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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러가 된 서강대 학생 박동혁

나는 왜 프로레슬링에 미쳤나

글 :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 사진 : 김선아 

원래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했고,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진학했다. 모든 것이 안정적이고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새내기 시절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Beyond the Mat〉. 이 영화는 프로레슬링 매트의 바깥세상을 조명한다. 프로레슬링은 천문학적인 돈이 오고가는 하나의 산업이다. 화려하다. 링 위에 서 있는 챔피언의 모습은 멋지다. 최고다. 하지만 링 밖의 모습은 다르다. 처절하다. 많은 선수들이 영광스러운 시절을 뒤로한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 잊히지 않으려 애쓰는 선수들의 모습은 보기 안쓰럽다. 가족과의 불화, 부상 등 무대 밖 세상은 그들에게 그리 녹록지 않다. 혹독하다. 중학생 시절 멋모르고 봤을 때의 프로레슬링 세계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꾸준히 링 위에 오른다. 그리고 경기를 펼친다. 그들에겐 꿈이 있다. 무대가 있고 관중이 있다. 챔피언 벨트와 스포트라이트는 중요치 않다. 프로레슬링 그 자체가 좋아서 링 위에 오른다. 나는 그 모습에 매료되었다. 매 순간을 순수하게 즐기는 모습이 멋졌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프로레슬링에 미쳤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다. 좋은 대학에 다닌다는 애가 갑자기 프로레슬링을 한다니.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해온 것도 아니었으니까. 부모님은 결사반대를 외치셨다. 프로레슬링이 단순한 취미 이상으로 변해가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친구들도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 결심은 확고했다. 영화 속 선수들처럼 내가 걷는 길에 보람을 느낀다. 외적인 보상은 중요치 않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뿐이다. 재작년 KBS 예능 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에 출연해 가면을 벗고 당당히 프로레슬러임을 커밍아웃했다. 내가 속한 이 세상에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당당히 드러냈다. 나란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의지를 되새기기 위해 나 자신과 사회에 약속을 했다.

내가 현재 속해 있는 PWF(Pro Wrestling Fit)는 국내에 몇 남지 않은 프로레슬링 단체다. 2008년 여름에 들어가서 햇수로 6년째 함께하고 있다. 입단 당시 김남석 대표님은 일단 같이하면서 보자고 말씀하셨다. 아마 대학생이 버티면 얼마나 버티겠는가, 의심 반 기대 반이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2011년 PWF가 공식 설립되고 올해 첫 대회를 열 때도 함께했다. 이제는 대표님과 나 말고도 3명의 선수가 더 있고, 연습생도 한 명이 생겼다. 내 청춘을 다 바친 곳이기에 PWF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감회가 남다르다.


김남석 대표님은 참 고마운 분이다. 2009년 부모님의 반대가 거세 잠시 휴식기를 가질 때가 있었다. 당시 나를 짓누르던 것은 부담감이었다. 프로레슬링 연습생이지만 대학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학업과 훈련, 현실과 꿈,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었다. 모두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그곳에서 날 해방시켜준 사람이 대표님이었다. 대표님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부담 갖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이었다. 내게 위안의 말을 건네준 사람은. 그리고 그 말은 나를 프로레슬링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지난 1월 11일 PWF 첫 대회 ‘슈퍼노바’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좁은 체육관이 관객들로 가득 찼다. 스무 명이 약간 넘는 적은 수였지만, 우리 경기를 보러 멀리 일산 외곽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했다. 그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다. 기술을 시도할 때마다 들리는 환호 소리. ‘신인인데 이런 환호를 받아도 되나?’ 나는 더욱 흥분했고, 하고 싶었던 기술을 마음껏 쓰며 경기를 즐겼다.

비록 패배했지만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맛보았다. 경기가 다 끝나고 한 팬에게 사인을 해주던 얼떨떨한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흔히 사람들은 프로레슬링이 한물갔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미국에서 WWE가 수익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꾸준하게 그 위치를 지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가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잘 살릴 수 있다면, 프로레슬링은 충분히 국민스포츠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것이 내 꿈이다.

프로레슬링은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짜 스포츠’다. 정해진 루틴이 있지만, 링 위에 올라간 이상 모든 것은 실제로 이루어진다. 다른 스포츠 못지않은 긴장감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스포츠에 공연이 결합되어,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전혀 다른 매력으로 나타난다. 프로레슬링에서 승부와 전적은 중요하지 않다. 비록 지더라도 경기과정이 강렬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긴 것이다. 순수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PWF 슈퍼노바는 앞으로 2주 단위로 계속 진행된다. 5명의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뽐낼 것이다. 그중에 내가 있다.

어느 길에나 장애물은 있다. 어디에나 한계는 존재한다. 즉, 다른 길을 걷는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할 순 없다.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프로레슬러의 길이 험난할지라도 그 걸음을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나는 내 길을 걸을 것이다.

내 이름은 Mad One, 프로레슬러다.
  • 201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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