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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토 이정수 대표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함께 쓰는 모바일 기반 소셜 번역 플랫폼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언어의 장벽은 소통을 어렵게 하고, 정보의 공유와 흐름을 막는다.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시대라고 해도 그것이 해독 불가능한 외국어일 때는 무용지물이다. 구글 자동번역기가 있지만 정확도 면에서 신뢰하기 어렵고,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 의뢰할 경우 비용이나 시간이 여의치 않다. 그렇다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2개 국어 이상의 외국어 구사 능력이 있는 사람의 재능을 실시간으로 빌리면 어떨까. ‘집단 지성 소셜 번역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번역 시스템인 ‘플리토’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플리토의 창업자 이정수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해외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냈다. 쿠웨이트 4년, 미국 2년, 영국 3년, 사우디아라비아 7년 등 거주 국가도 다양했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뛰어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친구들의 영어 관련 과제나 프레젠테이션을 도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변에 외국어를 잘하는 친구가 많았고, 그만큼 번역에 대한 수요도 많았다. 당시 경영대 학생회 임원이었던 그는 이들을 서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항상 번역자보다 번역 요청자가 넘치는 것을 보면서 이 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확장했다. 대학 졸업 후 SK텔레콤에 입사해 낮에는 직원으로 근무하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업무를, 저녁에는 사내 벤처 형태로 일하며 사업을 구상했다. 그러나 창업에 큰 뜻이 있던 것도 아니어서 “누구든 이 아이디어를 가져다 써도 좋다”며 2009년 온라인상에 자신의 기획안을 모두 공개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2012년 회사를 나와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직접 플리토를 만들었다.


언어의 장벽 없애는 게 꿈이자 목표


플리토(flitto)는 앱을 내려받아 실행시키면 누구나 번역 의뢰를 할 수 있고, 번역가가 될 수도 있다. ‘집단 지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다. 집단 지성이 가능해지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사용해야 하고, 다양한 언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유저(global user)’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그는 당시 ‘강남 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던 싸이의 트윗을 다른 언어로 번역해 싸이의 트윗에 태깅(콘텐츠의 내용을 대표할 수 있는 검색용 키워드 또는 태그를 다는 것)했다.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빅뱅, 슈퍼주니어 등 한류 스타로 폭을 넓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그가 번역한 트윗을 리트윗하기 시작했다. 리트윗을 하면 함께 첨부된 링크를 타고 자연스럽게 플리토로 연결됐다. 번역의 70% 정도만 보여 나머지는 링크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시스템이라 유저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무슨 말을 트위터에 올렸는지 궁금한 외국 팬들은 각자의 언어로 또다시 번역해 스타들의 트윗을 퍼 날랐다.

“연예인을 통해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지니까 연예기획사에서 같이 일하자는 연락이 왔어요. 그들의 트윗을 아예 전문적으로 번역해주는 일도 맡게 됐지요. JYP는 현재 우리 회사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요. SM, YG와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유명세를 타자 한동안 ‘한류 스타들의 트위터 번역 사이트’라는 오해를 받았다”며, “그건 플리토의 업무 중 극히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플리토 번역의 강점은 무엇보다 ‘실시간 번역’과 ‘정확도’다. 영어를 번역하는 경우는 보통 1~3분 내외, 다른 외국어도 5분 안팎으로 번역이 올라온다. 회원 가입을 하면 번역 요청 메시지가 들어올 때마다 자동으로 알려준다. 따라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번역을 해줄 수 있다. 한국어・영어・아랍어・중국어・프랑스어・독일어・ 인도네시아어・이탈리아어・일본어・포르투갈어・ 러시아어・스페인어・태국어・베트남어 등 17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어 세계에서 통용되는 중요 언어는 대부분 번역이 가능하다.

번역료는 50원부터 시작해 글자 수에 따라 달라진다. 모바일의 특성상 250자까지만 글을 올릴 수 있다. 의뢰인은 여러 명이 동시에 번역을 올리면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번역을 선택한다. 번역이 채택된 경우에만 번역료를 받을 수 있다. 내용이 길면 여러 번 나눠 올려야 한다. 번역료가 저렴해 A4용지 한 장 분량이라도 1000원 내외다. 번역료는 번역자와 플리토가 50대 50으로 나눈다.

수익 모델은 또 있다. 의뢰한 번역 문장은 자동 번역기 업체에서 구매한다.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번역의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자동번역기 업체에 이들의 데이터는 매우 가치 있다.

번역자들은 적립한 포인트를 플리토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주로 한류 스타 관련 상품들이다. 아프리카 우물 건립이나 빈곤국가 아동 후원 등의 형태로 기부할 수도 있다. 국제구호단체인 플랜코리아와 제휴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기부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지금은 단지 외국어를 잘하는 것만으로 돈을 벌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플리토에서는 마치 게임을 하듯, 재미있게 번역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고, 좋은 일에 쓸 수도 있어요. 언어를 통해 그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아서 플리토를 한다는 사용자가 많아요.”


영국 테크크런치 인큐베이팅팀에 선정


이처럼 세계 번역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플리토는 지난해 미래과학부와 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해외에서도 플리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영국 테크크런치 인큐베이팅팀에 선정돼 런던에서 교육받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2012년 9월 3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지금 16명으로 늘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 번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번역을 요청하는 기업 단위 고객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 수가 관건인 만큼 플리토는 현재 270만 명 수준인 사용자 수를 올해 1000만 명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언어는 그 민족의 문화를 담고 있잖아요. 그런데 영어가 세계 공용어처럼 되면서 지구에서 사라지는 언어가 많다고 합니다. 저희가 지금 쓰는 언어 중 혹시라도 먼 미래에 사라지는 말이 있다면, 플리토가 하나의 ‘데이터베이스’가 되어 복원작업에 이바지하기를 바랍니다. 또 하나, 번역이라는 단어를 플리토가 대체하게 되는 날을 꿈꾸고 있어요. 누군가 번역을 부탁할 때 자연스럽게 ‘플리토 해봤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이요. 유저 수가 1000만을 넘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 201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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