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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가계부 드로잉》 발간한 일러스트레이터 munge

당신은 오늘 무엇을 사셨나요?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인스타그램이나 소셜 네트워크엔 자신이 매일 먹는 음식이나 요리, 데일리 룩 등 자신의 일상에 대한 기록들로 가득하다. 일러스트레이터 munge는 이런 일상의 기록을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자신이 2014년 한 해 동안 구매한 물건들에 대한 기록을 《아티스트의 가계부 드로잉》(조선앤북)에 담았다.
munge는 작가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닉네임이다. 그는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턴 대학 MA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애니메이션, 카툰, 캐릭터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 《커피홀릭’s 노트》 《그림 그리고 싶은 날》 《마구마구 드로잉》 《나우 인》 시리즈 등 각종 드로잉 북과 컬러링 북에 이르기까지 개성이 돋보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티스트의 가계부 드로잉》은 친구가 보내준 선물과 일러스트레이터 munge가 답례한 선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며 시작됐고, 마침내 1년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일기가 되었다.

“외국에서는 매일 입는 옷, 먹는 음식 등 일상의 기록을 드로잉하는 작가들이 꽤 많아요. 저도 일상적인 드로잉을 해보고 싶었던 중에 우연히 구매한 목록들을 기록하게 됐죠. 보통 일기를 쓰려면 뭔가 특별한 걸 떠올리는데 막상 특별한 일이 있는 날엔 가슴 벅찬 하루를 보내 피곤하거나 지쳐서 일기를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시간이 지나서 쓰려고 하면 그때의 감정이 안 살아나기도 하고요. 그런데 영수증을 보면 무언가 떠올리지 않아도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었는지 다시 생각나더라고요. 제겐 영수증이 일상의 다이어리가 된 셈이죠.”


드로잉 북엔 할인 쿠폰과 적립금 사용, 이벤트 당첨 등에 관한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영화 관람이다.

한 해에 55편의 영화를 봤지만, 카드 할인, 영화관 할인, 포인트, 통신사 관람권 등 다양한 혜택으로 실제 지불한 금액은 한 편당 1240원에 불과하다.

“스물한 살 때 미국에서 어학연수 할 무렵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어요. 보통 마켓에서 요일마다 할인되는 품목을 적어놓았는데, 할인이 안 되는 날 굳이 정상가로 사는 게 왠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쇼핑법을 익혔는데, 어릴 때 밴 습관이라 그런지 좀처럼 바뀌지 않네요.”


못 그린 그림도 쌓이면 추억이 된다

그런 그에게도 병적인 소비 품목이 있었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열정을 쏟은 건 그림보다 스케치북 쇼핑이었다.

“스케치북이 이미 120권이나 있었는데도 계속해서 사들여 결국 200권을 채우고 말았죠. 2000년도부터 양장본 스케치북을 썼는데, 브랜드마다 종이의 질감, 사이즈가 달라 용도에 따라 이것저것 사다 보니 해마다 몇십 권씩 늘어났어요. 양장본 스케치북은 펼침면으로 그림을 그리면 책으로 엮인 작품집 느낌이 나서 좋거든요.”


그는 오랫동안 가계부를 써왔어도 기껏해야 한 달 혹은 한 해의 씀씀이를 파악하는 정도에 머물렀다고 한다. 어쩌다 영화 리스트를 상세히 기록하는 게 다였다. 가계부를 그림으로 그리면서부터는 언제 들쳐보아도 그때 있었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무엇을 샀는지, 돈을 어디에 썼는지 숫자에 대한 기록 혹은 물건에 대한 기록으로 보일지도 몰라요. 소비 목록을 기록하며 제 성향을 알 수 있었고, 하루하루의 추억을 담아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생수병, 주스병이 그려진 그림 한 장 한 장이 무슨 가치가 있겠어요. 그러나 365일이 쌓이니까 이야기가 되더군요.”

munge는 “드로잉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며 “《아티스트의 가계부 드로잉》 에 수록된 그림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지만 못 그린 그림도 쌓이면 재밌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못 그린 그림도 재미있다면 누구나 드로잉에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언제든 지난날의 일상을 떠올리며 ‘추억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 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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