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스페인에서 컨설팅회사 대표로 활약하는 서미희

스무 살, 그리고 서른 살의 도전이 나를 만들다

글 : 이선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1 스무 살,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을 찾다

1999년 12월, 이화여대 심리학과 1학년 서미희는 시드니 공항에 내렸다. 대학 입학 후 1학기만 다니고 휴학을 했던 그는 과외 아르바이트에 캐디까지 하면서 여행경비를 모아 호주여행을 나선 길이었다. 대학생활은 그에게 행복을 선사하지 않았다. 잘 차려입은 예쁜 여대생들 사이에서 자꾸 주눅이 들었고, 자신을 사랑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호주에서는 누구나 자신 있게 자기 자신으로 살고 있었어요. 앞니가 다 빠진 중년남성이 ‘난 정말 잘 생겼어’란 태도로 말을 걸고, 할머니들도 당당하게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다녔죠. 그곳에서 해방감,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매력은 외모보다 그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와 밝은 표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에든버러 축제 때.
부모에게 “한 달만 있다 오겠다”고 하고 떠난 여행은 8개월로 늘어났다. 여행계획을 그린 그림을 가지고 이민국을 찾아가 설득해 비자를 연장했고, 농장체험 등을 하면서 호주 구석구석뿐 아니라 뉴질랜드까지 누비다 돌아왔다.

“어학원 비용을 아끼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세우고 발음을 교정해달라 했습니다. 한자리에서 그렇게 사흘을 있었던 적도 있어요. 체스를 두는 할아버지들과 대화하면서 영어를 익히기도 하고요. 레스토랑 서빙, 접시닦이, 새벽청소 같은 아르바이트로 여행경비를 벌었는데, 신분이 불안정해 임금을 떼이기도 했죠.”

인도 사막에서.
2000년 여름, 그는 레게머리를 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행은 이어졌다. 2000년 말부터 2001년 초까지 두 달 동안 동남아, 2002년에는 8개월 동안 유럽과 러시아・몽골・중국을 거쳐 돌아왔다. 2003년에는 두 달간 인도와 네팔을 여행했다.

“스페인에서 6개월 동안 어학연수를 하겠다는 계획으로 떠났는데, ‘여행이나 하자. 어학은 길에서 배우면 되지’로 바뀌었죠. 떠날 때 수중에 200만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길에서 노점을 하면서 여행경비를 벌었습니다. 한국에서 싸들고 간 유리공예에 캐리커처나 별자리를 그려줬는데, 인기가 많았지요.”

그는 호주에서 돌아온 직후 이대 앞 유리공예 공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밀리터리 룩으로 멋지게 차려입는 남자가 코를 뚫고 다니는 그를 ‘알아보고’ 공방으로 데려갔다. 중고등학교 시절, 미대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그는 그곳에서 그림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유럽여행에서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에든버러 페스티벌 기간에 처음 노점을 했는데, 2시간 만에 200파운드를 벌었어요. 파리에서도 팔고, 바르셀로나에서는 거리에서 인형극을 하는 이스라엘 친구를 만나 함께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두 달 동안 스페인 전역을 돌았죠.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었기에 노점은 하루 2~3시간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친구가 묻는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까?’라고 자문한 후 감행했다.

“친구가 묻는다면 ‘네가 여기까지 와서 그걸 안 해본다면 억울하지 않겠어? 인생 뭐 있어?’라고 말해줄 것 같았거든요.”

런던을 통해 유럽에 들어간 그는 체코에서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까지 간 후 바이칼호수를 끼고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다. 그리고 다시 몽골・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대학 입학금은 대주겠지만, 나머지는 스스로 해결하라”는 부모의 말을 그는 그대로 지켰다. 스스로 학비를 벌어가며 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여행으로 자신을 확장했다.


#2 강도 높은 직장생활로 자신을 단련하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그는 강도 높은 직장생활을 했다.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삼성전자 기획팀에서 6년을 꼬박 일했다. 미국 회계사 자격증까지 따면서 취업준비를 해 삼성전자에 들어갔을 때 그의 부모조차도 ‘네가 한두 달이나 버티겠느냐?’며 의구심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자유로운 영혼이 빡센 조직생활에 잘 적응할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2년만 버티자’는 각오로 일했는데, 2년을 버티고나니 그다음에는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뭐든 네모 반듯해야지 비뚤어지거나 삐져나온 것을 그대로 볼 수가 없고, 와인 한잔을 마셔도 색깔 배합을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밤을 꼴딱 새우고도 바로 눈이 떠지고. 제가 상사 복이 많아서 ‘위축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라’는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신나게 일한 시절이죠.”


#3 서른 살,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다

리스본 아파트 - 소소한 따뜻함이 있는 인테리어.
2010년 8월, 그는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서른 살을 맞아 삶의 휴지기를 가지고 싶었다.

“결혼하고 애가 생기면 자유로운 시간을 갖기 힘들 텐데, 나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바르셀로나대학 MBA과정에 들어갔다. 스페인은 미국에 비해 학비가 싼데다 살아보고 싶은 나라였다. 공부를 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언어도 익히고 싶었다.

“발표를 하든, 리포트를 내든 전 세계에서 온 학생 중 유독 제가 돋보이는 거예요. 보고서라면 이골이 나도록 만들어봤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게 없었죠. 돌이켜보니 삼성전자 기획팀에서 있었던 시간이 돈 받으면서 훈련도 받았던 거더라고요.”

바르셀로나 - 햇살 좋은 테라스.
교수는 “계속 공부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고, 2011년 6월 그는 삼성전자에 사표를 내고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부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2012년 컨설팅회사인 ‘OASTA Consulting’을 설립, 아시아 시장에 관심 있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시작했다. 벌써 고객사가 10여 곳에 이른다.

“저희는 직원이 100명에서 200명 사이인 탄탄한 강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 회사가 발전해나가는 데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 기업하고만 일하죠. 아니면 거절하고요. 그게 소문이 나더라고요. 그 때문에 저하고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베를린 아파트 - 심플, 베이직.
그는 스페인 여성경영자모임으로부터 강연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데다, 스스로도 컨설팅회사를 운영해 이론과 현장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아시아 여성이 사업가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제가 대처하는 방식은 주로 ‘직구’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데 그 회사 임원이 말을 뚝 자르고 ‘저렇게 어린 동양여자에게 일을 맡길 수 있겠어?’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그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PT를 계속했죠. 그 임원은 머쓱해지고요. 첫인상이야 어땠든 결국 실력으로 보여주면 설득이 됩니다. 고객이 은밀하게 저녁을 먹자고 할 때는 ‘저는 고객과 저녁을 먹지 않습니다’란 말로 단칼에 자르죠.”

스페인 여성경영자들은 그의 이런 노하우까지도 듣고 싶어 한다.

“저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는 것, 가르쳐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도전해온 것들을 한국의 젊은 친구들에게도 전해줄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지금 그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epilogue 여행의 꿈을 실현시키는 ‘Way to Stay’

파리 아파트 - 조각 마루와 하얀 긴 창.
스페인에서 그가 처음 손을 잡은 고객사는 ‘웨이투스테이(Way to Stay)’다. 웨이투스테이는 여행을 사랑하는 네덜란드인 로널드와 마이클이 2004년 바르셀로나로 이주하면서 바닷가 근처 자신들의 집 안에 있는 테라스를 여행객들과 공유한 데서 출발했다. 이들은 여행자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좋은 위치에 있는, 현지 느낌이 가득한 집들을 통째로 빌려주는 아파트 렌털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암스테르담・바르셀로나・베를린・브뤼셀・부다페스트・피렌체・이스탄불・리스본・런던・마드리드・파리・프라하・로마・세비야・발렌시아・빈 등 유럽 16개 도시 4000여 군데의 아파트를 임대서비스하고 있다.

“웨이투스테이는 플랫폼만 제공하면서 여행자와 집주인이 직접 거래하게 하는 다른 숙박공유 서비스와는 다릅니다. 아파트의 위치와 상태를 보고, 집주인과의 인터뷰 등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쳐 사이트에 올리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조언하면서 퀄리티 컨트롤을 하지요. 예약상담부터 체크아웃까지 전 과정, 아니 그 이후까지 책임집니다.

피렌체 아파트 - 고풍스럽고 웅장한 앤티크풍 인테리어.
지역별 매니저가 여행자를 직접 만나 열쇠를 건네고, 사소한 문제까지 해결해줍니다. 낯선 도시에서 내가 묵을 집을 찾아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매니저가 골목까지 나와서 기다리다 손을 흔들며 반기는 모습, 저는 이 장면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매니저는 가까운 마트나 맛있는 레스토랑도 알려주지요. 주방시설이 갖춰져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데다 같은 급의 호텔보다 숙박비가 쌉니다. 그 도시의 주거공간 속으로 들어가 현지인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지요.”

그가 좋아하는 리스본의 한 아파트는 노부부가 아들 내외가 살던 집을 여행자에게 빌려주는 곳이다. 건축공부를 하던 아들이 자신의 감각에 맞게 뜯어고친 독특한 공간으로, 다른 지역에 사는 아들 가족이 찾아올 때를 빼면 여행자들의 차지가 된다. 웨이투스테이에서 이렇게 이야기가 담긴 개성 넘치는 집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웨이투스테이의 매력을 체험했던 그는 그 회사를 찾아가 ‘한국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 개설’을 제의했고, 2012년 7월 론칭했다.

프라하 아파트 - 빨간 지붕.
한국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한국인 전담직원을 두고 고객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을 통한 입소문을 타고 이용고객이 늘고 있다.

신혼부부, 은퇴한 중년부부들이 특히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마케팅과 관리를 전담하며 한국시장을 총괄하는 그에게 “그렇다면 ‘웨이투스테이 한국대표’라고 직함을 말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명함에는 ‘Korea Project Lead’라고 되어 있는데. 창립자들도 대표라는 말은 쓰지 않거든요. 그냥 매니저일 뿐이지. 인턴사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정도로 권위의식이 없어요. 스페인 의사가 초대해서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리의 악사, 앰뷸런스 기사 등이 친구로 초청받아 왔더라고요. ‘너희 나라에는 계층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저를 이상하게 보면서 ‘직업은 직업일 뿐인지, 무슨 계층이 있느냐’고 하더라고요. 그게 스페인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 2014년 0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