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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관 리움 ‘아트스펙트럼 작가상’ 수상한 이완

‘아침 식사 한 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글 : 이선주 자유기고가  / 사진 : 김선아 

삼성미술관 리움이 성장 가능성이 주목되는 젊은 작가들을 선정해 2년에 한 번씩 열어온 <아트스펙트럼> 전시회. 올해부터는 별도 심사를 통해 10명의 전시 작가 중 1명을 선정,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을 수여했다. 이 상의 첫 수상자인 이완 작가를 리움 전시장에서 만났다. 전시장에는 이완 작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많았다. 작품에 작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2013년 시작된 〈메이드 인〉 시리즈에서 작가는 대만에서 사탕수수로 설탕을 만들고, 캄보디아에서 벼농사를 짓고, 미얀마에서 금을 채취하고, 태국에서 실크 제조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현지인과 함께 노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노동의 결과물을 함께 내놓았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체험 삶의 현장> 같기도 하고, 아시아 각국의 역사와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같기도 한 이 전시에서 어떤 담론을 얻어 가야 할까?
거대한 시스템 안에 갇혀 있는 우리 삶을 성찰

“원래 ‘한 끼의 아침 식사’를 생각하며 시작한 작품입니다. 아침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나 물건들에 몇 나라나 관계가 있을까요? 당근주스에는 중국산 당근에 대만산 설탕이 들어가고, 중국공장에서 미국산 밀을 말레이시아산 팜유로 튀겨 우리나라 과자를 만들기도 합니다. 어느 날 제 식탁 위에 오른 음식들을 따져보니 열 곳이 넘는 나라들과 관련이 있더군요. 우리는 그저 소비만 할 뿐 그게 어디에서,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드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생산과 소비가 철저히 유리되어 있는 것입니다. 최종 소비자인 제가 최초 생산자가 되어 직접 체험해보고, 제가 알게 된 것을 관람객도 같이 알아가자는 의도입니다. 개개인의 평범한 한 끼 식사도 지구 전체의 정치경제 구조와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나가는 과정이지요.”

지난해 여름 그는 대만에서 한 달 반을 보냈다. 사탕수수를 낫으로 베어 껍질을 벗기고, 돌로 으깨고 끓여서 설탕을 추출해냈다. 흙으로 설탕종지를 빚고, 숟가락도 직접 만들었다. 설탕은 일본 제국주의가 대만을 식민 지배했던 시기 대표적인 수탈 품목. 그런데 그 때문에 설탕이 산업화하면서 대만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식민지배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 교차하는 식품이다. 작가는 “대만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반감이 아니라 호감을 느끼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한다. 태국에서는 미국 실크회사에서, 미얀마에서는 중국 금광회사에서 일했다. 미국 실크회사에서 일하는 한 태국여성은 그곳에서 일한 덕분에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국적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미얀마에서 그는 중국 금광회사를 찾아갔다.

“미얀마의 수도인 양곤에서 버스로 14시간을 간 후 마을까지 2시간을 걸어 들어갔습니다. 금광은 마을에서도 산봉우리 몇 개를 넘어야 하는, 오토바이로 3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how to become us_ 2011
5일 동안 마을에 묵으며 촬영허가를 받기 위해 금광을 왔다 갔다 하기를 수차례. 겨우 금광에 들어간 그는 1주일간 작업해 3g의 금을 얻었다. 열악한 기숙사에서 공동 생활하면서 독극물을 사용하는 등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금광 노동자들이 받는 보수는 한 달에 10만원 남짓. 생산된 금은 모두 중국으로 건너간다.

“시장의 기능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에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3세계 노동력 착취가 점점 더 심해집니다. 그런데 정작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은 잘살고 있다고 착각하지요.”

캄보디아에서는 논농사를 지으며 킬링필드 시대를 떠올렸다.

“크메르 루주 정권이 자국민의 3분의 1을 학살하는데도 지도자인 폴 포트의 뛰어난 외교력으로 국제사회가 침묵했지요. 지금도 땅을 파면 유골이 나올 정도로 나라 전체가 피로 물든 곳에서 쌀농사를 지었습니다. 크메르 루주 정권 때 군인으로 학살에 참여했다 지금은 농부로 살고 있는 분을 찾아갔는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별로 죄의식을 보이지 않더군요.”

made in Taiwan Sugar
그는 우리의 일상적인 식탁에서 출발해 신자유주의로 묶인 세계인의 삶과 그들이 겪어온 역사를 조망한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미완성이다. 중국·인도네시아·라오스·베트남·방글라데시·필리핀·싱가포르·일본 등 8개국을 더 돌아 전체 12개국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보시는 분은 ‘설탕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며 재미있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불편한 진실과 생각할 거리가 있지요.”

미끄럼틀_ 나무, 500×100×160cm, 2005
그는 2005년 대학 졸업 직후 발표한 작품에서부터 시스템과 개인의 관계를 파헤쳐왔다. 첫 작품인 〈riding art〉에서 그는 미끄럼틀, 세발자전거, 대관람차, 시소 등 놀이기구들을 선보였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계단을 올라가 미끄럼틀을 타려고 하면 올라간 사람의 무게 때문에 미끄럼틀이 바닥으로 내려앉으면서 계단으로 다시 내려와야 하는 구조다. 대관람차는 두어 사람이 손으로 돌려야 회전하는데, 교실에서나 볼 수 있는 책걸상이 좌석으로 달려 있다. 놀이 공간에 책걸상이라니. 세발자전거 좌석 자리에는 안락의자가 놓여 있다. 그가 ‘다시 생각하게’ 하기 위해 놀이기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서 ‘이 세상이 놀이동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롤러코스트를 타면 어떤 지점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소리 지르고, 어떤 데서는 모두가 똑같이 무서워하잖아요? 내가 자발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계산해놓은 시스템에 부응하는 것이지요. 개인은 시스템에 이렇게 불가항력적으로, 수동적으로 반응합니다. 미끄럼을 탈 것을 기대하고 계단을 올라갔다가 그 미끄럼틀의 구조적인 문제로 타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작가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

절대적 기준에 대한 내면의 불가항력적 엔트로피_ 가변 설치, 오브제 쌓아 균형 맞춤, 2012
그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실에도 ‘왜 그런가?’ 끊임없이 의문을 던졌다. 중학교 때 집 앞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산을 가리기 시작하자 ‘왜 아파트가 생겨야 하는가? 그전에는 사람들이 살 집이 없었는가? 아니면 인구가 늘었는가?’ 의문을 가지고 인구조사까지 해봤다. 그리고 매주 한 번씩 똑같은 자리에서 한 층씩 올라가는 신축 아파트를 촬영했다. 지금도 ‘내 선택이 과연 내가 선택하는 것인가? 시스템이 적당히 욕망을 자극하는 것에 내가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수시로 묻는다. 선택은 동의한다는 뜻인데, 그게 자발적인 동의인가 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정치, 경제, 사회구조에 의문을 갖고 연구한다.

“예술도 기본적으로 정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상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게 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게 정말 진실인지, 우리 생각이 선입견과 관습,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이를 위해 그는 기존 관념을 전복시키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지식의 보고(寶庫)》라는 책을 가지고 덤벨과 역기를 만들어 책을 그저 무게로만 가치를 매기는가 하면, 붉은 천에 흰색 궁서체로 글을 써서 런던 아트하우스갤러리에 걸었다. 북한의 자극적인 선전 문구가 쓰여 있을 것 같은 이미지다. 그런데 뜻밖에도 “너도 날 좋아할 줄은 몰랐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 꿈만 같아서 나 내 자신을 자꾸 꼬집어봐/ 너무나 좋아”라는 원더걸스 노래 ‘텔미’의 가사가 쓰여 있다. 유쾌한 반전이다. 그의 작업은 이렇게 어렵지 않고, 위트와 유머로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Chicken Baseball_ Grated chicken materials, 2008
“사람들은 마트에 놓인 물건들을 보고 별 의심 없이 거기에 쓰인 매뉴얼대로 사용한다. 나는 시스템에 무조건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며 흠칫 놀란다. 나는 케첩과 소스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 버터를 조각해 무언가를 만든다”고 말하는 작가는 마트에서 산 닭고기와 쇠고기로 예상을 깨뜨리는 물건들을 만들었다. 닭고기는 갈아서 플라스틱 액체를 섞은 후 틀에서 굳혀 야구공을 만들고, 쇠고기와 플라스틱 액체를 섞어 각목 형태로 만든 다음에 다른 오브제를 결합해 몽둥이, 낫, 빗자루를 만들기도 했다. 마가린으로 해골이나 죽은 제비를 조각하기도 했다. ‘삶은 짧고 덧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17세기 네덜란드의 ‘바니타스 정물화’가 떠오르는데, 기온이 높으면 녹아내리는 마가린의 특성상 그 의미가 더 증폭된다.

일상적인 오브제 60개의 무게를 하나하나 재어 평균값을 낸 후 평균값인 5.06kg에 맞춰 오브제들을 재조합한 〈우리가 되는 방법〉은 하나의 척도만을 강요하는 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보여준다. 무게를 맞추기 위해 책과 방석과 냄비, 망치와 불상과 페트병 등 전혀 관계없는 물건들을 한데 묶고, 테이블같이 무거운 물건들은 마구 잘라냈다. 무의미하고 폭력적인 절단과 결합이다. 올해 3~4월 사루비아 다방에서 열린 전시에서 그는 30명의 사람들이 각자 어림짐작하는 1cm를 척도로 자를 만들고, 그 기준으로 다시 의자들을 만들어 전시했다. 우리 각자가 가진 척도가 얼마나 다른지 눈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10년간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곱 차례의 개인전에 여러 차례 그룹전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일관된 주제를 가지되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사람들에게 말 걸기를 해온 것이다. 〈메이드 인〉 시리즈가 마무리되면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을 파헤치는 금융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Household iteam_ Grated beef materials, 2009
“펀드 매니저 친구와 살면서 주식의 구조에 관한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각 나라 경제의 특징과 세계경제 흐름을 파악해서 실제로 투자한 적도 있었는데, 결과가 좋았지요. 이번에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금융맨으로 변신해 금융시장 안에서 어떻게 잉여가 발생하는지 보여줄 생각입니다. 가상의 돈을 만들어 교환도 하고요. 내가 투자로 번 돈이 사실은 아프리카의 노동자가 땅을 파야 생기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순환이 너무 거대해서 의식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걸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는 미술가로서 자신의 역할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

“흰 천 위에 똑 떨어진 까만 점처럼 제가 사람들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전 지구적으로 구축되는 시스템이 복잡하고 거대해질수록 사람들은 의식도 하지 못한 채 거기에 조정됩니다. 우리가 뭘 모르고 살아가는지, 시스템은 어디로 치닫고 있고 어떤 모순이 있는지 문제를 제기하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생각 없는 사람들이 무시무시한 전체주의를 만드니까요. 제가 꿈꾸는 사회는 자기만의 생각과 문화, 교양과 지성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 찬 곳입니다.”
  • 201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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