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인더박스 조유진 대표

취미도 배달해 드립니다

2018년 소비 트렌드로 ‘소확행’과 ‘워라벨’이 꼽혔다. ‘소확행’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고 ‘워라벨(Work-Life-Balanced)’은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작고도 자유로운 안식과 행복을 꿈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비인더박스 조유진(29) 대표는 취미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사람들의 소확행과 워라벨을 이뤄주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취미가 별로 없습니다. 퇴근해도 힘드니까 스마트폰이나 TV 좀 보다가 자고요. 그러면 인생이 허무하게 흘러가는 거잖아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키트가 배달되고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조금이나마 깨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비인더박스를 만들었습니다.”

하비인더박스는 정기 배송 개념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로 1~6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취미키트를 제공한다. 취미키트의 가격은 한 달 3만 9900원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DIY 네온사인, 핀홀카메라, 레트로 스마트폰 TV 등을 배송해주면서 사람들의 취미를 찾아주는 데 노력한다.

“취미키트는 저희가 직접 기획하기도 하고 잘 하시는 분들과 협업하기도 해요. 요즘은 컬래버레이션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좋은 제안이 있으면 저희가 키트화하는 형식이죠. 저희가 기획할 때는 계절 아이템,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등 시즌별 아이템도 만들면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기 있었던 핸드드립 커피 키트.
가장 인기가 좋았던 취미키트는 핸드드립 커피 키트와 진저브레드 하우스 과자집 키트였다.

“유난히 반응이 좋았던 건 핸드드립 커피 키트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매일 커피를 마시지만 막상 커피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핸드드립을 해볼 수 있는 도구와 원두 세 가지를 함께 넣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과자집 만들기 키트를 준비했지요. 외국에는 이런 콘텐츠가 굉장히 많아요. 진저브레드 하우스라고 과자집을 직접 만들고 꾸미고 아이싱하는 콘텐츠입니다. 저도 미국에 잠깐 있을 때 해보았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확 나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거리도 되고요.”

하지만 한국에 들여오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하는 것이기도 하고, 쿠키 틀, 쿠키 커터 등 도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3D 프린터로 제작도 했다. 결과는 성공. 엄마들이 아이와 만들며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 스스로도 힐링되고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취미키트라고 하면 조립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유진 대표는 키트에 설명서와 직접 조립할 수 있는 영상을 함께 보내준다. 취미를 즐기는 데 필요한 부수적인 재료도 최소화한다.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키트를 배송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에는 조유진 대표의 취미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취미가 원래 시간을 많이 들이는 거잖아요. 그런데 인생이 각박해서 그런지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단순한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갈수록 단순하면서도 예쁜 취미가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죠. 저희의 모토 중 하나가 ‘취미는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된다’입니다. 안 그래도 힘든데 취미마저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잖아요. 취미키트에도 이 모토를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선 사업 기반을 다진 후 회사를 알리기 위한 홍보와 마케팅이 중요하다. 그만큼 힘든 작업이기도 하다. 조유진 대표는 크라우드펀딩과 SNS를 활용해 하비인더박스를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목표치를 웃도는 1200만 원의 후원금을 확보했다. SNS홍보는 소비자들이 도와줬다.

취미키트를 접한 소비자들은 취미를 즐긴 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포스팅했다. 취미키트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 성취감을 느끼고 타인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홍보로 직결됐다.


세상에 없던 것을 해보고 싶다


조유진 대표는 20대다. 그렇다고 대학교 졸업 후 바로 하비인더박스를 만든 건 아니다. 교직원이란 안정적인 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근무를 하면서 회의감을 느꼈다. 20대에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교직원 일을 1년간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원하는 삶이 아닌 느낌이었죠. 물론 교직원 생활도 재미있고 좋았어요. 하지만 리스크가 있더라도 20대 때는 원하는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에 진학해서 했던 활동들 있잖아요. 동아리나 학회 활동 등 이런 걸 못 써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없던 것 하나 해보고 싶다! 우주의 왕먼지라도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웃음) 그래서 친구와 딱 2년만 해보자, ‘안 되면 다시 돌아가 과외를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그 친구와 함께 미친 듯 열심히 해보자면서 창업을 하게 됐죠.”

조유진 대표는 교직원 경력이 하비인더박스 창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직장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실무를 경험하면서 창업자로서 토대를 만든 것이다. 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직장 생활을 짧게라도 하는 걸 추천했다.


“명함 예절이나 이메일 예절, 문서화 작업, 공문 작성법 등 사소하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다른 업체들과 일할 때 어리고 여자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었죠. 그리고 창업하기 전에 상표권 같은 창업과 관련된 법을 미리 공부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초반 6개월은 친구와 조유진 대표 두 명이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조유진 대표와 디자이너, 개발자, 크리에이터 총 네 명이 하비인더박스를 이끌어 가고 있다. 하비인더박스는 기존의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유지하면서 기업 간 거래(B2B)로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에 신한은행과 협업해 B2B로의 전환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나날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조유진 대표에게 하비인더박스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을 물었다.

“각 분야에 유명하신 전문가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최고의 바리스타, 최고의 소믈리에가 있겠죠. 여러 분야에서 최고점을 찍는 분들이 취미키트로 사람들을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희가 접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백문이 불여일견 대신에 ‘백문이 불여일감(感)’이란 말을 하고 싶어요. 만약 도서관에 와인 관련 책이 있으면 그 옆에 와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키트를 만든다든지 이런 식의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론 취미를 찾고 싶을 때 가장 생각나는 기업이 하비인더박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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