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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스승, 조제 모리뉴 감독

“나는 스페셜 원(Special one)이다!”

© newsis(AP Photo/Laszlo Balogh)
행복한 상상을 해보자. 세계적 갑부인 만수르처럼 축구팀 구단주라면 어떤 감독을 선임할 것인가.

①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②스타플레이어 출신 ③외국인 스타 감독 ④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거나, 하위 리그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

고민이 될 것이다. 다만 ④ 선택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지도자의 역량이 선수 시절 실력과 비례하진 않지만 파격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스승이었던 조제 모리뉴(Jose Mou-rinho) 전 토트넘 홋스퍼 감독은 ④에 해당한다. 모리뉴는 1963년 포르투갈 세투발의 부유한 가정에서 축구선수인 아버지 펠릭스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마리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펠릭스는 세투발을 연고로 하는 ‘비토리아 데 세투발’, ‘벨레넨세스’ 등의 클럽에서 활약한 골키퍼였다. 그의 삼촌 또한 세투발 스타디움 건립에 관여한 인물이었다. 축구인 집안에서 자란 모리뉴는 자연스럽게 세투발 유스클럽에서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선수 모리뉴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만년 후보였던 그는 결국 23세에 유니폼을 벗었다.


5개 국어 구사, 일생일대의 기회

모리뉴에겐 공을 차는 능력 대신 통찰력과 분석력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몇몇 학교에서 체육교사로 활동하던 그가 다시 축구장으로 돌아온 이유다. 1989년 고향 친구인 마틸드와 결혼한 그는 1990년 친정인 세투발의 유소년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2년 뒤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 고(故) 바비 롭슨(Robert William Robson) 감독을 만난 것이다.

롭슨은 1992년 포르투갈 프로축구팀 스포르팅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모리뉴가 그의 통역을 맡았다. 롭슨은 모리뉴가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카탈로니아어(스페인 바르셀로나 지방의 토착 언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롭슨은 자신의 노하우를 모리뉴에게 전수했다. 롭슨과 호흡을 맞춘 모리뉴는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모리뉴가 롭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일화 하나가 있다. 2011년 모리뉴는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최우수감독상 수상 트로피’를 자선 경매에 내놨다. 롭슨의 이름을 딴 바비 롭슨 재단 기금 마련을 위해서였다. 롭슨은 1992년 처음 암이 발병해 다섯 차례 수술을 받았고, 2009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뜨기 직전인 2008년 설립된 바비 롭슨 재단은 암 예방과 연구, 치료를 지원하는 단체다.

모리뉴가 꿈에 그리던 감독이 된 것은 2000년 9월. 그가 맡은 팀은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 에우제비오가 활약했던 ‘벤피카 리스본’이었다. 40대 후반 이상의 올드팬들은 ‘유세비오’가 뛰던 팀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첫 단추는 잘못 꿰어졌다. 회장 교체 등 팀에 내분이 생겼고, 이는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자존심이 센 모리뉴는 단 여덟 경기만 치르고 스스로 물러났다.


‘FC 포르투’의 기적과 승승장구

손흥민과 조제 모리뉴 감독. © newsis(Michael Regan:Pool via AP)
모리뉴를 세계적인 감독으로 만든 곳은 벤피카의 라이벌인 FC 포르투였다. 모리뉴는 2002년 1월 성적 부진으로 감독이 경질된 FC 포르투의 지휘봉을 잡았다. FC 포르투는 선수 통제가 되지 않는 엉망진창인 팀이었다. 그러나 모리뉴는 남은 15경기에서 11승2무2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팀을 리그 3위로 끌어올렸다. 예상외 좋은 성적으로 FC 포르투의 첫해를 마무리한 모리뉴는 이런 말을 했다.

“내년에는 FC 포르투를 우승팀으로 만들겠다.”

이때만 해도 모리뉴나 FC 포르투를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감독 2년 차이던 2003년 모리뉴는 공언대로 포르투를 UEFA컵(현 유로파리그), 포르투갈리그, 포르투갈 슈퍼컵 3관왕에 올려놓았다. 2004년에는 자국 리그 우승은 물론 대망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세계 축구계는 모리뉴를 주목했다. 당시 그의 나이 41세였다. 모리뉴는 자신을 ‘스페셜 원’이라고 소개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2004-2005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소속 첼시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역대 최다승(29승)부터 최다 승점(95점), 리그 최소 실점(15점), 리그 25경기 무실점 등을 기록하며 팀에 50년 만에 1부 리그 우승을 안겼다. 그해 리그컵 정상에도 올랐다.

모리뉴의 첼시는 두 번째 시즌에도 강력했다. 2005-2006시즌에도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우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승점 8점 차로 여유 있게 제쳤다. 디디에 드로그바와 프랭크 램파드, 마이클 에시엔, 클로드 마켈렐레, 존 테리, 페트르 체흐 등 푸른 유니폼을 입은 수많은 스타들이 모리뉴의 지휘 아래 반짝반짝 빛났다. 당시는 첼시 구단의 최전성기로 꼽힌다.

모리뉴는 지도자 경력의 정점을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인터밀란에서도 맞았다. 2008-2009시즌부터 인터밀란 지휘봉을 잡은 그는 세리에A 우승으로 또 한 번 지도력을 입증했다. 이탈리아리그에 적응한 모리뉴는 2009-2010시즌, 디에고 밀리토와 웨슬리 스네이더, 사무엘 에투 등 자신이 원하는 자원을 영입해 팀을 재편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모리뉴는 축구감독의 염원인 ‘트레블(리그·리그컵대회·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9년 11월 20일 토트넘 홋스퍼는 팀의 전성기를 이끌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다. 토트넘 운영진은 포체티노 경질 후 단 열한 시간 만에 새로운 감독을 임명했다. 모리뉴 감독이었다.

초반은 나쁘지 않았다. 2019-2020시즌 도중 부임 후 14위까지 추락했던 팀을 6위까지 끌어올렸다. 타이틀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리그 중단과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나름 선방했다. 2020-2021시즌 토트넘에 대한 기대가 컸다. 모리뉴가 감독으로 부임한 팀에서 2년 차에 우승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시즌 초반 손흥민과 케인의 엄청난 활약에 힘입어 한때 리그 1위에 오르는 등 순항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에 들며 상대 팀들이 전술을 간파했고, 수비진이 흔들렸다. 유로파리그 조기 탈락에 이어 유럽챔피언스리그 마지노선인 톱4 진입마저 어려워졌다. 토트넘은 지난 4월 19일 모리뉴와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모리뉴의 제자 손흥민은 4월 21일 SNS에 “당신과 함께 일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모리뉴 감독이 하려고 했던 축구가 잘 구현되지 않아 미안하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행운을 빈다”는 글을 남겼다.


장단점이 뚜렷한 감독

모리뉴는 장단점이 분명한 감독이다. 그의 최고 장점은 실용주의다. 이길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극히 실용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안티 풋볼(Anti-Football)’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비형 미드필더 세 명을 동시에 기용하는 ‘트리보테(Trivote)’는 모리뉴의 실용주의를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예다.

모리뉴는 “프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다. 승리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감독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자신의 실용주의에 대해 설명했다.

최대 단점은 주축 선수들 간의 갈등이다. 모리뉴는 기선 제압을 위해 고참·스타 선수들과 정치 싸움에서 언론을 이용한다.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모리뉴 감독은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만 역효과를 맞을 때도 있다. 때로는 선을 넘어 질타를 받기도 한다. 대놓고 선수를 비방하는 그의 직설적인 화법을 못마땅해 하는 선수도 꽤 있다. 모리뉴가 경질되자 일부 토트넘 선수들이 축하파티를 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장단점이 뚜렷한 명장의 앞으로의 행보는 벌써 정해졌다. 토트넘에서 경질된 지 불과 15일 만이다. 모리뉴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증거다. 모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곳은 이탈리아 축구 명문팀 중 하나인 AS로마. 그는 이탈리아(인터밀란)에서 활동할 때 감독으로서 가장 큰 성과를 냈다.
  •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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