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어스팟 최석규 대표

소비자가 더 많은 정보 가진 시대 공감 광고로 돌풍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10년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카페에서 일행과 “스마트폰이 녹음기와 카메라, 메모지를 없앴다”는 얘기를 할 때 핑크색 행커치프를 꽂은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우리가 기다리는 광고맨이었다. 쉐어스팟 최석규 대표에게 광고계 동향부터 물었다.

“초연결 시대잖아요. 정보가 돌아다녀요. 예전에는 광고를 통해 기업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면 소비자들이 귀를 기울였지만 지금은 포털사이트에 정보가 넘쳐나잖아요. 소비자들이 소비자의 얘기를 더 믿는 시대죠. 그러다 보니 광고 형태도 많이 바뀌었어요.”

1995년부터 광고시장에서 일해 온 최 대표는 바뀐 시장의 새로운 해법으로 공감을 꼽았다.

“예전에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 중요했어요. 스위트 스폿은 골프채나 테니스라켓에 공이 맞으면 멀리 날아가고 가장 큰 에너지가 나오는 지점, 과녁의 정중앙이죠. 소비자를 과녁으로 보고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쏘아 각인시켰어요. 이젠 안 통해요.”

정보의 주체가 소비자로 바뀌었으니 각인보다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소비자를 움직일 포인트를 찾아 공감 콘텐츠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2년 6개월 전 창업하면서 회사 이름을 아예 쉐어스팟(Share spot)으로 정했다. 최 대표는 “커뮤니케이션은 감정”이라는 말을 모토로 삼고 있다.

“소비자들이 비교 사이트 후기를 보고 마음을 정합니다. 팩트를 썼다고 하지만 댓글엔 대개 감정이 담겨 있어요. 그 댓글에 영향을 받아 사람들이 움직이죠.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늘 갖고 있습니다. 고객이 공감하고 광고주의 비즈니스가 잘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죠.”

쉐어스팟의 고객은 국내외를 망라한다. 중국계 ‘햅소드’, 일본계 ‘야마하’, 프랑스계 ‘로열 캐닌’ 등을 비롯해 한국의 광동제약, 더샘 등 굵직한 회사의 광고를 많이 수주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엔 고급 오디오업체 하만카돈의 광고를 제작해 곧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트업이라는 각오로 일한다지만 종합광고대행사 12년, 외국계 광고회사 8년의 경험과 인맥이 큰 자산이 되었다. 롯데 계열사인 대홍기획에서 최 대표가 만든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배우 김지호가 사각사각이라는 글자를 집어먹던 ‘갈아만든 배’, 유동근이 오렌지를 꽉 움켜쥐고 즙을 짰던 ‘콜드주스’, 부족하다는데도 끌렸던 ‘2프로 부족할 때’ 등 론칭 캠페인을 많이 맡았다. 다른 은행들의 불만을 산 ‘우리나라 우리은행’, IMF 때 어려움을 겪었던 뱅뱅 광고도 했다. 최 대표는 조성모, 하지원을 기용해 뱅뱅이 이지 캐주얼 1위를 탈환했던 때를 즐겁게 회고했다. 글로벌 광고대행사 BBDO코리아로 옮겨 아모레퍼시픽 광고를 맡았을 때는 한가인, 이나영, 송혜교, 한지민 등 특급 스타들을 한 CF에 기용하는 파격을 결행하기도 했다.


통찰력을 위해 글을 쓰라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친구들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그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견해를 밝혔다.

“기술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생각을 갖고 시작하는 회사는 인맥이나 경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죠. 광고시장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경쟁 환경이 많이 바뀌었어요. 광고시장이 다원화되고 다양해졌기 때문에 각자의 적성에 맞춰 도전할 만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한 어떤 업종이든 경험이나 인맥보다 인사이트(통찰력)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행동경제학에서 ‘사람의 행동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합니다. 행동의 95%는 무의식이 결정합니다. 많이 생각한 뒤 행동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성을 관할하는 대뇌피질보다, 감정에 관여하는 변연계의 지배를 받는 경우가 많아요. 분석은 생각을 하게 하지만 감정은 행동을 일으키죠. 감정이 통하면 마음이 열립니다. 그리고 움직입니다. 광고는 고객이 선택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처럼 사람을 움직이는 포인트를 찾아내는 게 인사이트입니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100개의 분자 속에서 관통하는 한 가지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그가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그만의 비법이 있다. 바로 글쓰기다.

“1시간 말하는 것보다 글을 쓰면 정리가 돼요. 스필버그 감독은 명함 한 장에 써넣을 수 없으면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했어요. 생각을 글로 옮기고 아이디어를 한두 줄로 요약하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자료 정리를 하면서 쓰는 연습을 많이 했고 그게 통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어요.”

쓰기에 앞서 읽고 보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광고계 후배들에게 “집어먹는 게 없으면 뱉을 게 없다”는 말을 강조한다.

“끊임없이 집어먹어야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책과 신문, 영화를 보고 생각하면서 정리하고 아이디어 메모하는 일을 계속해 왔습니다. 익숙한 것과 익숙한 것이 만나 낯설어지는 게 아이디어입니다. 광고 선배들, 대가들도 노력 속에서 통찰을 길렀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저도 노력했고, 광고를 수주할 수 있었죠.”


재미와 의미가 기준


최 대표는 광고를 만들 때 ‘재미와 의미’(미앤미)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전했다. 쉐어스팟의 광고에 ‘미앤미가 있나, 사람들이 공감할 포인트가 있나’를 늘 점검한다.

“재미는 ‘거리’입니다. 콘텐츠에도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볼거리, 놀 거리, 들을 거리,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하죠. 또 하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의미가 중요해졌어요. 사람들은 개별화됐지만 한편으로는 공동체에 대한 갈증이 있고 의미 있는 걸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 바람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담으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중입니다.”

한때 카피라이터는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만 못하다. 요즘 광고 관련 학과 학생들은 광고회사보다 대기업과 공무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일이 고되기도 하고 많이 선발하지 않는 데다, 광고주와의 갑을관계를 버티기 힘든 이유도 있다. 최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광고계는 여전히 매력 만점이라고 한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고, 다양한 업종으로도 뻗어 나갈 여지가 많다는 것.

변화가 소용돌이치는 지금을 과도기로 본다는 최 대표는 고도성장기가 끝난 만큼 청년도 기성세대도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힘들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청년들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며 ‘고용 창출을 통해 젊은 친구들과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취업이 힘든 시대지만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71세의 박막례 할머니 정신을 가지면 된다고 봐요. 화장하는 영상을 올려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잖아요. 자신의 관심사를 찾고, 공부하고, 글도 써보고, 블로그도 해보고, 유튜브에 올리기도 해보고, 그러다 보면 기회가 옵니다. 준비가 우연을 만나는 시점이 기회입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어요.”

‘사람과 세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분야는 광고’라고 말하는 최석규 대표는 콘텐츠 측면에서 교육이나 엔터테인먼트 쪽으로도 계속 뻗어 나갈 꿈을 꾸고 있다.
  • 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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