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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지코리아 장현규ㆍ이승현

국내에서 30년 만에 하늘소 도감 펴내는 젊은이들

글 :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 사진 : 김선아 

론지코리아(Longicorea)는 ‘하늘소(longicorn)’를 좋아하는 ‘대한민국(Korea)’의 세 젊은이가 모인 단체다. 장현규(30·한화S&C), 이승현(27·서울대 곤충계통분류학 연구실), 최웅(23·호서대 생명과학)씨는 인터넷 동호회인 ‘장수하늘소닷컴’ 정모에서 만난 이후 줄곧 하늘소를 채집해왔다. 각자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녔지만 하늘소를 향한 열정 하나로 뭉쳤고, 그들이 직접 기획하고 집필한 《하늘소 생태도감》(가칭)이 발간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 수정 작업이 한창인 그들을 만났다. 최웅씨는 현재 군복무 중이라 인터뷰에 함께하지 못했다.

사진제공 : 론지코리아
장현규(왼쪽)씨와 이승현씨는 각자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녔지만 하늘소를 향한 열정으로 뭉쳤다.
우선 곧 발간되는 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장현규_ 1987년 이후 약 30년 만에 나오는 하늘소 도감이에요. 그동안 우리나라 곤충을 전반적으로 다룬 도감은 여러 차례 나왔고 나비·잠자리·노림재 등 과 하나만 다룬 것도 있었지만, 하늘소를 재정비한 것은 처음이죠.

이승현_ 한 과를 기록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작은 일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루 종일 한 녀석을 쫓아다니며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잠을 자는지 등 특성을 파악하고, 그 관찰 결과를 기존의 논문(1800년대에 쓰인 문서를 읽은 적도 있어요!)과 일일이 대조해야 하니까요. 하늘소가 약 350종이니까 이런 작업을 350번 넘게 하는 거죠.

수익성 있는 책이 아니라 출판사들에 제안서를 보내면서도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지오북에서 좋게 봐줘서 책을 만들게 됐어요.

도감은 실제 준비한 기간은 2년이지만, 그들이 처음 잠자리채를 잡은 이후 걸어온 길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동안의 기록을 모두 종합·정리하고 모르던 부분을 새로이 알아가며 그들은 “아마추어에서 이젠 프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늘소가 왜 좋으세요?

장현규 : “(〈topclass〉 4월호 표지를 쓱 보더니) 일단 고아성보다 예쁘고요(웃음).”
이승현 : “제가 연구실에서 자주 하는 말인데, 안 예쁜 사람은 있지만 안 예쁜 하늘소는 없어요. 이게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거죠(웃음).”
그들은 “시나브로” 한마디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여기까지 왔네!” 딱 한 가지를 꼽을 수도 없고, 이렇다 할 결정적인 계기도 없이 그들은 ‘시나브로’ 하늘소에 매료되었다.


채집은 언제부터 다녔나요?

장현규_ 이사를 여러 번 다녔는데, 집 근처에는 항상 산이나 숲이 있었어요. 친구들과 하루 종일 자연에서 놀면서 자연스럽게 곤충과 친해졌죠. 중1 때는 표본상자를 사다가 일본에서 직접 구입한 핀으로 표본을 시작했고요.

이승현_ 저도 초등학교 3학년 때 곤충핀을 사러 동대문을 돌아다녔어요. 1998년에 만든 표본은 아직도 집에 남아 있어요. 어려서부터 곤충을 좋아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곤충은 혐오의 대상이잖아요. 그래서 학창시절에는 잠깐 마음속에 숨겨놓고 있었죠(웃음).

론지코리아는 보통 새벽 5시에 만나 채집하러 간다. 이유는 첫차를 타기 위해서. 그들은 “시간이 벌레다”라고 말했다. 즉, 채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돌아다니는 것과 오래 관찰하는 것을 뜻했다. 그들에게 방학과 휴가는 곧 채집을 떠나는 시기이고, 지금도 여전히 1주일에 한 번은 채집을 떠난다. 인터뷰 전 주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이승현_ 이건 제가 생각해도 미쳤을 정도인데, 한번은 양양에 갔어요. 1주일 정도 채집하러(1주일이란 시간에 놀라자 한 달 동안 간 적도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런데 그다음 날 새벽에 비가 오는 거예요. 장마 기간이라 그 주 내내 전국에 비가 온다는데, 예보를 보니 제주도만 맑음이었어요. 어떡하지 하다가 “제주도 갈까요?”라고 던졌는데, 바로 “고고!”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거예요. 항공편을 알아보니 다행히 청주공항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서울로 돌아와 청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그날 저녁에 제주도에서 오겹살을 먹었죠(웃음). 1주일가량 채집하고 돌아왔어요.

이승현씨는 작년 여름 아시아나항공에서 주최하는 드림윙즈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연변과 백두산에 다녀왔는데, 관광도 하지 않고 ‘잡고 자는’ 생활만 하다 돌아왔다고 했다. 그때 그곳에서 채집한 북방계 하늘소 10종은 도감에 귀중한 자료로 쓰였다.

고운산하늘소.

둘이 죽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장현규·이승현_ 이만큼 정신 빠진 사람이 없죠(웃음).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같이 뭔가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때는 이렇게 책을 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서로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는 것 같아요.

둘은 같은 듯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신중한 성격의 장현규씨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제일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기 싫었다”며 두 번째로 좋아하는 컴퓨터를 일로 택했다고 했다. 반면 진취적인 성격의 이승현씨는 “두 번째로 좋아하는 것(경제학)을 일로 하기 싫었다”며 학부 전공과는 전혀 다른 전공(곤충학)으로 대학원에 들어갔다.

누가 더 낫다고 할 순 없다. 중요한 것은 둘이 다른 길을 걷지만 동시에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둘은 함께 같은 꿈을 꾸고 있다,


굴피염소하늘소.


큰벌하늘소.

책이 나오면 한 단계가 마무리될 텐데 이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장현규_ 책을 쓰면서 아쉬웠던 점이 아마추어와 프로가 만날 수 있는 장이 없다는 거였어요.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를 하나 만들고 싶어요.

이승현_ 다음에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도감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성충만 다뤘지만, 유충·번데기 시절, 행동, 생활사까지 다 다룬 도감 말이에요.



두 분이 같이 하실 건가요?

이승현_ (장현규씨가 대답하기도 전에) 같이 가야죠. 아무것도 안 해도 이름은 넣습니다(웃음).

인터뷰를 끝내고 여담을 나누던 중 둘은 다시 태어나면 하늘소로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 인간으로서는 영영 이해하지 못할 하늘소의 감각과 본능을 알고 싶어서란다. 그들은 자신들이 뱉은 말에 “대박” “소름”이라며 소리쳤다. 멋있었다. 그 순수한 열정이 담긴 책을 얼른 보고 싶어졌다.
  • 201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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