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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훔친 영화人 〈19〉

나오미 왓츠 (Naomi Watts)

킹콩도 반한 우아한 아름다움

© newsis(Photo by Christopher Smith:Invision:AP)
필자가 어린 시절에 품던 ‘꿈속의 여인’이 있다. 바로 제시카 랭(Jessica Lange, 1949~)이다. 금발에 훤칠한 키(173cm), 빛나는 미소와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커다란 눈….

제시카 랭이 애초 필자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은 건 흑백 TV 시절 방영된 〈킹콩〉(King Kong, 1976)이었다. 세계 영화사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이 획기적 괴물(?) 영화에서 그는 대형 건물만 한 고릴라도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미모의 배우 지망생이었다. 킹콩 손바닥에서 제시카 랭이 “우린 어울리지 않아”라고 외친 말은 SF-괴물 장르 영화사에 남을 명대사가 아닐까 싶다. 물에 젖은 제시카 랭을 손바닥에 얹어놓은 킹콩이 거대한 손가락 끝으로 그의 옷섶을 슬슬 풀어헤치던 장면은 그 설정의 괴이함과 묘한 에로티시즘 때문인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1933년에 첫선을 보인 〈킹콩〉은 제시카 랭의 〈킹콩〉을 거쳐 2005년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만든 피터 잭슨 감독에 의해 다시 제작됐다. 이 영화에서 제시카 랭을 이은 ‘킹콩의 여인’이 바로 나오미 왓츠(Naomi Watts, 1968~)다.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2005).
피터 잭슨의 〈킹콩〉에서 나오미 왓츠는 ‘선배’ 제시카 랭과 달리 상당히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감내해야 했다. 피터 잭슨답게 워낙 볼거리에 치중한 영화라 끊임없이 달리고 굴러야 했다. 나오미 왓츠의 달리는 모습을 보고 필자는 단박 반해버렸다. 대체로 달리는 자세를 보면 운동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데, 그는 타고난 운동신경의 소유자였다.


호주 출신의 영국 배우

나오미 왓츠는 니콜 키드먼, 멜 깁슨, 케이트 블란쳇, 마고 로비, 휴 잭맨, 러셀 크로우 등과 함께 호주 출신 배우로 불린다. 하지만 나오미 왓츠는 영국 쇼어햄에서 태어나 14년 동안 그곳에서 성장한 영국 배우이기도 하다.

유명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사운드 엔지니어 출신인 아버지와 의상·세트 디자이너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났으니 예술-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피를 안고 태어난 셈이다. 영국 전역을 떠돌던 그의 가족은 아버지가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뒤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했다. 니콜 키드먼과는 시드니에서 같은 여고를 다닌 동창이다. 니콜 키드먼은 모나코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를, 나오미 왓츠는 영국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 스펜서를 연기하면서 둘 다 교통사고로 요절한 유럽 왕실 부인 역할을 맡은 공통점도 있다.

〈베로니카-사랑의 전설〉 〈꼬마 돼지 베이브 2〉 〈탱크 걸〉 등 고만고만한 영화의 조역으로 오랜 무명 생활을 하며 심각하게 전업을 고려하던 나오미 왓츠는 데이빗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 2001)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인생의 색깔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는 한 여성이 겪는 괴이한 사건의 연속을 환상과 현실을 섞어가며 보여준 이 작품은 제54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제59회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음악상 등 4개 부문 후보,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 등에 오르며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주연을 맡은 나오미 왓츠는 이 영화로 일약 세계적인 배우로 도약했다.

특히 이 영화는 제36회 전미비평가협회상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고 뉴욕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시카고비평가협회 등에서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휩쓸면서 영화평론가들이 너도나도 엄지를 치켜드는 영화로 등극했다. 그 덕분인지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선정한 ‘21세기 100대 영화’에서 대망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기막힌 호연

(왼쪽부터) 데이빗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스턴 프라미스〉(2007). 존 커랜 감독의 〈페인티드 베일〉(2006).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나오미 왓츠가 펼친 호연은 따따부따할 여지가 없는 최고 수준이었다. 같은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지방 소도시 출신 젊은 여성의 순진성, 연인의 배신에 따른 충격으로 삶의 의미마저 상실한 극도의 무력감, 배신한 연인을 죽이기 위해 전문 킬러를 고용할 정도의 막장성 절박함,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엉망인 현실과 도무지 구분하기 힘든 환상 사이를 오가는 뒤엉킨 존재감 등을 나오미 왓츠는 타고난 우수 어린 눈동자와 봄날 들꽃 같은 화사한 미소를 교차하며 밀도 있게 묘사해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야 두말할 나위 없이 〈트윈 픽스〉로 단번에 할리우드 블루칩으로 떠올랐던 데이빗 린치 감독의 작품이지만, 나오미 왓츠라는 배우 없이는 그 복잡다단하고 모호한 메시지를 절대 스크린에 담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 이후 나오미 왓츠는 여러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멕시코 신예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노골적으로 작가주의 감독으로서의 야심을 드러낸 〈21그램〉(21Grams, 2003)에서 행복한 가정주부로 지내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한순간에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는 ‘크리스티나’로 등장해 열연한 나오미 왓츠는 제76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동남아를 덮친 쓰나미의 공포를 화면에 담은 〈더 임파서블〉(The Impossible, 2012)로 제85회 아카데미에서 두 번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나오미 왓츠의 연기를 흠뻑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이스턴 프라미스〉(Eastern Promises, 2007)와 〈페인티드 베일〉(The Painted Veil, 2006)을 적극 권한다. 각각 런던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중국 농촌 오지로 들어간 젊은 영국 부인을 맡은 이 작품들에서 그는 할리우드 톱클래스 배우로서의 특장(特長)과 진면모를 십분 발휘했다. 보면 안다.
  •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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