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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째 화훼 농사짓는 구광회씨

국화 재배로 연매출 5억원 넘긴 청년 농부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장현리. 가구 수도 많지 않은 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국화 농사 하나로 억대 매출을 올리는 청년 농부가 있다. 올해 서른여섯 살인 구광회씨가 그 주인공.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을 지키며 2대째 꽃 농사를 짓는다. 아버지의 농장을 물려받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별화해 규모를 키우고 품종을 바꾸어 몇 해 전부터 꾸준히 매출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5억원을 넘겼다.
그의 고향이기도 한 적성면 일대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백합 수출로 이름을 날리던 대규모 화훼단지였다. 영농조합 형태로 주민 대부분이 백합 농사를 지었다. 그의 아버지 구용서씨도 3306㎡(1000평) 규모의 화훼농장을 운영하며 백합을 재배했다. 전성기 때만 해도 ‘100만불 수출탑’을 받는 등 적성화훼수출단지는 일본으로 팔려 나가는 품질 좋은 백합 생산의 전진기지였다.

그러던 어느 해, 외국에서 들어오던 구근이 식재도 되기 전 배에서 해동돼 싹이 나는 사건이 터졌다. 백합이 곧게 자라지 않으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팔 수 없다. 농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구근을 모두 폐기 처분해야 했다. 이미 구근 값으로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빚을 내 지불한 농가들은 일제히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많은 농가들이 백합 농사를 접었다.

그 무렵 그는 농수산대학 화훼학과를 졸업하고 아버지를 도와 꽃 재배에 뛰어들었다. 백합은 걷어내고 대학시절 전공이었던 장미에 도전했다. 하지만 노지에서 키우다보니 품질이 좋지 않았고, 순도 자주 잘라주어야 해 손이 많이 갔다. 몇 차례 실패를 겪은 후 찾은 것이 국화였다. 국화 역시 재배 경험이 없어 한동안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농장 견학,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국화 농사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게 되자 규모를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아버지의 농장만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다. 마침 백합작목반에서 10년간 장기 임대해 쓰던 땅이 작목반이 해체되면서 임대 매물로 나왔다. 덕분에 아버지의 농장까지 총 1만6530㎡(5000평)의 부지를 확보했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9917㎡(3000평)의 비닐하우스에 연중 출하가 가능한 시설을 갖추었다.

“시설투자비가 적잖이 들었지만 덕분에 1년 내내 국화를 수확해요. 국화가 자연 개화하는 시기는 7~8월부터 10~11월까지입니다. 연중 수확이 가능한 것은 온도・습도를 맞추고, 조명과 암막 커튼을 이용해 낮과 밤의 길이를 인공적으로 조절하면서 개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에요. 20일 간격으로 계속 꽃을 심기 때문에 묘종부터 수확이 끝난 것까지, 비닐하우스마다 다양한 형태가 있어요. 낮과 밤을 유지하는 시간도 잘 지켜야 합니다. 이 균형이 깨지면 꽃이 안 피거나 너무 많이 피어서 문제가 되거든요. 특별히 공부해서 배웠다기보다 13년 동안 하다보니 절로 터득되더라고요.”

그는 “국화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충해 예방”이라고 말한다. 한번 병충해가 돌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시장에서의 신뢰도도 떨어져 저농약 성분의 약재를 꾸준히 뿌리면서 사전 예방에 주력한다. 전문 컨설팅 기관에 의뢰해 토양에 맞는 액비(물거름)와 약품을 찾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같은 땅이지만 비닐하우스마다 조금씩 성분의 차이가 있어 토양을 검사하여 부족한 영양분은 액비로 채운다.

이처럼 정성을 쏟은 덕분에 그의 농장에서 생산된 국화는 꽃이 풍성하고 꽃잎이 싱싱해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인기가 높다. 일교차가 심한 북쪽 땅에서 자란 덕분에 색깔도 선명하다. 꽃이 귀한 겨울철에는 그를 찾는 사람이 더욱 많다. 그에게는 ‘농한기’가 없다. 졸업과 입학 시즌이 끼어 있는 2월과 3월은 연중 가장 바쁜 시기다.


농업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분야


부지런한 농부인 그는 여름이면 오전 5시 반이면 일터로 나오고, 겨울에도 7시면 작업을 시작한다. 매일 아침 꽃을 수확해 저온저장고에 보관하고, 1주일에 세 번은 양재동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화훼경매장으로 꽃을 실어 보낸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 3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부모님도 틈틈이 일손을 돕는다. 특히 오랫동안 화훼농사를 지었던 아버지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여러 동의 비닐하우스를 분주하게 돌아보는 그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성과가 있어 즐겁다”며 웃었다.

“일한 만큼 대가가 돌아오잖아요. 한동안 실패만 거듭할 때는 ‘계속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자리가 잡히면서 해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출이 4000만~5000만원씩 올랐어요. 그걸 보니 힘이 나고, 일하는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제가 얼마 전 아들을 얻었거든요. 아이가 원한다면 이 일을 물려주고 싶어요. 저희 아버지가 그렇게 하신 것처럼, 저는 곁에서 아들을 돕고 아들은 농장을 더 크게 키워 3대를 잇는 화훼농장을 만들면 좋겠어요.”


그는 “농업도 경영이 필요한 시대”라며,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견학 차 유럽에 갔을 때 농민들의 소득이 높고, 삶의 질도 높은 것에 놀랐다”며, “선진국에서는 농업이 이미 미래 유망산업으로 꼽히고 있고, 정부 지원도 많다는 설명을 들으며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땅의 정직함을 믿으며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청년 농부 구광회씨. 그의 모습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읽는다. 농업에 도전하는 청년이 늘고 있고, 그의 모교인 농수산대학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으니, 그를 롤 모델로 삼는 후배들이 많아질 것이란 즐거운 상상과 함께.
  • 201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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