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완전 무선 이어폰 개발, ‘크레신’ 사내 벤처팀

중소기업 사내 벤처, 일냈네!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블루투스 이어폰과 충전케이스, 블루투스 스피커를 하나로 합쳤다. 선 없는 완전 무선(true wireless) 스테레오 이어폰을 케이스에 넣으면 충전되고, 스피커를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K 디자인 어워드 2018’에서 최고상인 ‘그랜드 프라이즈’,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인 ‘CES 2019’에서 혁신상에 선정된 제품인 피아톤 ‘볼트(BOLT) BT700’ 얘기다.
왼쪽부터 오세홍 수석연구원, 이동현 차장, 차성호 과장, 이원주 과장, 이상민 대리.
‘볼트’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8만 달러 가까운 선주문을 받았고, 12월엔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서 펀딩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1억 원을 달성했다. 종료 시점의 펀딩 금액은 2억 6609만 원. 목표인 500만 원의 5361%를 달성했다.

‘볼트’는 소형 음향기기 전문업체인 크레신이 내놓은 제품이다. 크레신은 1959년, 전축에 쓰이는 바늘을 제조하는 대한축침제작소로 출발해 1981년부터 헤드폰과 이어폰을 제조했다. 오랫동안 OEM으로 주문생산을 하다 2002년부터 ‘크레신’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헤드폰과 이어폰을 시장에 내놓았고, 2008년에는 세계시장을 겨냥해 프리미엄 브랜드 ‘피아톤’을 선보였다.

‘피아톤’ 제품들은 세계 최고의 디자인상인 ‘레드닷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연이어 수상했다. 볼트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한 제품. 세계 최초로 완전 무선 스테레오 이어폰과 블루투스 스피커를 일체화한 상품이다. ‘볼트’를 세상에 내놓은 크레신의 사내 벤처팀을 만났다. 음향기기 전문 중소기업이 어떻게 이런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는지 궁금했다.


부서 간 벽 없는 열린 회의

국제 전자제품박람회인 ‘CES 2019’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피아톤 ‘볼트(BOLT) BT700’.
전략기획부문 상품기획팀 오세홍 수석연구원은 볼트가 탄생하기까지 4년 가까이 걸렸다고 했다. 완전 무선 스테레오 이어폰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은 2015년, 현재의 형태로 만들기로 확정한 것은 2017년 초라고 한다.

오 연구원은 “수시로 상품기획 회의를 하면서 나온 아이디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기적이든 부정기적이든 새로운 상품에 관한 아이디어 회의를 자주 합니다. 상품기획팀뿐 아니라 마케팅팀 등 다른 부서와도 하죠. 이종배 회장님까지 참석할 때도 많습니다. 회장님이 워낙 실무에 정통하시거든요. ‘볼트’는 완전 무선 스테레오 이어폰 시장이 형성될 것을 내다보면서 나온 아이디어였습니다. 충전케이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중 스피커 기능을 넣기로 결정했죠. 처음에는 지금의 두 배 크기였습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로 9.49cm, 세로 3.7cm, 높이 3.55cm의 크기와 이어폰 포함 93g의 무게의 아담한 제품이 나왔다.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둥글게 디자인했고, 전기신호의 경로를 바꿔 스피커로 사용할 때는 눕힐 수도 세울 수도 있게 만들었다. 제품이 작아지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도 작아져야 했다.

무엇보다 음향의 질을 좌우하는 스피커 유닛이 중요했다. 신제품개발부 선행연구팀의 문준혁 책임연구원이 쌀 한 톨 크기의 초소형 스피커 유닛인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라이버’를 개발해 특허출원했다.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라이버’는 원래 보청기에 들어가는 스피커 유닛이어서 작은 소리까지 정밀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 감상용은 아니어서 이어폰을 위해 새로 개발해야 했죠. 볼트에 들어가는 유닛은 크기가 작아지면서 성능도 더 좋아졌습니다. 고음역대 주파수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소재를 찾는 게 가장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특수합금 소재를 하나하나 시험해 결국 아무도 쓰지 않던 소재를 찾아냈죠.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결국 해냈다는 보람이 큽니다.”

본격적인 상품화를 앞두고 상품기획, 개발, 마케팅, 영업 담당자들이 모여 ‘볼트팀’을 만들었다. 전략기획부문 국내영업팀 이동현 차장의 말이다.

“고기능 부품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조 원가가 높습니다. 기존 유통 경로로는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새로운 경로를 찾아 유통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줄여보자. 소비자들이 혁신적인 제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이들은 얼리어답터들이 주목하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먼저 겨냥했다. 2018년 10월 ‘킥스타터’, 12월 ‘와디즈’에서 펀딩을 받았다.

“유명 브랜드의 완전 무선 스테레오 이어폰은 고가입니다. 이런 이어폰은 비싸서 못 사고, 중국산 저가 제품을 샀다가 실망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제품을 공급해 그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 했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인재로서의 자부심

‘볼트 BT700’은 블루투스 이어폰과 충전케이스, 블루투스 스피커가 일체화 돼 있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볼트팀이 성과급을 받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걸까.

이들은 스스로를 ‘외인구단’이나 ‘행동대장’에 빗댄다. 크레신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개성 강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승진이나 학벌을 중시하지 않고 얼마나 잠재력이 있는지, 얼마나 능력을 발휘하는지만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2005년에 입사한 이동현 차장은 대학 시절에 학비를 벌기 위해 택시운전, 이삿짐센터, 무대조명 등 갖가지 일을 했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소통하고 경험한 상황들이 영업과 마케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입사 후 중국 공장에서 6년간 생산관리를 한 적도 있습니다. 내가 진두지휘해서 생산한 제품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을 보면서 뿌듯했습니다.”

크레신 사내 벤처 ‘볼트팀’.
문준혁 책임연구원은 대학 시절 ‘정보통신’에서 ‘영상미디어’로 전공을 바꾸어서 공부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오디오 업체에서 일하다 독립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크레신에는 2011년에 입사했다.

“이곳에서는 도제식으로 배우면서 주어진 일만 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과제를 떠맡은 후 모르는 분야까지 새로 공부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잠재력이 개발되고 성장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전략기획부문 영업마케팅팀 차성호 과장은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마케팅을 맡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중소기업에서 주체적으로 일하면서 대체할 수 없는 인재가 되는 게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장래가 밝다”고 주장한다.

이들 역시 처음에는 대기업 입사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지금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주겠다는 스카우트 제의도 뿌리친 이들이 다수다. 그 이유를 물었다.

“사회생활 경험이 없을 때는 회사 이름이나 연봉만 보고 대기업을 선호합니다. 근무환경이나 비전, 자신의 역량을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을지까지 내다보기는 어렵지요.”(이동현 차장)

“이곳에서는 회사와 브랜드를 키워가면서 나 자신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보람이 큽니다.”(문준혁 연구원)
  • 201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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