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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 정수현 대표

공간? 소유 말고 공유해요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모두에게 행복한 공간을’. 공간 공유 플랫폼 앤스페이스가 꿈꾸는 세상이다.
공간과 사람을 연결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정수현 대표를 만났다.
주머니가 얇은 예술가는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에 자리 잡는다. 이들의 움직임이 동력이 되어 지역이 살아난다. 사람들이 모이고, 임대료가 오른다. 소득이 적은 원주민, 예술가들은 도시 바깥으로 밀려난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프랜차이즈 매장이 융성하던 시절 홍대, 신촌 등지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그사이 건물주가 받는 평균 월세는 2005년 1400만 원에서 2014년 약 8000만 원으로 올랐다(1층, 면적 148㎡, 4층 건물 기준 / 출처: 위더스에셋 인베스트먼트).

그런데 임대료가 너무 높아지면서 공실률도 높아지는, 이른바 ‘역(易)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최근 일어나고 있다. 젊음이 떠난 거리를 여전히 ‘젊음의 거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공간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 공간을 돌려주자’라는 단순한 생각이 정수현 대표를 움직였다. 공간이 비어버린 건물주와 공간이 필요한 청년을 연결해주면 될 일이었다. 이 플랫폼이 바로 ‘스페이스클라우드(www.spacecloud.kr)’. 공간을 공유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벤처 기업이다. 정수현 대표는 한동대학교를 졸업했다. ‘공부해서 남 주는’ 게 교육의 목표인 이 학교에서, 그는 보통의 취준생과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이후 ‘청어람’과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비영리단체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법”을 배웠다. 그중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공간’이었다. 교육 단체에서 일하면서 ‘교육할 공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 만들어진 게 앤스페이스의 전신인 ‘스페이스노아’다.

“소유자와 사용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공간의 소유권만큼이나 사용권도 중요한데, 현재는 사용자가 노력한 결과가 잘 모아지지 않는 거 같아서 ‘이걸 같이 풀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공간도 자산이지만 사람도, 지식도 다 자산이거든요. 자산을 잘 관리해야 지속 가능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어요. 저희 아이디어를 좋게 봐주셨는지, 얼마 전에 네이버에서 투자를 받았어요. 한국에선 특히 청년들에게 '공간 부족'라는 현실의 벽이 공고하잖아요. 저희가 이 벽에 어떻게 균열을 낼까 궁금해서 기회를 주신 거 같아요(웃음).”


공유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보자

대방동에 위치한 무중력 지대.
“공유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것이 네이버의 투자의 변이었다. ‘조물주보다 건물주가 더 높아진 한국’에서, 부동산과 임대료에 관한 문제는 대통령도 풀 수 없다고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그 일에 뛰어들었다.

“충분히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에어비앤비(airbnb: 전 세계 숙박 공유 서비스)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몇 년은 라면만 먹으면서 발품을 팔았대요. 그들의 성공 사례를 봐도 자산과 공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있어요. 저희는 건물주의 수고도 존중해요. 자산가가 자산을 지키는 데도 품이 들어요. 관리하는 비용이 있으니까요. 이 공간을 누군가 잘 사용한다면 상생이 되는 거예요. 일본도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었어요. 그런데 신사적인 건물주는 임대료를 확 올리지 않아요. 상생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수익도 없다는 걸 알았던 거죠.”

정수현 대표의 자신감은 북창동에 문을 연 스페이스노아에서 나왔다. 이곳은 청년들이 차 한 잔 값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다. 한 달에 10만 원이면 1인 기업가, 프리랜서, 소셜 벤처 모임, 프로젝트 팀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공간 임대료와 보증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모험을 꿈꿀 수 있는 ‘베이스캠프’를 제공한 것이다.

“공간이 필요한 청년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고 저도 놀랐어요. 해외의 사례를 보면 창업이 활발한 도시에는 기업가 정신이나 창업 문화가 있어요. 그 배경에는 커뮤니티가 있고, 그 커뮤니티가 모일 공간이 있고요. 전 세계에 3000개 정도의 코워킹 오피스가 있어요. 새로운 꿈을 꾸려면 ‘제3의 공간’이 필요해요. 집, 학교, 학원 외에 전혀 다른 선택지가 필요한 거죠.”

정수현 대표와 함께하는 앤스페이스 팀.
정수현 대표를 만난 곳은 노량진의 ‘무중력지대’다. 이곳은 청년들에게 스펙이나 ‘수저’의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꿈꿀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만들어졌고 앤스페이스 팀은 운영과 설계의 노하우를 제공했다.

“무중력지대를 이용하는 회원은 1700명 정도 돼요. 일할 공간이 없어 여기저기 카페를 전전하다가 매일 나올 수 있는 곳, 내 사물함이 있는 곳이 생겼다는 게 굉장히 좋다고 해요. 창조적인 인재가 소속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게 된 거죠. 다른 지역에도 그런 공간이나 카페가 충분히 있거든요. 공간이 활성화되면 에너지가 생겨요. 이런 공간들을 모아놓은 게 ‘스페이스클라우드’예요. 처음에는 열세 개의 기업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현재 등록된 공간은 900여 개, 공간에 대한 문의는 2만여 건에 이른다. 공유 공간을 운영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공유지의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면 공간은 금방 황폐해진다.

“사람이 한 공간을 자기 공간으로 인식하는 데 6~7개월이 걸려요. 공유지의 비극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운영자가 ‘청지기(manager)’ 같은 마인드를 가져야 해요. 내 공간보다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 거죠. 좋은 운영자가 부재하는 순간 자원이 남용돼요. 공간 관리에는 관료 같은 철저함과 청년들에 대한 존중이 함께 필요하고, 공공성과 기업가 정신이 조화를 이뤄야 하죠.”

정수현 대표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청지기 정신’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현실에 뿌리내리려면 그만큼의 치열함이 필요하다.

“좋은 뜻을 갖고 있다면 그 뜻을 이루기 위해 더 맹렬히 일해야 해요. 콘셉트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현실화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또 그것이 잘 전달되도록 감각적이고 에지(edge) 있는 모습을 만들어야 하고요. 그러려면 가루가 되도록 일해야죠(웃음).”


균형이 있는 시장 만들기


정수현 대표가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균형’이다. 많은 사회 문제는 ‘지나침’에서 태어난다. 이 둘을 다시 고르게 만드는 데는 정부의 역할만큼이나 민간의 역할도 크다.

“자유경제와 공유경제가 함께 갈 수 있다고 믿어요. 정책은 일방적이고 일괄적인 반면, 사업은 선택할 수 있잖아요. 정부에서도 도시 재생이나 마을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이에요. 그렇다 보니 저희처럼 공간을 뚝딱뚝딱 연결하는 팀이 재미있어 보이는 거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에너지가 되리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시험 기간에 신촌의 대학생들이 공부하러 갈 곳이 없대요.

그런데 신촌의 경우 공실률이 굉장히 높거든요. 시간 단위로 대관할 수 있게 안내드려서 그런 공간과 대학생들을 이어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거죠.”

생각하고 일할 공간이 보장되면 살 공간도 열린다. 공간 공유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그런 흐름을 자연스레 선택하게 된다.

“OECD 기준으로 한 사람이 수입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쓰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해요. 지금 청년들은 수입 자체가 적은 데다가 역세권에서 집을 구하면 주거비가 껑충 뛰어요. 고시원이나 원룸이 아니면 갈 데가 없는 거죠. 건설사 입장에서 봐도 이제 대규모 건설이 주를 이루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고 봐요. 분양의 시대가 가고 임대의 시대가 오는 거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면서, 앤스페이스는 최전방에서 뛰고 있다.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은 결국 지역을 살리는 일로 이어진다. 비어 있는 공간에 사람이 들어오면 공간에 생명력이 생긴다.

“비영리단체에서 일할 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일에 몰입해볼 수 있었어요. 계산하지 않고 달려가는 분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정말 소중하거든요. 그 행복을 알기 때문에 지금의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스페이스클라우드를 통해서 공간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바라요. 청년들이 주머니가 가벼워도 이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근사했으면 좋겠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교양 있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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