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담’ 문미성 대표

탄탄대로 버리고 새로운 놀이문화 개척

놀이가 변하고 있다. 조그마한 손으로 조약돌을 쥐고 놀던 아이들은 사라졌다. 이제는 그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졌다.
이 변화를 안타깝게 보는 사람이 있다. 그는 ‘과거의 놀이는 해소의 시간이고 현재의 놀이는 받아들이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해소의 중요성을 역설함과 동시에 과거의 놀이를 이어가길 바랐다. 대학생 놀이시터와 학부모를 연결하는 매칭 애플리케이션 ‘놀담’의 문미성(25) 대표다.

사진제공 : 놀담
문미성 대표는 연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입학했다. 학교생활은 재미있었다. 친구들과 프로젝트 크루를 만들어 플리마켓 오픈, 영상 제작 등의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1학년을 마친 스무 살에 휴학계를 냈다.

“기대했던 대학보다 좋은 대학에 합격해 기뻤습니다. 당시 동네 오빠한테 자랑했더니 ‘축하한다. 이제 탄탄대로 걷겠네!’ 하더라고요.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겠지만 저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제 삶이 한 번에 그려졌기 때문이죠. 대학 나와서 임용고시 준비하고 교사가 되는.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천편일률적인 기준에 맞춰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누가 나에게 하라고 한 적 없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 재학 중 활동했던 학회의 영향이 컸다. 마침 2013년에 스타트업 열풍이 불었다. 문미성 대표는 휴학 후 스타트업에 지원했고, 두 개의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건강하지 못한 조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월평균 40만~50만 원의 임금을 받으며 생활해야 했다. 결국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직접 창업하기 위해 창업교육을 받았다. ‘놀담’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스스로 인식한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직접 접한 일이 아니면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거나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죠.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팀원들과 공통점을 찾았어요. 다들 맞벌이 부모 슬하에서 자랐다는 거죠. 맞벌이 부모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청소’ 아이템으로 정했어요. 피드백을 위해 찾아뵌 어머니 한 분이 ‘대학생이 무슨 청소를 해주냐. 그냥 아이들이랑 놀아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대학생 놀이시터’라는 아이템을 만들었습니다.”


놀이의 3요소 ‘즐거움, 자발성, 주도성’


대학생 놀이시터는 놀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 지원 후 놀담의 자체 교육에 참여하고 각종 가이드 및 서류를 숙지한 후에 활동하는 시스템. 놀담에 등록된 대학생 놀이시터는 3200명 정도다.

“대학생 대부분은 아이들의 시기별 특성을 잘 몰라요. 그러나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한 자체 양성 프로그램이 있어요. 사업 초기에는 저도 놀이시터로 많이 활동했죠. 경험을 쌓으면서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서포트를 하나씩 알아갔습니다. 상황별 대처법을 몸소 터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습니다.”

연령별로도 맞춤 놀이를 제공하고 있다. 6세 이하의 아이들에겐 휴지 심, 수건, 포스트잇, 풍선 등을 활용한 소재 중심의 놀이를, 7세부터는 경쟁과 협업을 중심으로 하는 목적 지향적인 놀이를 통해 즐거움을 전달한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놀이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 관련 문헌은 물론이고 놀이에 관련된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서비스 구축에 힘썼다.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즐거움이죠. 같이 놀아주는 주체, 즉 놀이시터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가 자발성, 셋째가 주도성입니다. 이 세 가지 놀이의 요소는 초반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정도였는데, 공부하면서 놀이의 철학이란 걸 알게 됐죠. 발도르프 교육이나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 등 구성주의에서 파생되는 철학들을 ‘놀담’에 많이 가져왔습니다.”

문미성 대표는 ‘아이 중심의 놀이’도 강조했다. 아이를 교육의 대상이 아닌,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존재라고 보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놀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어렸을 때 아장아장 걸어가서 무언가 재미있어 보이는 걸 가져오려고 하잖아요. 이것도 아이한테 놀이일 수 있거든요. 근데 대부분의 부모는 그 물건을 아이에게 직접 가져다줍니다. 또 아이가 별 모양의 퍼즐을 네모에다가 맞추려고 해요. 저희는 아이들이 헤매게 놔둡니다. 오히려 그 탐구 과정을 재미있게 놀이로 만들어보자 했습니다.”


놀이의 대를 잇겠다


문미성 대표는 놀이다운 놀이의 대가 끊겼다고 생각한다. 끊어진 대를 ‘놀담’이 다시 잇고 싶다고 말했다. 놀이를 통해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했던, 그 시절 놀이의 확산을 꿈꾼다.

“우리는 모래나 돌을 가지고 공터에서 놀이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친구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돌발 상황에 즉각적인 대처도 해야 했습니다.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많았죠. 요즘은 유튜브 등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놀이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적극적으로 땀내고, 이기기 위해서 경쟁하고, 져서 기분이 나빠도 참아야 하고, 이런 적극적인 자세들을 ‘놀담’이 찾아주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 근처에 있는 모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은 항상 시끌벅적했다. 축구하던 아이들, 정글짐에서 놀던 아이들, 모래성을 쌓던 아이들은 이제 더는 없었다. 과거의 놀이와 현재의 놀이, 둘 중 어느 것이 낫다고 단언할 수 없다. 어떤 형태의 놀이든 주체가 즐거우면 되기 때문이다. 문미성 대표를 만난 직후 운동장을 찾은 탓일까. 텅 빈 운동장에서 공허함이 느껴졌다.
  •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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