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바꿀 영화 〈16〉 〈소셜 네트워크〉

5억 명 친구를 얻으려면 약간의 적이 필요하다고?

지난해 11월 치러진 2019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 문제로 말들이 많았다. 수능 본래의 취지인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사고력의 측정”에서 벗어나 ‘스피드 테스트’처럼 변질됐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국어 시험지 16장을 80분 만에 읽고 45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미국에도 우리 수능에 해당하는 시험이 있다. 미국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SAT다. SAT는 비평적 독해, 대수학, 에세이의 3개 영역으로 나뉘며 만점은 1600점이다.

미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인 페이스북의 실제 설립 과정을 바탕으로 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 감독 데이비드 핀처, 2010)는 남녀 대학생의 대화로 시작한다. 남자는 하버드대 학생인 마크 저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 여자는 보스턴대 학생인 여자 친구 에리카 올브라이트(루니 마라)다.

마크 : IQ 천재는 미국보다 중국에 더 많은 거 알아?
에리카 : 거짓말.
마크 : 진짜야.
에리카 : 어째서?
마크 : 인구가 엄청 많잖아. SAT 만점생이 수두룩한데 어떻게 해야 튈까?
에리카 : 중국도 SAT를 보는지 몰랐네.
마크 : 안 봐. 중국 말고 내 얘기 하는 거야.
에리카 : 1600점 받았어?
마크 : 그래. 음치라서 아카펠라는 못 하고….
에리카 : 하나도 안 틀렸어?
마크 : 조정팀 들어갈까?
에리카 : 파이널 클럽은?
마크 : 그거 괜찮네.
에리카 : 아카펠라 하는 남자 난 별로더라. 조정은 멋있지.
마크 : 맞아. 나 SAT 만점이야.



이 정신없는 대화의 주인공이 바로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다. 2003년 당시 19세였던 저커버그가 하버드 기숙사에서 사이트를 개설하며 탄생한 페이스북은 2018년 12월 현재 전 세계 가입자 22억 명을 보유한,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SAT 1600점 만점을 기록한 ‘뛰어난’ 학생이었다. 하지만 위의 대화에서 보다시피 말할 때 상대의 상황이나 기분은 신경 쓰지 않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마구 발언하는 스타일이다. 대화의 타이밍 같은 건 관심도 없고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섞어서 말하는 통에 여자 친구 에리카는 “무슨 얘기 하는 건지 장단을 못 맞추겠어”라고 푸념한다. 이런 마크의 특징은 말이 상당히 빠른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 덕분에 극대화됐다.

마크는 상대를 은연중에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없이 한다. 그는 ‘파이널 클럽’이라 불리는 하버드 내의 엘리트들만 모인 배타적인 소셜 클럽에 들어가고 싶어 하고, 에리카는 좀 더 가입이 열려 있는 클럽에 들어가라고 조언한다.


그러자 마크는 “그 파이널 클럽에 들어가게 되면 네가 평생 못 만나볼 사람들을 만나게 해줄 텐데. 좀 기운을 북돋는 말을 해주면 안 될까”라며 여자 친구를 무시하는 발언을 한다.

에리카가 갑자기 일어서며 기숙사로 공부하러 들어간다고 하자, “넌 공부할 필요 없잖아. 보스턴대 다니잖아”라며 아예 쐐기를 박는 실언(?)을 한다. 에리카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서 “학벌이 별로라 정말 미안하네”라고 받아친 뒤 일갈한다. “넌 컴퓨터 분야에서 큰 성공을 하겠지만 좋은 여자는 못 만날 거야. 괴짜라서? 솔직히 말해 괴짜라서가 아니야. 재수 없는 놈이라서지.”

여자 친구에게 차이고 기숙사로 돌아온 마크는 화가 치민 채 자신의 블로그에 에리카에 대한 험담 글을 올린다. 마크는 또 친구인 에두아르도(줄여서 ‘왈도’) 새버린(앤드루 가필드)의 도움으로 하버드 대학교 각 기숙사의 데이터에 접근해 약간의 해킹까지 하며 여학생들의 사진 데이터를 긁어모은 뒤, 얼굴을 비교하는 사이트인 ‘페이스매시(Facemash)’를 만든다.


페이스북이 탄생하기까지

〈소셜 네트워크〉는 하버드대 천재 대학생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하기까지의 좌충우돌을 속도감있게 담아낸 영화다.
마크가 오픈한 이 사이트는 메일링으로 하버드와 보스턴 인근의 학생들 사이에서 삽시간에 퍼져나가 새벽 4시에 하버드 서버가 다운될 지경에 이른다. 이 일로 마크는 하버드 컴퓨터 네트워크의 보안 침투와 성차별적인 행동, 개인 신상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6개월 근신 처분을 받는다. 여학생들에게는 기피 인물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페이스매시 유명세는 하버드의 상급생에게까지 퍼지고, 유명 파이널 클럽 회원인 쌍둥이 엄친아 윙클보스 형제(아미 해머가 1인 2역)와 그들의 비즈니스 파트너 디브야 나렌드라(맥스 밍겔라)가 마크에게 접근한다. 이들은 마크의 프로그래밍 실력에 관심을 표하면서 하버드 메일 계정을 가진 하버드 대학교 소속 학생들만의 배타적인 커뮤니티인 ‘하버드 커넥션’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전한다.

윙클보스 형제의 제안을 받아들인 마크는 ‘배타적인 커뮤니티’라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친구인 왈도와 함께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웹사이트인 ‘더 페이스북(Thefacebook)’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서버 비용 1000달러 등 초기비용은 왈도가 대고 재무담당(CFO)을 맡으면서, 사업 지분은 마크와 왈도가 7:3으로 나누는 조건이었다. ‘더 페이스북’이 완성되자 마크는 윙클보스 형제에게 “본인의 실력이 모자라 요구받은 대로 사이트를 만들어줄 수 없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극중 현재 시점에선 페이스북이 ‘하버드 커넥션’ 아이디어를 훔쳐 만든 것이라며 윙클보스 형제에게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로 소송이 걸린 상황이다.

하버드 대학생에서 보스턴 지역의 학생들로 확장된 이 서비스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고, 미국 서부 스탠퍼드 대학교까지 범위를 넓히게 된다. 이에 마크는 캘리포니아에 있던, 음원 공유 사이트 냅스터의 공동 설립자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만나게 된다. 숀 파커의 제안으로 페이스북 회사 사무실이 서부 팰로앨토로 이전되고 왈도 새버린은 사업 개발을 위해 뉴욕에 머무른다.

왈도는 숀의 사업 제안이 마음에 들지도 않고, 회사 내에서 숀의 입김이 세지는 것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숀의 네트워킹 덕분에 주요 투자자들의 재무지원을 받게 된 마크는 점차 왈도와 멀어진다. 그러던 중 신규 주식 발행 건으로 왈도는 마크와 한바탕 다투고 소송을 걸게 된다.

영화에서는 윙클보스 형제와 왈도 새버린이 마크 저커버그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소송의 증언을 담은 신이 페이스북의 창업과 사업의 진행 과정과 교차 편집된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실명

마크 저커버그 특유의 빠른 말투는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 덕분에 극대화 됐다.
원작은 벤 메즈리치(Ben Mezrich)가 왈도 새버린의 자문으로 집필한 논픽션 《우연한 억만장자(The Accidental Billionaires)》이다. 이들의 재판 기록을 꼼꼼히 검토해 각색한 에런 소킨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실존 인물의 실명을 사용했다.

미국 개봉 당시 포스터에는 “You don’t get to 500 million friends without making a few enemies.”(5억 명의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약간의 적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표제가 담겨 있었다. 영화가 나올 당시 페이스북의 이용자 수가 5억 명이었기 때문인데, 영화의 내용을 관통하는 문구인 셈이다. 국내 개봉 때는 ‘5억 명의 온라인 친구, 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하버드 천재가 창조한 소셜 네트워크 혁명!’이라는, 성공담에 포커스를 맞춘 문구를 사용했다.

미국 포스터의 표제대로 마크 저커버그는 일견 ‘nerdy’, 즉 ‘머리는 좋으나 세상물정 모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늘 후줄근한 후드 티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며, 주변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일에만 몰두한다. 또한 자신의 능력에 대해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독선적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크의 변호를 맡은 신참 변호사 마릴린 델피(라시다 존스)는 그에게 왈도 새버린과 합의를 볼 것이라고 통보한다. 그리고 마크의 냉담한 언행은 배심원에게 굉장히 비호감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혼자 방에 남겨진 마크는 에리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접속해 친구 신청을 한다. 무표정하게 ‘새로 고침’을 계속 누르는 그의 모습에 비틀스의 노래 ‘Baby, You're a Rich Man’이 배경에 깔린다.

영화 개봉 후 저커버그는 “많은 부분이 맞지만 여자 친구에서 차여서 ‘페이스매시’를 만드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거짓말로 밝혀졌다. ‘잘 만든’ 영화 덕분인지 정작 개봉 후 젊은 층에서는 오히려 저커버그를 옹호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창업 청년들의 좌충우돌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두뇌로나 체력으로나 인생의 절정기인 20대 청년들이 창업 최전선에 뛰어들어 좌충우돌하는 양상을 차분하면서도 흡인력 있게 보여준다. 아이디어 창출과 업무 집중력, 사업 파트너십, 투자 확보, 우정과 배신 등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영화는 2010년 전미 비평가협회상에서 각본, 감독, 남우주연,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싹쓸이하면서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제83회 아카데미에서도 작품, 감독, 남우주연, 촬영, 음향상 후보에 오르고, 각본, 음악, 편집상을 수상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세븐〉(1995), 〈파이트 클럽〉(1999),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8) 등의 영화를 연출한 명장이다. CF,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스타일리시한 영상미가 특징인데, 이 영화에서는 윙클보스 형제가 조정 경기를 벌이는 장면에서 보듯 간결하고 절제된 화면과 리듬감 있는 편집이 압권이다.


Scene in English 명대사 한 장면

쌍둥이 엄친아 하버드생인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하버드 커넥션’ 아이디어를 훔쳐 만든 것이라며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로 마크 저커버그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이 장면에서 윙클보스 형제 측 변호사는 50여 차례의 이메일이 오가는 동안 ‘하버드 커넥션’ 개발은 제쳐놓고 페이스북 프로그래밍에 집중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한다. 마크는 윙클보스 형제 및 그 변호사에게 비아냥거림과 경멸의 태도로 일관한다. “시간을 끌었느냐. 왜 그전에는 아무 말 없었느냐?”고 변호사가 따져 묻자 마크는 사무실 창밖을 쳐다보며 “비가 내리고 있다”며 아예 딴청을 피운다.


변호사 : 저커버그 씨, 내게 집중해줘요.
Mr. Zuckerberg, do I have your full attention?

마크 : (창밖을 쳐다보며) 싫어요.
No.

변호사 : 가치가 없다?
Do you think I deserve it?

마크 : (변호사를 바라보며) 네?
What?

변호사 : 내게 집중할 가치가 없다?
Do you think I deserve your full attention?

마크 : 이 증언 시작 전에 나는 선서를 했고, 난 위증하긴 싫어서요. 내겐 싫다고 할 법적 권리가 있어요.
I had to swear an oath before we began this deposition, and I don't want to perjure myself, so I have a legal obligation to say no.

변호사 : 내게 집중할 가치가 없다는 뜻이군요.
Okay - no. You don't think I deserve your attention.

마크 : 당신 의뢰인들이 내 어깨에 앉아 그들의 키가 크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면, 그들이 그런 시도를 할 권리는 있을지 몰라도 내가 여기 앉아 그들 거짓말을 들어줄 필요는 없죠. 당신한테 조금은 집중하고 있어요. 내 나머지 정신은 페이스북 사무실에서 나와 내 동료들이 하고 있는 일들에 쏠려 있죠. 지적으로나 독창성으로나 이 방의 누구도, 특히 당신의 의뢰인들을 포함해서, 절대 못할 일들에. 당신의 잘난 질문에 답이 됐나요?
I think if your clients want to sit on my shoulders and call themselves tall, they have the right to give it a try - but there's no requirement that I enjoy sitting here listening to people lie. You have part of my attention - you have the minimum amount. The rest of my attention is back at the offices of Facebook, where my colleagues and I are doing things that no one in this room, including and especially your clients, are intellectually or creatively capable of doing. Did I adequately answer your condescending question?
  •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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