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식 제일이비인후과의원 대표원장

“목소리 성형으로 자존감 회복을 돕습니다”

글 : 이근미 객원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치열한 경쟁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다. 내면을 충실히 하는 것은 물론 다이어트, 성형수술, 피부미용, 패션 등에도 열심이다. 여기에 더해 ‘목소리 교정’도 자기 관리 분야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이자 제일이비인후과 대표원장인 최홍식 박사는 “면접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프레젠테이션 때 최상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음성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한다.
최홍식 원장은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두학·음성언어의학회와 후두음성언어의학연구소 소장으로 20여 년간 연구를 이어왔다. 후두질환과 음성장애·두경부암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그는 EBS 〈명의〉에 두 차례 선정되었으며 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문의를 지냈다.

최 원장을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만성후두염, 성대결절, 성대폴립, 접촉성 성대궤양, 성대구증, 성대마비 환자들은 물론, 최근엔 마음에 들지 않는 목소리를 바꾸고 싶어 오는 이들도 많다. 목소리를 많이 쓰는 이들은 정기적으로 성대의 상태와 발성을 점검하러 온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말과 글, 표정을 다양하게 사용하는데 그 가운데서 목소리가 의사 표현의 핵심이죠. 여성 환자 중에는 목소리가 떨리거나 끊어지고 막히는 연축성 발성장애로 오는 분들이 많아요. 목소리 떨림은 소량의 보톡스를 성대에 주사하면 증상이 사라집니다. 목소리가 너무 낮아 고음으로 바꾸길 원하는 여성 환자, 목소리가 여성적인 데다 고음이어서 고민하는 남성 환자들도 있어요. 약물이나 수술로 성대가 부은 걸 가라앉히면 목소리 성형이 가능합니다.”

‘연축성 발성장애 환자에 대한 보톡스 주입 치료’는 최홍식 원장이 1995년 12월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약물 주입이나 먹는 약, 수술로 목소리를 치료하기도 하지만 성대에 이상이 없을 경우 성악발성교정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최 원장은 “골절 환자가 깁스를 풀고 나서 재활훈련을 받는 것처럼 성대 갑상선 수술 후 성대마비나 약물 주입 성대내전술 후에도 발성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권했다.

성악발성교정 치료는 최 원장이 1992년 UCLA 미국 연수 시절 음성언어치료사와 성악가가 같이 진료하는 모습을 보고 착안했다. 1993년 귀국해 음성클리닉을 개설했고, 그간 많은 환자를 치료했다. 현재 제일이비인후과에는 성악가와 언어재활사 네 명이 음성언어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음치도 교정 가능

탁한 음성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성대에 상처가 난 성대구증에 의한 탁성은 점막 상처를 특수 레이저로 치료하면 맑은 소리로 바뀐다. 최홍식 원장이 10년 전 성대구증을 치료하는 레이저 수술법을 처음으로 개발한 이후 국내외 의학계에서 이 치료법을 활용 중이다.

여성 목소리로 노래하는 카운터테너도 음성 치료나 마사지를 통해 남성 음으로 바꿀 수 있고, 굵은 남성 목소리를 카운터테너로도 바꿀 수 있다. 성전환 수술을 해도 음성과 골격은 바뀌지 않는데, 아담스애플의 연골을 작게 만들고 음성 성형을 하면 목소리가 여성과 비슷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음치 성형이나 노래를 더 잘하게 하는 치료도 있을까.

“성악발성교정을 받으며 훈련하면 드라마틱하게 바뀝니다. 근육의 힘을 빼주는 이완훈련을 하고 립트릴(Lip trill)·텅트릴(Tongue trill)로 입술과 혀를 떠는 연습, 복식호흡, 성도를 넓게 여는 공명발성훈련을 하면 고음도 잘 올라가고 좋은 음이 만들어지면서 공명이 잘됩니다. 음치도 훈련을 통해 나아질 수 있어요. 음성 치료로 사회부적응과 대인공포증을 이기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죠.”


목소리도 자기관리 분야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면접시험과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목소리 관리를 위해 최홍식 원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 제일이비인후과의원

흡연, 위산 역류, 건조를 피해야

목소리는 무조건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나쁜 식습관과 열악한 생활환경 같은 후천적 요인으로 음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공기가 나쁜 곳에 오래 있으면 목에 해롭죠. 흡연이 가장 나쁩니다. 금연하고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평소 두 가지를 조심하면 후두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후두에 좋지 않은 두 가지는 ‘위산 역류’와 ‘건조’입니다.”

위산 역류의 원인은 고열량의 기름진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또 밤늦게 먹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코골이나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 사람들, 콧속 연골이 휜 비중격만곡증이 있으면 잘 때 입으로 숨을 쉬는 구호흡을 하게 되고, 구호흡은 입 안을 건조하게 만든다.

“물을 끓여서 내뿜는 가열식 가습기를 켜놓고 자면 좋습니다. 목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겨울이 막 시작될 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코와 입술에 뿌리거나 발라 습기를 유지하는 습윤제 사용도 도움이 됩니다.”

목이 잠기거나 쉰 목소리는 대개 일주일 정도면 회복되지만 2주 이상 증세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으라고 충고했다.


국어학자 최현배 선생의 손자

지난 6월 세 명의 의학박사 제자와 함께 제일이비인후과의원을 개원하면서 최홍식 원장은 천지인음성클리닉과 천지인발성연구소를 개설했다. 개인 의원 연구소라니, 다소 의아한 지점이지만 그가 외솔 최현배 선생의 손자라는 걸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외솔 선생은 일제 치하에서 조선어학회를 창립하고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만드는 등 우리말 보급과 교육에 앞장섰고 광복 후에도 한글 연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조음음성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최 원장은 한글학회 이사,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외솔회 명예이사장으로 일하며 사재 10억 원을 희사하기도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읽고 훈민정음 28자가 구강 모양, 혀의 움직임을 연구한 상형문자라는 걸 확인한 최 원장은 2016년 《세종학연구 16집》에 〈음성학과 음성의학으로 풀어보는 훈민정음 제자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훈민정음 28자는 ‘발성 때 옆에서 본 소릿길(성대 바로 위 인두강과 입 안)의 모습’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2018년에는 컴퓨터 단층 촬영(CT)으로 제주어 방언에서 보이는 ‘아래 아(·)’ 조음의 영상의학과 음향학적 특성을 살피는 논문도 발표했다.

구강구조를 잘 알고 공명강을 이해하는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최홍식 원장의 논리에 공감했지만 한글학자들까지 설득하지는 못했다. 한글학자들은 《훈민정음 해례본》에 “어금니소리글자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습이며 입술소리글자 ㅁ은 입 모양을 본떴다”는 내용까지만 인정하는 상황이다.

“음성공학이나 음성의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융합연구를 해야 합니다. ‘ㅁ’에서 앞 입술과 뒤 성대가 터져 ‘ㅍ’이 돼요. 이런 설명을 하면 다들 놀랍니다. 세종대왕은 음성학의 대가예요. 더 심층 연구를 해서 한글의 과학적 면모를 증명해야죠.”

MRI로 공명강을 동영상으로 찍으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지만 고가의 장비를 연구용으로 활용하는 일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공명강이란 목과 입속 등 공명을 일으키는 몸 안의 빈 속을 뜻한다. 최홍식 원장은 공명강의 핵심적인 모양을 딴 한글의 과학성을 입증하고, 음성을 교정해 자존감을 찾아주는 치료를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다.
  •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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