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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훔친 영화人 〈12〉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가장 개인적인 시선으로, 가장 창의적인 영화를 만드는 거장

© newsis(Photo by Victoria Will/Invision/AP)
“어렸을 적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한 말입니다.”

지난 2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후 연단에서 밝힌 소감이다. 한국 영화 120년 역사상 최초의 수상인 오스카 수상 당시 봉준호 감독은 51세였고,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감독은 팔순을 코앞에 둔 78세였다.

필자는 그 장면을 실황 중계로 지켜보면서 봉 감독의 탁월한 센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시어터’에는 감독상 후보로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1917〉의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 쟁쟁한 감독들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할리우드 입장에선 영화계의 변두리에 불과한 극동의 한국에서 날아온 봉 감독은 이미 자국 최초의 오스카인 국제영화상과 각본상까지 받은 터였다. ‘평균적’인 인물이었다면, 감독상 호명 이후 경악한 표정과 감동의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제작자와 스태프에 대한 감사, 아내와 가족 호명 등 횡설수설하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를 흘려버리기 일쑤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로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극도의 흥분 상태에도 매우 ‘세련되게’ 인터뷰 소감을 펼쳐냈다. 더욱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중 한 명이니, 봉 감독 말대로 ‘로컬’ 영화제인 아카데미 시청자에겐 아주 효과적이고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멘트였던 것이다.

봉 감독이 인용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표현은 영어로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인데, 논리적으로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 더 설득력 있긴 하다. 그러나 영화라는 예술 장르에 관한 언급이므로 능히 이해할 만한 데다가, 딱히 특이한 내용도 아니다. 이미 1980년대 국내에서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등의 저서를 통해 “가장 민족적(로컬)인 것이 가장 세계적(글로벌)인 것”이라는 논리를 펼쳐 폭넓은 호응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영화 〈휴고〉(2011) 촬영 현장의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인들이 존경하는 감독

어쨌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영화인들이 그런 찬사와 존경심을 표하는 건가. 우선 그가 그동안 받은 영화상의 리스트를 보면 이렇다.

〈아이리시맨〉(The Irishman, 2019) 뉴욕비평가협회 작품상,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 아카데미 감독상, 〈에비에이터〉(The Aviator, 2004) 골든글로브 작품상(드라마 부문),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2002) 골든글로브 감독상, 〈좋은 친구들〉(Goodfellas, 1990)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특근〉(After Hours, 1985)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성난 황소〉(Raging Bull, 1980) 전미비평가협회 감독상,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모든 훌륭한 영화가 상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영화가 완성도가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40년 넘게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그해 수작들과 겨루며 당당히 수상해왔다. 상복이 없는 대표적 감독에 속하는데도 이 정도다. 중량급 복서 제이크 라모타의 자전적 스토리에 근거해 미국 사회에 만연한 폭력 구조를 비판하며 평단의 찬사를 받은 〈성난 황소〉, 범죄영화의 전범(典範)으로 꼽히는 〈좋은 친구들〉 등은 아예 수상을 못 했다. 특히 뉴욕 정착기를 배경으로 영국계 이민자와 나중에 대서양을 건너온 아일랜드계 이민자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갈등을 다룬 걸작 〈갱스 오브 뉴욕〉은 아카데미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단 한 개 부문도 수상하지 못해 “미국의 치부를 건드린 탓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 촬영 현장의 마틴 스코세이지.
아메리칸 드림 배격한 작가주의 고집

뉴욕에서 이탈리아 이민 2세로 태어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뉴욕대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뉴욕대 대학원에서 영화학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브라이언 드 팔마,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등과 더불어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할리우드에 진출한 최초의 대학 영화과 출신 세대다.

폭력이 난무하는 거리에서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비열한 거리〉(Mean Streets, 1973)로 비평가들의 관심을 모았고, 베트남전 참전 군인의 후유증을 그린 〈택시 드라이버〉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갈채의 한복판에 서 있었으면서도 아카데미의 가장 흔한 주제인 ‘아메리칸 드림’을 배격해온 스코세이지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온 작가주의 감독으로 꼽힌다. 그는 “영화는 우리 심장을 건드리고, 비전을 일깨우며,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고 말하는데, 딱 그 말대로 영화를 만든다.

그는 갱스터, 다큐멘터리, 스릴러, 뮤지컬, 코미디, TV 시리즈 등 온갖 장르를 섭렵하지만 어떤 장르를 다루더라도 사실주의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내레이션이 영화의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는 특징이 있으며, 한 시대가 아닌 여러 시대를 동시에 오가는 스토리를 즐겨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러닝 타임이 긴 영화를 선호하는데, 최근작인 〈아이리시맨〉은 3시간 30분에 이른다.

작가주의적 성향의 감독이지만 1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대작들도 곧잘 연출했다. 1억 6000만 달러(약 1800억 원)가 들어간 〈아이리시맨〉엔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하비 케이틀 등 거물급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킨 것은 물론, 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CG도 과감히 사용했다. 연출 초기에는 현란한 카메라 기법과 화려한 음악 삽입으로 유명했다. 스테디 캠을 동원해 인상적인 롱 테이크를 만든 〈좋은 친구들〉은 대학 영화 수업에서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미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고,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 스코세이지 감독. 그는 본인의 발언 그대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미국 현대 영화의 거장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걸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그걸 이루는 최고의 도구이다(Now more than ever we need to talk to each other, to listen to each other and understand how we see the world, and cinema is the best medium for doing this).”
  •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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