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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운동 펼치는 한국 여성 최초 영장류 연구자 함수정

야생동물이 있을 곳은 인간의 집이 아니라 대자연!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우리나라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0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애완동물의 종류도 개와 고양이에서 이구아나· 앵무새·원숭이 등 희귀 동물까지 다양해졌다. 그러나 희귀 동물의 상당수가 국제기구가 멸종위기로 지정한 동물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세태에 경종을 울리며 ‘야생동물 가정 내 사육 및 거래제지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함수정씨를 만났다.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박사과정을 수료한 함씨는 ‘인도네시아 자바 긴팔원숭이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한국 여성 최초 영장류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 6월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홀에서는 ‘개인 야생동물 거래 및 사육실태 조사발표’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을 위한 행동’과 대학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들의 모임 ‘슬픈 과학자’가 공동 주최한 행사였다. 두 단체는 SBS 〈TV 동물농장〉이 2012년 11월~2013년 10월 방송한 프로그램을 다시보기로 모니터링한 결과와 같은 기간 많은 회원 수를 지닌 애완동물 분양 웹사이트 두 곳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긴팔원숭이・앵무새・악어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되어 거래가 규제된 동물이 가정에서 사육되고 있었으며, 〈TV 동물농장〉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애완동물 분양 사이트를 통한 거래 실태는 더 심각했다. 1년 동안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약 5000마리의 애완동물이 분양 및 거래되었는데, 이 중에는 멸종위기종 동물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동물을 거래하면서 택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동물이 질식사할 수도 있지만 ‘사망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건을 단 거래자도 있었다.

두 단체는 기자회견을 계기로 〈TV 동물농장〉 제작진과 애완동물 분양 웹사이트 운영자에 조사 결과를 보내 생명 존중과 동물보호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의 활동은 조금씩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TV 동물농장〉 제작진은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 때 본 활동의 지적 사항을 반영해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애완동물 분양 및 거래 사이트들은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멸종위기 동물 리스트 확인 배너’를 걸어놓고 해당 동물의 분양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슬픈 과학자’ 모임 만들다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서식하는 4000마리의 긴팔원숭이는 세계적 멸종위기 동물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다루는 동물 프로그램에 전문가의 감수가 필요하다고 처음 제안한 사람은 함수정씨였다. 함씨는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2년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인 정글에서 긴팔원숭이를 관찰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글을 돌며 15분 단위로 긴팔원숭이의 행동을 살폈다. 키 50cm, 몸무게 5kg, 평균수명 25세인 긴팔원숭이는 높은 나무에 매달려 산다. 인간처럼 일부일처제를 지키며, 자식을 낳아 기르고 가족 단위로 움직인다. 긴팔로 울창한 나무 사이를 재빠르게 돌아다니면서 나무 열매와 곤충을 먹고 산다. 긴팔원숭이는 암수 듀엣으로 약 10분간 소리를 내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학계에서는 ‘노래’라고 표현한다. 함씨는 현재 <자바 긴팔원숭이의 노래 기능 검증 연구>를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다. ‘노래’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이유인지 밝히는 작업이다. 그는 고독한 생활이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컸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 동생이 긴팔원숭이가 등장한 〈TV 동물농장〉을 녹화해서 보내줬어요. 긴팔원숭이가 한국의 한 가정집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 받았어요. 저는 매일 숲에서 긴팔로 나무 사이를 재빠르게 돌아다니는 원숭이를 봤는데, TV 속 긴팔원숭이는 매달릴 곳이 없는 좁은 집에서 두 다리로 어색하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쌀밥을 먹이고, 김과 사탕, 심지어 ‘박카스’까지 주더군요. 야생에서와 다른 것을 먹이면 야생동물은 병들어요.”

함씨는 방송에 등장한 긴팔원숭이의 행동을 보며 ‘정서에 문제가 있음’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원숭이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친구인 양 의지하고 있었다. 반면 취재진의 다리를 무는 등 공격적인 행동도 보였다.

“야생동물의 가정 내 사육이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 알았어요. 방송으로 나가면 ‘나도 야생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어긋난 호기심을 부추길 수 있겠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꼈죠. 일반인은 문제 파악이 어려우니까, 전공자로서 아는 만큼 행동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그는 연구실 선후배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귀국하여 2012년 초 ‘슬픈 과학자’라는 모임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던 터라 공감을 얻었고 모임은 금세 결성되었다. 슬픈 과학자는 현재까지 대학 내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실험용 쥐에 대한 처우, 건물 유리벽에 부딪쳐 죽는 조류 전시, 한국과 인도네시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교육, 인도네시아 동물 거래 시장조사 등 동물의 권리 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동물원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면서 가장 불편한 곳


함씨가 동물학자를 꿈꾼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고등학교 때 접한 〈TV 동물농장〉 때문이었다. “방송에서 아프리카 동물을 봤는데, 흥미를 느꼈어요. 생물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죠.”

그러나 대학에서 맞닥뜨린 ‘현실의 생물학’은 본인과 잘 맞지 않았다. 국내 학문 풍토가 동물 연구보다는 세포 등 미시연구에 치중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즈음 최재천 당시 서울대 생물학과 교수의 특강을 듣고 최 교수를 찾아갔다.

“타 대학 학생이었지만 반갑게 맞아주셨고, 관심이 있으면 경험 삼아 서울대 까치팀 활동에 참여해보라고 권하셨어요.”

함씨는 2년 동안 이사할 때 쓰는 사다리차를 타고 서울대 캠퍼스 안에 있는 까치 둥지를 찾아다녔다. 까치 둥지의 위치, 부화한 알의 개수, 또 이후 생존한 까치의 수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도왔다.

“동물을 처음으로 직접 관찰했어요.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적성에 맞았고요. 그래서 야외에서 동물을 관찰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후 그의 관심은 영장류로 옮겨간다. 2008년 인도네시아 영장류 연구팀에 합류했고, 지금까지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영장류에 관심을 둔 이유요?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어서예요.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약 98% 일치해요. 제가 연구하는 긴팔원숭이는 자바에서만 서식하고, 4000마리밖에 없어요. 멸종위기에 있지만 다른 영장류와 비교하면 선행 연구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더 연구가 필요한 동물이죠.”

함씨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동물원이다. 반면 가장 불편한 장소 또한 동물원이다.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지만 열악한 환경에 갇혀 있는 동물을 보면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까지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일했다. 앞으로 동물과 관련한 국제적인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자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젊은 과학자의 야무진 눈빛에서 그의 미래가 느껴졌다. 한국・인도네시아・독일 등지에서 국제적인 동물 및 환경보호 전문가로 활약할 열정적인 연구자의 모습이 그 안에 있었다.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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