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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재상 수상한 대학원생 정다미

일곱 살 때부터 새와 사랑에 빠졌어요

글 :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 사진 : 김선아 

촬영협조 :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
2013년이 가기 전 그는 뜻깊은 선물을 하나 받았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라간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인재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최종합격 연락을 받고도 실감이 안 났어요. ‘내가 정말 인재인가?’ 그런데 동네 분들이 마을 어귀에 걸어놓은 축하 플래카드를 보니까 실감이 나더라고요(웃음).”

《한국의 조류》는 하도 많이 봐서 닳았다. 그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곱 살 때였다. 집 마당에서 죽은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부리가 길고, 깃털무늬가 마치 호랑이 같았다. 난생처음 본 새가 궁금했던 그는 곧장 방으로 들어가 조류도감을 꺼냈다. 고사리 손으로 한장 한장 넘기다 그 새가 바늘꼬리도요란 것을 알았다. 그 이후로 그는 심심하면 조류도감을 봤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의 이름과 습성을 아는 것이 재미있었고, 보지 못한 새들은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가끔 책에서 처음 봤던 새를 집 앞 공릉천에서 발견할 때면 누구보다 신이 났다. 책이 닳을수록 그의 머릿속은 새에 관한 지식으로 가득 찼다.

“본격적으로 탐조 활동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예요. 엄마를 따라갔던 미용실에서 잡지 기사를 하나 봤는데, 독수리 떼가 농약으로 죽은 기러기를 먹고 2차 감염이 돼서 죽었다는 내용이었어요. 하늘의 제왕이 싸늘하게 죽은 채로 사람 손에 들려 있는 모습이 참 비참해 보였어요. 그때 처음 생각했죠. 새들을 보호해야겠다고.”

그는 현재 이대 자연사박물관에서 박제를 배우고 있다. 새 피를 빼내고 비린내를 참아야 하지만, 그는 이 시간이 즐겁다.
쌍안경과 망원경, 그리고 캠코더. 이 단출한 장비를 들고 그는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림과 사진이 아닌 두 눈으로 직접 새를 보고 싶었다. 대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새를 만나고 싶었다. 새를 만날 때면 매번 사진을 찍고 관찰일지를 작성했다. 400mm 망원렌즈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사진을 찍는 것 외에도 궁금한 점을 직접 공부하고 연구하며 점차 ‘새 박사’가 되었다. 강남 갔던 제비가 정말 돌아오는지 궁금해 직접 둥지를 만들었고, 수리부엉이가 먹이를 먹고 소화되지 않는 뼈와 털은 도로 뱉어내는 펠릿을 분리, 분석, 재조립하여 먹이 습관을 유추해보았다. 각 연구 결과는 <제비의 귀소본능에 대한 연구>와 <수리부엉이의 펠릿(토사물)을 통한 먹이 분석 및 소화특성 연구>라는 이름으로 전국과학전람회에서 특상과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참고로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최연소로 한국야생조류협회 정회원이 되었다.

“주위 분들의 도움이 컸어요. 집 주위가 논밭이라 죽은 새나 깃털, 둥지, 알이 쉽게 발견되었는데, 그럴 때면 이웃 분들이 제게 다 가져다주셨거든요. 처음 본 새가 나타나면 바로 연락을 해주시고.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웃음), 신경 써주신다는 게 감사했죠.

저는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엄마의 교육철학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거였거든요. 부모님 두 분 다 나중에는 제가 그만둘 줄 아셨지만, 꾸준히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도 그냥 믿고 응원해주셨어요. 근데 저는 속만 썩여드렸어요. 탐조를 하다보면 위험할 때가 많아요. 수리부엉이를 연구할 때는 절벽에 가까운 바위산을 매주 가니까 아버지가 울먹이시면서 어떻게 그런 데까지 다니느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정말 죄송스러웠죠. 근데 어쩌겠어요. 제가 원체 겁이 없는 걸. 나중에는 암벽등반을 전문적으로 배워볼 생각도 하고 있는데(웃음).”

댕기물떼새.
탐조는 인내의 연속이다. 언제 새가 모습을 보일지, 어떻게 움직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기다려야 한다. 하루 반나절은 기본. 수리부엉이의 울음소리를 연구하기 위해 며칠 밤 텐트를 치고 잔 적도 있다. 기다림은 새로운 새를 만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준비과정이다. 그는 그 과정을 차분히 즐긴다. 갈색양진이를 보러 갔던 부산 금정산에서 그는 엄지손가락이 차문에 끼여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지만, 깁스를 한 채로 한 시간 반 동안 산을 탔다. 그리고 산꼭대기에서 몇 시간 동안 추위를 견뎠다. 마침내 그 새가 나타났을 때 그는 그 아픈 손가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몽골에 일주일간 탐조하러 갔던 게 기억에 남아요. 5~6월이었는데, 그때는 우리나라에 월동하러 오는 기러기・고니 등이 번식하는 시기예요. 우리나라에서 평생 보지 못할 장면을 많이 봤죠. 하루는 습지에서 탐조를 하는데, 개구리매가 뭔가를 물고 안쪽으로 들어가더라고요. 물이 허리까지 차는데 따라가봤더니 둥지가 있고 알들과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새끼 새가 그 안에 있었어요. 해가 위에 있어서 제 그림자가 둥지를 덮었는데, 그 그림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니까요.”

쇠부엉이.
하지만 현실은 아름답지 않다. 도시화・산업화 속에서 새들은 집을 잃고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공릉천에서 농약에 중독된 큰말똥가리를 긴급 구조했지만 병원에 도착하기 직전에 피를 토하며 죽는 모습을 보며 그는 독극물 중독이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큰 문제란 것을 깨달았다. 그 외에도 로드킬이나 불법수렵 등 도처에 위험요소가 가득하다. 새들은 점차 이곳을 떠나고 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탐조 활동이 증가하면서 조류 서식지가 점차 파괴되고 있다는 거예요. 일단 사람이 너무 많고, 대부분 별 생각 없이 소리를 지르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수풀을 짓밟고 다니기 때문에 새들의 서식지가 거의 쑥대밭이 됩니다. 이듬해에 새들이 그 지역을 찾지 않을 정도로. 거기다 좋은 사진을 찍겠다고 새를 붙잡아 다리에 줄을 묶는 사람도 있으니…. 하루 빨리 이 심각성을 모두 알아야 해요.”

제비.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강의를 하고 사진전을 열었다. 파주시 중앙도서관, 일산 한뫼도서관, 연세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자신과 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구상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새’를 잊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맨 앞줄에는 항상 아이들이 앉아 있어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한마디 한마디 귀 기울여 들어요. 궁금한 게 있으면 손을 번쩍 들어서 질문하고. 끝나면 저처럼 새를 연구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럴 때면 사명감이 생겨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야겠다.’ 후계자가 생긴 셈이잖아요. 제가 좋은 모습을 보여야 그 아이들이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테니까요.”


그는 올해 이대 일반대학원 에코과학부에 진학했다. 조류학자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학부에서의 공부는 생각과 많이 달랐어요. 제가 공부하고 싶었던 건 조류학인데, 학부에서는 그런 과목이 개설조차 안 됐거든요. 직접 새를 연구할 여건도 아니었고. 하지만 분자생물학이나 생태학 등 기초를 쌓았기 때문에 대학원에 가서 심도 깊은 연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꼭 조류학자가 될 거예요. 다른 길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지금까지 한우물을 판 게 아깝잖아요(웃음). 그 꿈을 이루면, 나중에 작은 카페를 하나 열어볼래요. 새를 모티프로 한 작은 카페. 제가 찍은 사진도 걸어놓고, 새도 기르고 하면 재밌지 않을까요?”
  • 201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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