호 크루들

송중기가 〈승리호〉 출연을 결정한 8할의 이유는 조성희 감독이었다. 영화 〈늑대소년〉에서 신인 배우와 감독으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사이였다. 송중기에게서 순수한 소년 ‘철수’를 발견했던 조 감독이 이번에는 태호가 돼보자고 손을 내민 것이다. 송중기는 “평소 조성희 감독의 정서를 좋아한다”며 “그가 만든 우주 영화에 전적으로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조 감독 역시 송중기에 대해 “한결같은 사람”이라며 믿음을 보였다. 개인사로 심경이 복잡하던 때, 송중기는 승리호에 탑승하기로 했다.

“〈늑대소년〉 때는 감독님도 상업영화가 처음이고 저도 신인이었어요. 서로를 모르는 첫 만남이었죠. 〈승리호〉 때 다시 불러준 건 처음보다 설레는 일이었어요. 감독님과는 진심이 통한다고 할까, 결이 맞는 사람이라고 할까. 그런 부분에서 오는 시너지가 있어요. 신뢰가 쌓여서 그런지 소통도 많이 하면서 서로 다 쏟아부었어요.”

영화 속 태호는 불의의 사고를 겪으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인물. 가슴속 깊이 따뜻함을 묻어버린 채 돈이란 목표만 좇는다. 냉철함으로 무장한 태호는 잊혔던 인간성을 서서히 회복해가는데, 특히 인간형 무기 도로시를 만나며 감정의 전기를 맞게 된다.

감정의 굴곡이 큰 태호의 캐릭터를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법도 한데 송중기의 해석은 달랐다. 오히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큰 사건을 겪어 정체된 인물이란 점을 짧은 몽타주 안에 담아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태호의 정체된 마음을 크게 뒤흔든 게 도로시라면, 오합지졸의 승리호 크루들은 태호의 마음을 서서히 녹아내리게 했다. 장선장, 타이거 박, 업동이와 함께 뭉치고 부딪히며 삶의 끈을 한 번 더 붙잡아도 될 것 같은 용기를 갖게 된 것이다. 승리호 크루들은 실제 송중기에게도 힘이 돼줬고 서로의 관계는 단단해졌다.

송중기는 “세 배우 모두 여유가 넘치고 배려가 깊었다”며 “보이지 않는 배려를 하며 작업했기 때문에 지금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장선장 역할을 맡은 김태리는 존재 자체로 사랑스러웠다. 속이 꽉 차 있는 동시에 자신감이 넘치고 배려심이 깊었다. 진선균은 영화 속 타이거 박과 꼭 닮아 있었다. 진정성이 넘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포근하게 안아주는 인물이었다. 업동이 유해진은 의외의 매력 부자였다. 유쾌하고 농담만 잘할 줄 알았는데 철학적이고 생각이 깊었다.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고 즐거웠다.



넷플릭스 전 세계 스트리밍 1위

〈승리호〉는 넷플릭스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 최다 스트리밍 1위를 차지했다. 송중기는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구나, 좋은 사람들과 머리를 싸매고 협업하다 보면 시너지가 나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했다. 자신을 믿고 다시 찾아준 조성희 감독부터 함께 승리호에 오른 크루들, 빈틈없는 준비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태프진이 똘똘 뭉쳐 한국 SF 영화의 저력을 입증했다.

〈승리호〉가 대형 화면의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아쉬움을 표하는 관객들도 있지만 송중기는 전 세계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만 해도 한글로 쓰인 ‘승리호’와 태극기가 그려진 우주선이 텍스트로 묘사돼 있었다. 글로만 봐도 소름 돋던 그 장면이 시각화되어 전 세계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된 기쁨이 크다.

〈아스달 연대기〉 〈승리호〉와 같이 전에 없던 시도를 하는 그를 두고 종종 주변에서는 “어렵지 않냐”고 묻지만 정작 송중기는 “끌리는 걸 과감하게 선택하는 편이라 신선한 시도를 즐긴다”고 답한다. 〈승리호〉에 이어 송중기가 선택한 작품은 드라마 〈빈센조〉다. 처음 시도하는 블랙코미디 장르로, 그는 이탈리아에서 온 마피아 변호사를 맡았다. 물론 이번에도 진정성 있게 책임감을 갖고, 어렵지 않게 풀어갈 예정이다. 그게 송중기의 방식이다.
  • 202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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