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Tahitian Nature

괴물 같은 파도를 뚫고 원시 자연이 숨 쉬는 타히티의 심장 속으로…

글·사진 : 신진주 여행작가

타히티섬 테아후푸의 파도 안쪽에는 마페 군락이 펼쳐진 낙원의 샘물이 있다. 현지인의 숨은 놀이터다.
세상의 온갖 청록 계조를 풀어놓은 것 같은 라군(lagoon)에는 만타레이(Manta ray, 쥐가오리)가 부드럽게 유영하고, 발끝에서 분홍빛 모래가 반짝거린다.

푸른 부리의 바닷새가 날 선 녹색 봉우리 사이로 날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카누를 타고 섬 안쪽으로 사라진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멋진 봉우리들이 점점 뚜렷해지면서 섬의 아름다움은 그 베일을 벗는다. 하지만 배가 곁을 지날 때도 섬은 아직 비밀을 드러내지 않은 채, 침범을 허용치 않으려는 듯 다가가기 힘든 험준한 바위들로 자신을 엄중히 감싸고 있는 듯하다.”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집필한 윌리엄 서머셋 모옴의 소설 《달과 6펜스》에서 화자는 배로 접근하는 타히티섬의 풍경을 아름다우면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미지의 세계로 묘사한다. 남태평양 한가운데에 흩어져 있는 118여 개의 섬. 마르키즈(Marquesas), 투아모투(Tuamotu), 소사이어티(Society), 오스트랄(Australs), 갬비에(Gambier) 5개 제도로 이뤄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제도는 그 끝과 끝만 따져도 2000㎞가 훌쩍 넘는다. 그중 소사이어티 제도의 타히티섬은 폴리네시아 제도로 진입하는 관문이자, 주변 섬을 잇는 중심 도시다.


모험가의 땅, 타히티 테아후푸

초기 정착민은 카누를 타고 폴리네시아의 섬들을 개척했다. 카누는 여전히 섬과 섬을 잇는 원주민의 교통수단이다. © Tahiti Tourisme
‘죽기 전에 가봐야 할 휴양지’ ‘완벽한 허니문 여행지’를 찾아 타히티섬에 착륙한 관광객 대부분은 이미 유명해진 보라보라섬이나 글로벌 호텔 체인을 갖춘 프라이빗 아일랜드로 향하는 국내선에 오른다. 하지만 타히티섬의 진면목은 따로 있다. 시내에서 떨어져 남동쪽에 자리한 테아후푸(Teahupo’o)로 향하는 길 위에 서면 윌리엄 서머셋 모옴의 소설에서 묘사한 신비롭고 장엄한 야생의 땅, 그러니까 진짜 ‘타히티의 심장’이 이곳에 있음을 알게 된다. 테아후푸 선착장에서 함께 보트에 오른 선장은 이곳을 타히티의 시작과 끝이라 말한다.

“타히티 사람은 초포(Chopo)라 부릅니다. 해골을 쌓아 올린 장벽이라는 뜻이죠. 부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테아후푸 부족이 적의 해골로 경계선을 만들었거든요.”

타히티는 서핑이 시작된 곳. 로컬 서퍼들의 놀이터이던 테아후푸는 전 세계 서퍼들이 꿈꾸는 포인트가 됐다.
오싹한 어원에 걸맞게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괴물 같은 파도가 몰아치는 곳으로 유명하다. 선장의 보트에 올라 짙푸른 바다 한가운데로 향하는 동안에도 심하게 요동치는 파도가 속을 뒤집는다. 먼 곳에서부터 수직으로 차오르며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 그림자 앞에서 이내 말문이 막히고 심장 소리가 팔딱거린다. 로컬 서퍼들은 거구의 파도를 잡아채고 푸른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가 흰 실타래를 뿜으며 바닷속으로 튕겨 들어갔다.

“파도가 7m 이상 차오를 때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아요. 서퍼들을 모두 집어삼킬 듯하죠.”

선장은 아랑곳 않고 담담하게 파도를 뚫고 지난다.


강렬한 바다 안쪽, 숨겨진 초록 낙원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섬들에는 원주민이 거주하던 동굴과 원시림이 남아 있다. © Tahiti Tourisme
선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 비밀스런 놀이터였던 페누아 아이헤레(Fenua Ahihere)로 안내했다. 금방이라도 해벽에 빨려 들어가 부서질 것 같은 험준한 테파리(Te Pari) 구간을 아찔하게 지나, 환초 안에 머무는 혹등고래 가족이 연달아 점프하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본다. 쉽게 경험하지 못할 타히티의 깊숙한 얼굴이다.

페누아 아이헤레는 바다와 산의 경계에 있는 신령스런 샘물터다. 음습한 공기는 금방이라도 악어 떼가 출현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방인인 나를 제외한 현지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곳에 위험하거나 해로운 동물은 없어요. 팔뚝만 한 장어는 살아도.”

드럼, 문신, 소라고둥 등으로 묘사되는 전통 오케스트라와 오리타히티 댄서들.
험준하고 어려운 접근성은 오히려 폴리네시아 전통을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Tahiti Tourisme
보트에서 내리자 허리춤까지 물이 차오른다. 이곳에서는 약간의 모험심과 도전 정신은 필수 조건처럼 보인다. 한 걸음씩 영롱한 물길을 가로지르고, 우리는 어느새 짙은 녹색의 밀림에 둘러싸인다. 거울처럼 매끈한 물길을 여러 고개 건너자 조각품 같은 아름다운 곡선의 마페(mape, 타히티 밤나무) 군락이 지천에 펼쳐진다. 고대 폴리네시아인은 마페의 널찍한 뿌리를 두드리며 이웃과 소통했고, 위험을 알리거나 잔치를 벌일 때도 사용했다.

길 끝에서 나직한 양치식물로 뒤덮인 바이포이리(Vaipoiri) 동굴을 만났다. 로맨틱한 커플의 비밀스러운 데이트 장소다. 동굴의 검은 천장에 플래시를 비추자 내벽의 광물이 황금빛으로 반짝거리고 사방에서 물이 촛농처럼 떨어진다.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바다 안쪽에는 이토록 아름답고 안락한 낙원이 공존한다. 영적이고 신성한 힘의 개념인 마나(Mana)가 이곳을 찾은 우리를 수호하고 축복하는 듯하다.

수천 년 전 무역풍을 가로질러 해양을 개척한 원주민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동아시아 혹은 타이완에서 이동했다고 알려진 초기 타히티 원주민은 카누에 몸을 싣고 만타레이의 날개를 쫓아 파도를 거스르며 마르키즈 제도의 산봉우리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신령한 자연 속에서 몸을 정화하고 낙원의 땅을 일구며 강인하게 살아온 타히티 사람들의 생명력은 끊임없이 여행자를 매혹하고 불러 모은다.

타히티섬에 가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타히티 파페에테 파아아국제공항(Faa’a International Airport)까지 에어타히티누이항공(airtahitinui)이 일본 나리타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운행한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제도는 2020년 7월 15일부터 격리 방침을 해제하고 모든 여행자에게 국경을 활짝 열었지만, 경유지인 일본의 입국 방침에 따라 ‘나리타-타히티’ 노선은 2020년 10월부터 운항을 재개한다. 출국 3일 전까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여행사전허가제(ETIS) 온라인 사이트(www.etis.pf)에서 위생입국확인서를 작성하고, 항공 체크인 시에는 COVID-19 검사기관을 통한 음성 결과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 202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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