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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골목 카페에 들어온 나라 요시토모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복권방과 횟집, 오래된 목욕탕을 품은 연남동 골목길. 세련된 회색 벽이 이질적인 갤러리카페에 홀리듯 들어섰다. 챕터 투(CHAPTER Ⅱ). 발길 가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흐르다 보니 카페 정원에 서 있는 단발머리의 커다란 소녀상을 마주하게 된다.

화난 듯 슬픈 듯 감정을 알 수 없는 눈매, 뾰로통한 입, 납작한 코…. 일본 팝아트의 거장 나라 요시토모의 청동상을 여기에서 만나다니. 미지의 섬을 탐험하다 최후의 보물을 찾은 듯 눈이 커진다.

작품명은 〈Long Tall Sister〉. 높이 215cm에 달하는 대형 브론즈 작품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재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조각 시리즈 중 하나로,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우둘투둘한 점토 표면에 작가의 손길이 고스란하다. 작품이 뿜어내는 특유의 서정성이 마음속 깊이 웅크린 동심을 툭, 건드린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공간, 챕터 투

챕터 투 외관. 현재 노충현 작가의 개인전 〈그늘〉이 전시 중이다. 모래내 주변을 소재로 일상 풍경의 한 단면을 포착, 자신만의 회화적 정서를 담은 이 전시는 11월 13일까지 열린다.
챕터 투는 젊은 미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갤러리바톤과 공동으로 설립한 공간이다. 학과 과정을 마치고 사회로 나아가는 젊은 미술가들에게 예술 활동의 제2장(CHAPTER Ⅱ)을 열어주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들에게 창작을 위한 스튜디오를 무료로 제공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시 기회도 준다. 이곳에 전시된 미술품 관람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내부에 들어서니 미술관인지, 카페인지 헷갈릴 정도로 다양한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영국 출신의 안토니 곰리가 인간의 신체를 소재로 만든 철골작품, 유이치 히라코의 나무인간(트리 맨), 챕터 투 레지던스 입주 작가 출신인 빈우혁의 ‘의식 속의 산책로’ 등.

챕터 투 내부. 뒤쪽으로 야외 전시 공간이 이어진다.
원형 테이블을 두고 앉아 진한 플랫화이트 한잔을 천천히 음미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작가들은 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시간을 보낸 걸까. 문밖을 나서면 펼쳐지는 치열한 삶의 공간과 갤러리의 정갈한 공간. 이 둘은 이질적인 듯 보이지만 결국 한곳으로 수렴된다. 시장 상인이든 예술가든,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다.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처음부터 위대한 사람은 없다.

유이치 히라코(Yuichi Hirako, b.1982, Japan), Yggdrasill 06, 2021, acrylic paint, wood, metal, FRP, 183 x 85 x 60cm.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b.1950, UK), ROD II, 2017, cast iron, 192 x 54 x 33cm.
“모든 위대한 예술가도 처음엔 다 아마추어였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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