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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타자 김하성

5년간 430억!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정식 계약을 체결한 김하성. ⓒ 뉴시스
2020년 11월 은퇴한 국내 최고 2루수로 불린 정근우를 롤 모델로 삼은 고등학생이 있었다. 야탑고 2루수였던 그는 “정근우 선배님의 근성 있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프로에 입단하게 되면 정근우 선배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행을 택한 그는 국내 최고 유격수로 거듭났다. 될성부른 나무였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공·수·주’를 고루 갖춘 내야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스카우터는 “공격과 수비, 주루 모두에서 재능을 갖고 있다”며 “방망이 솜씨 하나로만 따지면 전체 고교생을 통틀어 가장 뛰어나다”고 했다.

그는 한국프로야구리그서 2020년까지 7시즌 동안 타율 0.294, 133홈런, 575타점, 134도루를 기록했다. 같은 팀 선배였던 강정호를 보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꿨다.

“강정호 형을 보면서 제 야구 인생의 방향을 잡았어요. 한마디로 제 야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분이죠.
내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룬 선수잖아요.
형을 보면서 미국 진출에 대한 꿈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역대 아홉 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타자가 된 것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한 김하성 이야기다.


야탑고 시절의 김하성(오른쪽). 옆은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내야수 박효준이다. ⓒ 조선DB
일본 출신 야수들보다 높은 연봉

김하성은 이 팀과 4+1년 동안 최대 3900만 달러(약 430억 원)를 받는 조건에 계약을 완료했다. 김하성은 우선 4년간 2800만 달러(약 308억 원)를 받는다. 타석수와 연관된 인센티브를 합치면 최대 3200만 달러(약 350억 원)에 이른다. 4년의 계약 기간 종료 후 상호 옵션을 실행하면 몸값은 최대 3900만 달러로 오른다. 연봉으로만 본다면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내야진에서 3위에 해당한다.

그가 받는 금액은 그동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출신 야수 가운데 톱클래스 수준이다. 한국인 선수로는 강정호와 박병호가 최고 수준이었다. 강정호는 2014년 포스팅 절차를 밟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4년 1100만 달러(약 120억 원)에 계약했고, 이듬해 박병호가 4년 1200만 달러(약 131억 원)의 조건으로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했다. KBO리그 출신 역대 최고 몸값은 류현진이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받은 6년 3600만 달러(약 396억 원)로, 당시 포스팅비는 2574만 달러(약 283억 원)였다.

김하성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은 좋다. 별다른 이견 없이 김하성을 오랜 기간 빅리그에서 활약할 다재다능한 유망주로 꼽고 있다.


2루수로의 포지션 변경 적응이 관건

과연 김하성은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넘어야 할 산이 몇 개 있다. 김하성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다. 3루수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와 3루수를 꿰차기는 어렵다. 샌디에이고의 유격수는 슈퍼스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다. 그는 2020시즌 내셔널리그 홈런 2위(17개), 타점 4위(45개)로 맹활약했다. 주전 3루수는 매니 마차도. 그는 3억 달러(약 3300억 원)의 사나이다. 2019시즌을 앞두고 당시 미국 프로스포츠 최대 규모인 3억 달러에 샌디에이고와 10년 계약을 맺었다. 올해도 홈런 3위(16개), 타점 3위(47개)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남은 한 자리는 2루수. 2020시즌 샌디에이고의 주전 2루수는 제이크 크로넨워스였다. 그는 타율 0.285, 4홈런 20타점으로 올해 신인왕 투표 2위를 기록했다. 크로넨워스의 외야 이동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김하성과 치열한 포지션 경쟁이 불가피하다.

상황에 따라 플래툰 시스템하의 반쪽 주전이 될 수도 있다. 좌투수에 약한 크로넨워스 대신 왼손 선발 때 출전하는 그림이다. “김하성이 2루수, 유격수, 3루수를 오가는 유틸리티 내야수로 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면 공수에 걸쳐 꾸준한 컨디션 유지가 쉽지만은 않다.

샌디에이고 안방 구장으로 쓰이는 펫코파크가 투수에게 좋은 환경이라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바다에 인접해 있는 펫코파크는 저녁이 되면 외야에서 내야로 습도가 높은 바닷바람이 불어와 타구가 생각만큼 뻗지 않는다. 빠른 볼 적응도 관건이다. KBO리그에는 시속 88~90마일(약 142~145km)의 직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다. 95마일(약 153km)의 공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국제대회에서 강속구를 접해봤어도 매일 그런 공을 상대하는 건 다를 수 있다. 정작 김하성 본인은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상당하다.

“언젠가 스즈키 이치로(일본 최고 타자 중 한 명)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10할을 목표로 해서 7할을 쳤다. 5할을 목표로 했으면 3할, 3할을 목표로 했으면 1할을 쳤을 것이다’라고요. 그 말을 듣고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목표는 제가 일부러 높입니다. 어떻게 보면 목표보다는 제가 바라는 높은 지향점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김하성은 2021년 1월 3일 자신의 SNS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올렸다. ⓒ 김하성 SNS
나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을 위해서…

김하성의 목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서는 것이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 자신을 위해 희생을 감내해온 가족을 위해서라도 스파이크 끈을 조여야 한다.

“어릴 때부터 저 때문에 부모님도, 누나들도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는 합숙을 하고 어쩌다 한 번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제가 올 때만 맛있는 것을 해주시곤 했지요.”

가족들은 그를 위해 집을 고척돔(김하성이 몸담았던 키움 히어로즈 홈구장) 근처로 옮기기도 했다. 김하성은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 때문에 고척돔 근처로 이사 왔습니다. 아버지는 기름 사업을 하는데 수원으로 출퇴근하시지요. 큰누나는 저와 다섯 살 차이, 둘째 누나는 두 살 차이로 두 분 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합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김하성은 가족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고 한다. 주전 보장이 없는 샌디에이고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김하성. 이런 위기가 긴장감을 높여 보다 철저한 준비 속에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
  •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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