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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 위해 전공 설명해주는 대학생 멘토들
‘위메이저(WeMajor)’

우리 학과에서 뭘 배우는지 알려드려요

글 :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 사진 : 김선아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입학 때 자신이 뭘 전공할지보다는 학교 이름을 보고 점수에 맞춰 지원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만 해도 전공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해 언론정보를 복수 전공했어요. 주변에 전과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아이러니한 것은 그 과의 공부를 계속하기 어려워서 전과를 하려는 것인데, 전과나 복수전공을 하려면 학점이 높아야 한다는 거죠.”
대학에서 발표 관련 수업을 듣던 최원준씨는 발표를 봉사와 접목시킬 일을 찾았다. 그러다 자신처럼 사전지식 없이 대학 전공을 선택할 고등학생들을 위해 대학생들이 학과 설명을 해주면서 진학 상담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H2’라는 서울대 학내 동아리를 만들고, 6개월간 고등학교를 찾아다녔다. ‘위메이저’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저희가 서울대생이라는 이유로 찾아가는 학교마다 ‘점수 잘 올리는 법’을 알려주길 기대하더라고요. 학생들도 위축이 돼서 다른 건 물어볼 생각을 못하고요. 서울대로 한정하면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 같아서 서울권 대학들의 연합으로 동아리를 확대했지요.”


지난 3년간 15개 대학의 250여 명이 위메이저 멘토로 활동했다. 전공 선택의 어려움은 대한민국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슈라 많이 모일 수 있었다.

“저는 수학이 좋아 이과를 선택했어요. 별 생각 없이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했는데, 처음에는 안 맞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진로와 관련해서 고민도 많이 하고 상담도 많이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위메이저에 들어왔어요.”(김정찬)

“요즘에는 학과 이름을 현란하게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고 싶었어요.”(전수민)

현재 위메이저는 4개의 조를 운영하고 있다. 각 조에는 되도록 다양한 전공생들을 배정한다. 정기적으로 조별 모임을 가지면서 일정을 조정하고 발표준비를 한다. 한 조가 한 학기 동안 고등학교를 방문하는 횟수는 적게는 3번에서 많게는 8번.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학과를 사전 조사하고 방문한다. 학교 방문에서 만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종종 강연 콘서트도 연다. 다양한 학과를 한꺼번에 설명하기 때문에 문과・이과를 정하지 않은 저학년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콘서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학 동아리들의 공연도 펼쳐진다.

2012년 부평고등학교 방문.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먼저 연락이 오지만, 처음부터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 서울지역 고등학교 리스트를 뽑아서 공문을 보냈어요. 저희 활동에 대해 설명하는 컨퍼런스를 연다는 내용이었어요. 마치 사업 설명회처럼. 선생님들에게 먼저 단체를 알리고 그래야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한 분도 안 오셨죠(웃음).”(윤현정)

“잘못 생각했던 거죠. 어떤 선생님이 난생처음 들어보는 단체의 컨퍼런스에 오시겠어요. 그 뒤론 방법을 바꿔서 직접 전화를 걸었어요. 목소리를 듣고 통화하다보니 한 분씩 와보라고 하시더라고요.”(최원준)

전공 소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관심이다. 최대한 주의를 끌어야 한다. 질문도 던지고 뜬금없이 가위바위보도 한다. 유치해 보이지만 눈높이를 맞춰야만 올바른 멘토링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집중하지 않아요. 맨 뒤에 앉아서 욕하기도 하고, 딴짓하거나 화장하는 친구들도 있고. 그럴 때는 화내는 것보다 받아주는 게 중요해요. 센스 있게 받아치는 거죠.”(윤현정)

“발표 자료에 아이돌 사진을 반드시 넣어야 해요. 요즘엔 남고를 간다면 수지, 여고를 간다면 EXO가 필수죠. 아니면 최신 유행 개그라도 집어넣어야 해요.”(김정찬)

2013년 대구 진학진로박람회.
그럼에도 위메이저의 성과는 결국 발표에 달려 있다. 올바른 정보를 얼마나 재미있고 쉽게 전달할 것인가. 멘토들은 처음부터 다시 전공을 공부한다. 직접 자료를 만들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수정한다.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연습을 하고, 훈련한다.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을 참고해 직접 만든 교재는 위메이저가 추구하는 발표 형식을 잘 담고 있다.

“마스터해야 그 전공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전공 교수님은 고등학생들에게 피부에 닿게 설명하긴 어려워요. 입장이 다르거든요. 지금 학과 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생이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식으로 생활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생생하게 전달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최원준)

12개 도시, 60여 개 고등학교, 120여 회 발표. 위메이저는 지금까지 2만여명의 학생을 만났다. 멘토링은 학교를 떠나서도 꾸준히 이루어진다. 게시판에는 학생들이 올린 후기들이 다양하다. 멘티였던 고등학생이 대학교 진학 후 멘토가 되는 경우도 있다.

“대구시 교육청 캠프에서 만났던 친구가 있어요. 스마트폰에 빠져 공부를 소홀히 한다고 어머니가 속상해하던 아이였는데, 서울에 올라왔을 때 대학 구경도 시켜주고 대학생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죠. 그 후 그 친구의 어머니가 저희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리셨는데, 아들이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꾸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하셨어요.”(안수명)


그 글에는 “만리장성처럼 느껴졌던 스마트폰의 벽이 멘토분들을 만나 허물어졌다”고 쓰여 있었다. 부모도, 담임교사도 하지 못했던 일을 ‘형’이 해낸 것이다. 그들은 더 많은 학생들의 ‘형’ ‘언니’가 되고 싶다고 한다.

“이제 지방으로 위메이저를 확장해야죠. 지방대와 연합하면 그 지역 고등학생들에게 더 쉽게, 자주 찾아갈 수 있거든요. 학교가 아닌 전공에 대한 설명이니까 서울로 진학하려는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되고요.”(최원준)

“지금은 무산되었지만 어플을 만들고 싶어요. 예전에는 발표 영상을 올리는 것과 메시지 기능만 생각했는데, 학생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김정찬)

아직도 많은 고등학생들은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한다고 하니 ‘그냥’ 대학에 간다. 아무런 꿈도 없고, 그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도 모른 채 ‘그저’ 사회의 기준에 맞춰 진학한다. 위메이저는 그들에게 길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정보를 준다. 그들이 체감한 경험을 일러준다. 그 조언이 변화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저희가 100% 완벽한 정보를 전달하는 건 아니에요. 학생들이 한 번 더 고민하고 더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김정찬)
  • 201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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