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sage | 잊지 못할 여정 – 태양의 마음으로

피렌체(下)

인간을 응시하는 꽃의 도시

격려로
마침내 승리한
동지로구나


아내와 친분이 있는 이탈리아의 어느 부인은 늘 벗과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격려를 보내고 많은 인재를 육성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분입니다. 그 부인은 열다섯 살에 갑자기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가 불편했지만 결코 지지 않았습니다. 비탄에 빠져 의욕을 잃기보다 꿋꿋하게 배우고 또 배워 의사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병으로 괴로워했기에 병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을 돕자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자애로운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고 퇴직한 부인은 불법(佛法)의 생명철학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일찍이 잔혹한 전쟁의 참상에 뒤덮인 유럽에 생명존엄의 철학을 전하고 사람들의 연대를 넓혀 평화에 공헌하는 일로 인생을 마무리하겠다고 정했습니다. 슬하에 자녀가 없는 부인은 지팡이에 몸을 지탱해 걷고 또 걸으며 인연을 맺은 청년들을 아들딸처럼 격려했습니다.

일본어도 잘하는 부인의 명번역은 동양의 영지(英智)를 소개하는 등 길을 크게 열어 지금 이탈리아에서는 몇 만이나 되는 청년이 잇따라 생명 르네상스의 길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분이 웃으며 한 말이 떠오릅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한 사람 한 사람과 차분하게 마음의 대화를 거듭 나누면 전진할 수 있습니다.”

“개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확실하게 연대를 맺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 평화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행복을
단호히 구축하라
이 길에서


우리가 의의 깊은 교류를 거듭 맺은 무대인 이탈리아SGI의 이탈리아문화회관은 르네상스를 후원한 ‘메디치 가문’과 관련 있는 곳으로,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입니다. 15세기, ‘조국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지도자 코시모를 시작으로 피에로와 로렌초 삼 대에 걸쳐 이어진 메디치 가문의 황금시대는 그대로 피렌체의 황금시대가 되었습니다.

가문의 번영에 초석을 다진 사람은 코시모의 마음씨 고운 어머니였다고 합니다. 부지런한 성품의 어머니가 성실한 아버지를 뒷받침해 무일푼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집안이 일어서도록 만들었습니다. 아버지도 코시모 형제들에게 어머니를 본받아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러한 부모를 보고 자란 코시모는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철학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나는 가장 확실하게 행복에 이르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아는 것 외에 진심으로 알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구도심이었습니다. 거기에도 가족의 행복을 바라고 미래를 살아갈 자식들의 행복을 바라 마지않은 어머니의 지혜가 흐른다고 생각합니다.

행복 철학의 진가는 사람을 대하는 행동으로도 나타납니다. 이탈리아 거리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에서 우인들과 화기애애하게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쩌다 테이블에 와인을 흘렸습니다.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자 점원이 환하게 웃으며 “와인을 흘린 것은 행운의 증표라고 합니다” 하고는 얼른 닦아준 일이 기억납니다. 거기에는 손님이 민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과 돌발 상황조차도 기쁨으로 바꾸어 만들어내는 예술적인 마음 씀씀이가 빛납니다.

불전에는 “마음은 솜씨 좋은 화가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강인하고 현명하고 명랑하게 날마다 살아가노라면 ‘행복의 명화’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탈리아에서
벗과 함께 바라본다
더할 나위 없는
아아 예술의
마음 설레며


세계적인 로베르토 롱기의 미술사 연구재단 미나 그레고리 회장은 미(美)를 탐구하는 젊은이들을 육성한 예술의 어머니입니다. 회장은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술’은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보배입니다.”

“‘물질’과 ‘계산’ 그리고 ‘이해(利害)’가 중심인 살벌한 시대를 타파하기 위해 예술이 더욱 많은 사람의 인생에 깊숙이 들어가야 합니다.”

피렌체의 상징 중 하나인 베키오궁전은 천장과 벽 그리고 기둥까지 그림과 조각으로 장식한 미(美)의 전당이자 중세부터 정치의 중심지였는데, 지금도 시청 건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궁전 ‘500인의 방’ 한편에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승리〉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박해와 어려움을 이겨내고 불멸의 명작을 만들어낸 미켈란젤로는 의연하게 단언했습니다.

“나는 지금 온갖 악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금 있는 장소에서 어떠한 어려움도 되받아쳐 위대한 가치를 창조하는 ‘지지 않는 생명’이야말로 바로 최고의 인간 예술입니다. 그것은 피렌체의 문장(紋章)인 백합처럼 무엇에도 더럽혀지지 않는 깨끗한 꽃과 같습니다.

이러한 ‘꽃과 같은 마음’에서 ‘꽃과 같은 인생’이 확장돼 ‘꽃의 도시’가 빛나는 것이 아닐까요.

꽃과 같은 사람
꽃과 같은 마음의
꽃의 여정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 대담집을 냈다.
  • 202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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