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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 잊지 못할 여정 – 태양의 마음으로

불가리아(下)

미래의 생명에 문화의 빛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중 하나인 플로브디프의 기나긴 발자취는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로 이어진다. 이케다 다이사쿠 촬영 © Seikyo Shimbun
아름다운 / 생명의 노랫소리 / 메아리쳐서 /
평화의 여명을 / 마음에 열었도다


‘합창’은 불가리아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문화입니다. 3600개가 넘는 합창단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어린이합창단이 많다고 합니다. 불가리아와 교류할 때마다 소년·소녀가 우호의 마음을 담아 합창을 선보이곤 했습니다.

“비토샤산에서 우정의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세계로 날아갑시다”라고 노래한, 하늘처럼 청량한 노랫소리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일본 노래 ‘고추잠자리’ ‘기소부시’ ‘구사쓰부시’를 멋지게 불러준 진심에도 깊이 감명했습니다. 소피아에 이어 방문한, 가장 오래된 거리 중 하나인 ‘고성(古城)의 도시’ 플로브디프에서도 현지 소년합창단이 불가리아어와 일본어 그리고 러시아어로 노래를 불러 환영해줬습니다.

불가리아에서는 마을마다 많은 여성이 민요를 사랑하고, 세 사람 이상이 모이면 그 자리에서 합창하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어느 때는 식탁에서 활기차게, 어느 때는 농사일을 하면서 힘차게, 또 어느 때는 갓난아기의 요람 옆에서 다정하게, 생활이라는 무대에서 끊임없이 불러온 민요가 7만여 곡에 달합니다.

다양한 불가리아 민요 중 느긋한 분위기의 곡에서는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발밑부터 행복을 만드는 모습도 연상됩니다. 타고난 목소리로 박력 넘치게 부르는 노래도 특징적입니다. 거기에는 불가리아의 상징인 사자처럼 무엇에도 지지 않는 용기의 울림이 느껴집니다.

목소리는 생명이고, 노래는 마음입니다. 괴로울 때도 고민될 때도 소리 높여 노래하면 생명 깊숙한 곳에서 활력이 솟아 고민을 날려버립니다. 노래가 있는 곳에 밝게 전진하는 숨결이 있고, 풍요로운 마음이 가득 넘칩니다. 500여 년이나 타국의 잔혹한 지배에도 굴하지 않은 불가리아 민중의 강인함을 지탱한 힘도 노래와 합창이었습니다. 그리고 안 어울릴 듯 서로 다른 음까지도 이어 깊은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합창은 평화를 상징합니다. 내가 창립한 민주음악협회에서는 지금까지 불가리아의 주요 합창단과 합창무용단을 아홉 차례 일본에 초빙했습니다.

불가리아 격언에 “우리 집 문 앞에도 태양은 떠오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늠름한 낙관주의로 살며 사람들을 비추는 태양은 바로 여성입니다. 대문호 바초프의 소설에는 아들이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어머니가 포로로 끌려가는 적군의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하며 먹을 것을 넣어주는 가슴 먹먹한 장면이 있습니다.

“불쌍해라, 좋은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 어머니는 자기 자식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 어머니도 헌병에게 끌려가는 적국의 포로를 보고 “불쌍해라, 불쌍해. 저 사람의 어머니는 얼마나 걱정을 하겠니”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려움에 맞서는 ‘불굴의 투혼’과 타인을 소중히 여기는 ‘자애로운 마음’이 바로 평화로운 문화의 날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자가 되어라 / 불굴의 투혼 / 모두의 생명에

나와 함께 대담집을 발간한 동유럽을 대표하는 예술사가 주로바 박사의 가족도 ‘아름다운 사자의 투혼’을 간직한 분들입니다. 잔혹한 파시즘에 맞서 싸운 박사의 아버지는 몇 차례나 사형 선고를 받고, 어머니는 임신 중이라 다행히 투옥을 면했다고 합니다.

전란 때문에 마음껏 배우지 못한 박사의 어머니는 전쟁이 끝난 뒤, 자식들을 키우면서 학교에 다녀 직물공학기술을 습득해 아이들에게 멋진 옷을 만들어 선물했습니다. 끊임없이 배우는 기쁨과 생활을 아름답게 수놓는 예술을 자식들에게 가르쳐줬다고 합니다. 박사의 아버지는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이렇게 가르쳐줬습니다.

첫째, 시련에 맞서 인내심 강하게 살아간다.

둘째, 기회가 왔을 때는 대담하게 행동한다.

셋째, 인내할 때인지, 용감하게 행동에 나설 때인지를 지혜롭게 가려낸다.

그리고 평소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인간”이라며 가장 중요한 인간성의 가치를 알려줬다고 합니다. 여성이 세상에서 완수해야 할 사명은 “인간 생명의 가치와 정신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단언한 박사는 피폭지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의 모습에 경탄해 최대로 상찬했습니다.

생명은 / 맑고 아름답게 /
인생은 / 강하고 씩씩하게


불가리아에 ‘생명수’라는 민간 설화가 있습니다. 머나먼 저편, 마시면 젊어지고 튼튼해져 늙지 않는 생명수가 솟아나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 생명수를 가지고 돌아오는 사람이 왕의 후계자가 된다고 하자 세 왕자는 생명수를 찾으러 여행을 떠납니다. 도중에 갈림길이 나왔는데,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길’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길’ ‘돌아갈 수 없는 길’이 있었습니다. 막내 왕자는 아내와 약혼자가 있는 형들에게 안전한 길을 양보하고 자신은 가장 험난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선택해 도중에 수많은 생명을 구하면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생명수를 발견한 막내 왕자는 마침내 좋은 지도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난의 길을 이겨내고 생명 존엄을 탐구해 다른 생명을 구하고 평화를 구축하는 불가리아의 위대한 사명의 길을 우리 벗들도 용감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창립한 소카대학교에서 불가리아로 유학해, 불가리아를 제2의 조국으로 여기고 사회에 공헌하는 벗도 있습니다. 모두 좋은 시민으로 사람들과 지역을 위해 행동하고 생기발랄하게 인간 공화의 연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청년 시인 보테프가 “함께 나누자”고 외친 것처럼 고락(苦樂)을 다 함께 나누면서 말입니다.

명랑하게 / 하늘까지 울려 퍼지는 / 대합창 /
서원의 길을 / 기쁨에 넘쳐 후회 없이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 대담집을 냈다.
  •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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