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작가

‘좋게 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옵니다

글·사진 : 서경리 기자

한때 서점가에 ‘위로’라는 키워드가 성행한 적이 있다.
그다음은 어떻게 나를 존중할 것인가 하는 ‘자존감’이 화두였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내가 나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최근 유독 눈에 띄는 키워드는 ‘무례함’이다.
‘원래 그러니 좋게좋게 넘어가자’ 했던 것도 이제는 멈춰 서서 ‘그건 아니니 바꿔봅시다’ 한다.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란 책이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무례한 사람들, 갑자기 선을 훅 넘는 사람들에게 감정의 동요 없이 단호하면서도 센스 있게 ‘경고’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에세이다. 지난 1월 출간된 이 책은 교보문고 집계 2018년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30만 부가 팔렸다. 유명 작가가 쓴 책도 아닌데 왜일까. 저자 정문정 작가는 작금이 갖는 ‘평균적인 불행’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완서 작가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한국전쟁의 상흔은 우리 세대의 평균적인 불행’이라고. 세대마다 고민이 있어요. 지금 우리의 고민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다치고 지쳤다는 거예요. 칼럼을 쓰며 ‘무례한 사람’을 이야기하니 너도나도 자신들이 마주한 무례함에 관해 얘기해요. 이게 우리의 ‘평균치 불행’이구나 생각하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죠. ‘좋게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아요.”


#이십_대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정문정 작가는 잡지 기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기업 브랜드 홍보 담당자를 거쳐 얼마 전까지 〈대학내일〉 디지털 미디어 편집장으로 일했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대학생’과 ‘이십 대’, ‘여성’, ‘인간관계’ 등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와 함께 책 《20대를 읽어야 트렌드가 보인다》, 《20대가 당신의 브랜드를 외면하는 이유》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에게 지금의 이십 대는 어떤지 물었다.

“개인적으로 위험한 신호라고 보는데, 지금의 이십 대는 ‘확증편향’이 심해요.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이 세상 전부라고 생각하죠. ‘커뮤니티’처럼만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과만 대화하다 보니 주제가 다르면 관계를 끊어버리죠. 그러니 언제나 외로울 수밖에요. 자기와 뜻이 맞는 사람은 늘 온라인에만 있으니, ‘왜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이 오프라인에 없지?’ 고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거죠. 세상을 두려워해요. 이질적인 존재를 만나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다르면 대화의 대상, 회유하거나 설득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해요. 그게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요.”


#관심과_염탐

정 작가는 이런 문제가 경험의 폭이 좁기 때문이라고 했다. SNS에서 소통하는 방법인 ‘구독’과 ‘팔로’의 형태는 관계를 더 좁게 만든다. 커뮤니티나 온라인에는 한 명의 추종자를 두고 그 의견에 따라가는 일종의 ‘사람 덕질’을 한다. 또 온라인 세상에서 모든 정보를 수집한 뒤에 자기만의 분석법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직접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그 해석은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면서 또 너무나도 모르는. 그게 요즘 사람의 ‘관심법’이다.

“불행할수록 남에게 관심이 커진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염탐하다 보니 남들도 자기를 염탐할 것으로 생각하죠. 우리는 너무 보이는 삶에 익숙해요. 여기에 우울의 이유가 있습니다. 종종 누군가 험담하고 싶어진다면 ‘내가 지금 불행한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관검색어_페미

인터넷에 이런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제 지인이 정문정의 책을 읽는데, 혹시 페미니스트일까요?’ 웹사이트에서 ‘정문정’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페미’ 혹은 ‘페미니스트’가 뜬다. 실제로도 ‘페미니스트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가 쓴 에세이가 여성 중심적 사고에서 출발한다는 오해다.

“에세이를 쓸 때 내가 모르는 얘기는 잘 안 쓰려고 해요. 나의 이야기여야 글에도 힘이 있죠. 저는 여자니까 여자로서 겪는 얘기를 씁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건 분명해요. 그런데 제 책을 보고 ‘너 왜 여자 입장에서만 말해?’라고 묻는다면 전제가 다른 비난이에요. 제 이야기를 ‘페미니스트’라 정의 내리면 ‘아니’라 할 수도, ‘맞다’ 할 수도 없어요. 간혹 돈 벌려고 책에 ‘페미니즘’을 집어넣었다고 하는데, 그건 무례를 넘은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자기만의 입장이 있어요. 세상은 자기의 입장에서 시작해 객관성을 찾아 나갑니다. 그건 잘못된 게 아녜요. 오히려 그런 다양한 입장이 많아져야 한다고 봐요.”


#생활기스

20대 때 그는 세상에 주눅 들어 있었다. 가난한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나 예쁘지도 않고 키도 작고, 공부를 엄청나게 잘하지도 않는. 정 작가는 ‘안 살아야 할 이유’를 수백 가지 찾으며 자신을 괴롭혔다고 했다.

“제 인생이 깨져버렸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스로 다시는 붙일 수 없다고. 여자는 접시와 같아서 깨지면 붙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자랐거든요. 뭐라도 하나 잘못되면 ‘치명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별것 아닌데. 결혼식 아침에 눈떠 보니 ‘왕 여드름’이 코 바로 옆에 생겼어요. 온종일 여드름 생각에 괴로웠고 집에 빨리 가고 싶었어요. 막상 결혼식이 끝나고 주위에 물어보니 아무도 기억을 못 해요. 저 혼자 집착한 문제인 거죠. 그게 제가 말하는 ‘생활기스’예요. 대부분이 흔하게 가지고 있는 ‘생활기스’에 과잉 대응하며 살아요. 스스로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에게 목표가 있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나갈 거고, 앞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갈 텐데 그때마다 멈춰 일일이 변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모든 일에 너무나도 심각해요. 내가 좋아지려면 이걸 관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담대해져야 해요. 목표를 향해 먼 길 떠나는 사람이 일희일비해서 되나요.”


#인생의_우선순위

삶은 그에게 늘 새로운 도전이다.

“고민은 오래 하지만, 결정한 뒤에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아요. 제 인생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설정했기 때문이죠. 인생의 우선순위는 항상 바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의 행복’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에요. 교통사고로 병원에 5개월 정도 입원해 있을 때 느꼈어요. 오래 입원한 환자들은 정신적으로 나약해져 울고 소리 지르고 예민하게 반응해요. 내가 약해지면 나빠지는구나. 치유하지 못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을 미워합니다. 내 마음의 곳간을 채워야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러니 스스로 먼저 행복하자고요.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남에게 행복을 주고 싶습니다. 그게 저에겐 ‘글쓰기’ 입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문제가 되는 발언임을 건조하게 상기시키기
감정을 크게 실을 필요 없다. ‘어휴 저 사람 저 몸으로 저런 치마를 입네’ 하면 “어, 저 사람 상처받았겠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거 인터넷에 공유하면 난리 나겠는데요?” 식으로 문제 될 수 있는 발언임을 담담하게 알려주라.


되물어서 상황을 객관화하기
직위가 높을수록 무례한 말에 제지를 받아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무례한 발언을 되묻는 것만으로 문제적 상황을 인지시킬 수 있다. 연인이 지나갈 때 “어휴, 저 남자 돈이 많나 봐” 하면 “어? 지금 저 사람이 못생겼다는 뜻인가요?”라고 물어보는 식이다.


상대가 사용한 부적절한 단어나 논리를 되돌려주기
역지사지로 느끼게 해주면 무례한 표현이 객관적으로 보인다. “경상도에서는 영감탱이가 욕이 아니라 친근한 표현이에요”라고 하면 “저도 경상도 출신인데, (당신을) 영감탱이라고 불러도 될까요?”라는 식이다.


무성의하게 답하기
침묵이 때론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SNS로 야한 영상을 보내거나 이상한 말을 하면 대꾸하지 않는 게 낫다. ‘ㅎㅎ’나 ‘ㅋㅋ’ 정도로 무성의하게 답하거나. 오프라인 상황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식으로 짧게 반응한다.
  •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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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이용재   ( 2018-08-22 ) 찬성 : 0 반대 : 2
한국인은 다른 사람과 사회에서 배움을 얻을 줄 모릅니다. 일반 사회 기사도 아닌데 댓글 다는 솜씨들은 공자님도 갸우뚱 하겠습니다.
  준용이   ( 2018-08-19 ) 찬성 : 1 반대 : 0
다리 짤린 사람한테 와서 짜장면 먹고 싶냐고 하는 불편한 적폐노인이 있다면 "치매인가?"라고 해주면 되겠네여. 근데 요즘 왜 죽창들어라 분노해라 헬조선 이런말 대신 소확행이니 이딴 소리들만 나오지 나라는 더 허벌 걸레 됐는데
  ㅇㅇ   ( 2018-07-29 ) 찬성 : 16 반대 : 10
잘 읽다가 페미 글자 보이는 순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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