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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킷리스트 릴레이] 배순탁 음악평론가

나는 강자를 꿈꾼다

대부분의 남자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무술 영웅을 동경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장년들이 어린 시절 이소룡의 ‘아비오~!’ 하는 기합소리에 열광하며 환호를 보냈던 것처럼, 나를 포함한 우리 때 청소년들은 이연걸의 무술 동작 하나하나에 감탄사를 내뱉으며 어설프게나마 그것을 따라 하곤 했다. 〈황비홍〉 〈동방불패〉 〈태극권〉 등 이연걸이 출연했던 영화들은 그 시절 ‘무영각’을 흉내 내느라 방바닥과 ‘부비부비하면서’ 얻었던 경도 화상처럼 아직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는 정신적 불주사 자국들이다. 결코 지워질 수 없는 흔적들, 그리고 소중한 추억들.

그러나 내 어린 시절을 관통했던 단 하나의 무술은 <황비홍>의 ‘불산무영각’도, 성룡의 화려한 ‘애크러배틱 액션’도 아니었다.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접했던 만화 《권법 소년》의 ‘팔극권(八極券)’이 아직도 내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최고의 무술이다(그러나 이 만화의 원작자인 마츠다 류이치는 팔극권 계보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만화책에서 표현된 팔극권은 우선 중국에 실존한다는 사실부터가 그 이전의 무술 만화들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팔극권에 완벽하게 매혹된 나는 어머니를 졸라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노사(老師)에게 방학을 이용해 팔극권의 기본을 사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팔극권이란 어떤 무술인가. 팔극권은 중국 하북성 창주에서 태어난 무술이라고 전해진다. 중국 현대 무술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이서문에 의해 널리 알려져 아직까지도 현존하는 최강의 실전 무술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몇 년 전, 국내 모 방송사에서도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했을 만큼 이제는 전 세계인이 동경하는 무술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참고로 초유명 격투 게임 버추얼 파이터의 주인공 ‘아키라’의 경우 게임 속 동작들을 오씨개문팔극권의 오련지 노사가 직접 감수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바닥(?)에서 화제를 모았으며, 얼마 전 개봉한 왕가위의 영화 〈일대종사〉에서 ‘장첸’이 연기한 일선천이 바로 팔극권사다.

중국에서는 무술을 일컬어 ‘공부(功夫, 쿵푸)’라고 한다. ‘열공’한다고 할 때의 공부(工夫)와는 한자가 다르지만, 어쨌든 쿵푸도 남과 싸우기 위함이 아닌 ‘배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그렇듯, 나 역시도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쿵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수들은 말한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무술을 공부하는 것뿐이라고. 고작 초등학생 따위가 팔극권을 ‘공부’했던 6개월 동안 내 중심의 뭔가가 충일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 복잡한 생각 따위는 날려버리고 오로지 내면에만 100% 집중하는 단계 같은 것을 느꼈을 리 없다. 그래서 오늘도 소망한다. 언젠가 하북성 창주에 가서 아니 대한민국에서라도 짬을 내어 팔극권을 다시 배우고 싶다. 내 나이 어느덧 서른일곱 살. 누군가와 싸우기 위함이 아닌, 그저 나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찬찬히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좀 더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다. 고수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심지어 우주와 합일(合一)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거기까진 글쎄, 바라지도 않는다.
다음 버킷리스트는 에드워드 권 셰프가 이어갑니다.
  •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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