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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박규희

유럽과 일본을 매혹시킨 로맨틱한 기타리스트

글 : 천수림 TOPCLASS 객원기자  / 사진 : 하지영 

벨기에 프렝탕 기타콩쿠르에서 아시아인이자 여성 최초로 1위, 알함브라 국제기타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 수상 등 국제적인 명성의 콩쿠르를 휩쓸고 있는 기타리스트 박규희씨. ‘아름다운 연주’로 정평이 나 있는 그가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 만났다.
기타리스트 박규희씨(29)는 현재 빈에서 8년째 생활하고 있다. 도쿄음대를 거쳐 현재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수학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타의 거장 알바로 피에리가 그의 스승이다. 현재 전통의 레이블 데논의 전속 레코딩 아티스트인 그는 데논에서 2장의 앨범을 낸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총 5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한국인으로서 데논의 전속 레코딩 아티스트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에 이어 두 번째다. 그에게 ‘음악의 도시’ 빈은 음악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빈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음악의 도시입니다. 귀가 높아지는 도시라고 부르고 싶어요. 1년 내내 콘서트가 열리는 도시이자, 유수한 박물관이 많은 도시예요. 저도 1년 티켓을 끊어서 틈날 때마다 돌아봅니다. 빈 사람들의 문화적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그는 지난 2월 20일 금호문화재단 초청으로 국내 첫 공식 데뷔 리사이틀인 <2014 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 시리즈 4-박규희 기타>를 가졌다.

“유럽과 일본, 미국 등지에서 연주회를 했지만 우리나라 무대가 가장 긴장됐어요. 다른 나라에서 연주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음악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니 함께 즐기자는 마음을 가졌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금호아트홀 연주회에서는 정열적인 알베니즈의 ‘스페인모음곡 1번’ 중 ‘전설’, 거칠고 강한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지나스테라의 ‘기타소나타’ 등을 연주했다.

“바리우스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작곡한 ‘플로리다’라는 곡은 애절함을 느낄 수 있고, ‘숲 속의 꿈’은 마치 숲 속에서 꿈을 꾸는 것 같은 아름다운 곡이에요.”


이외에도 건반악기와 류트의 곡을 편곡한 18세기 스카를라티와 바흐의 바로크시대 곡부터 파라과이 출신 기타리스트 바리오스 망고레의 ‘최후의 트레몰로’ 등 20세기 현대곡까지 모두 들을 수 있는 무대였다. 그는 또 스페인 기타음악의 명곡을 담은 〈스페인 여행〉과 남미 기타음악의 명곡을 담은 〈최후의 트레몰로〉 음반을 국내 동시 발매했다.

“스페인은 제가 가본 나라 중 가장 따뜻하고 포근하고 여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의 느낌을 살려 녹음했어요. 〈최후의 트레몰로〉는 남미 작곡가 중심으로 엮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바리오스 망고레의 음악이 들어 있어요.”

그가 추구하는 음악은 “아름다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우루과이 출신의 기타리스트 바리오스 망고레는 극도의 로맨티시즘을 보여줍니다. 기타 본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감정을 환하게 하는 음악이랄까요. 피아노로 본다면 쇼팽과 같은 음악이라 할 수 있어요. 저도 사람의 감정을 중심에 놓는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싶어요.”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음악 본연의 ‘순수성’과도 맞닿아 있는 개념이라고 한다.

“조금 지친다 싶을 때 떠올리는 한 장면이 있어요. 빈에서 본 아프리카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는데, 어떤 소년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장면이 나와요. 그 아이가 이런 대답을 합니다. ‘전 아홉 살이 되는 게 꿈이에요.’ 그때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그리고 더 순수하게 나 자신에, 그리고 음악에 임하자고 다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클래식기타에 대한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기타 하면 흔히 통기타를 떠올리는데 클래식기타는 정말 전혀 다른 악기로 봐주셨으면 해요. 한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에서 클래식기타는 대중적인 현악기입니다. 전공자도 많고 연주회도 활발해요.”


그는 현재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무라지 카오리를 뛰어넘는 여성 기타리스트로 점쳐지고 있다. 2010년 일본 데뷔 공연 이후 여름방학이면 일본 각지에서 독주회를 연다. 그의 공연은 NHK TV에서 실황 방영했고, 라디오 토크쇼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무라지 카오리는 열다섯에 데뷔한 뒤 발매하는 앨범마다 클래식 음반 1위를 달려요. 지금은 팝과 클래식을 함께 연주하는데 클래식기타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무라지 카오리처럼 기타를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가 기타를 시작한 것은 세 살 때다. 세 살 때의 기억은 엄마를 통해 전해 들었고, 그가 기억하는 자신은 항상 기타를 안고 있었다고 한다.

“다섯 살 때까지 일본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왔는데,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다시 일본으로 이민을 갔어요. 세 살 때 엄마가 취미로 클래식기타를 배우셨는데 제가 그 소리를 너무나 좋아해서 기타를 치려고 했대요. 그때 엄마가 유아용 클래식기타를 사주셔서 놀이처럼 배웠어요. 기타의 음색이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제 성격과 맞았던 것 같아요. 피아노는 좀 화려한 편이라 그런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폭넓게 음악을 좋아했다기보다 ‘기타’의 음색에 빠졌던 것 같아요.”

그는 기타가 자신의 내면과 닮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듯하다. 그를 기타리스트의 길로 이끌어준 스승은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리여석씨다.

“여섯 살 때부터 기타를 배웠는데 선생님 댁에 있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많았어요. 기타를 대하는 태도와 인격을 가르쳐주신, 가장 존경하는 스승입니다. 빈에 계신 알바로 피에리 교수님은 음악의 길을 가르쳐주셨고요. 도쿄음대에서 빈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던 것도 알바로 피에리 교수님에게 배우고 싶어서였어요.”


동양에서 온 자그만 체구의 그가 자신을 유럽에 알리는 방법은 콩쿠르에 도전하는 것이었단다. 한국에 클래식기타를 알리는 데도 좋은 방법이었다.

“콩쿠르 수상으로 연주력을 인정받으면 연주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됩니다. 그 점이 저에겐 기회였어요.”

그는 벨기에 프렝탕 기타콩쿠르에서 아시아인 및 여성 최초로 1위, 알함브라 국제기타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 독일 하인스베르크 국제기타콩쿠르 1위, 리히텐슈타인 국제기타콩쿠르 1위, 이탈리아 바리오스 국제기타콩쿠르 1위, 스페인 루이스밀란 국제기타콩쿠르 1위 등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카네기홀(와일홀)에서 다다리오 음악재단 초청으로 리사이틀 무대를 가졌다. 이 무대가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도 흥분되었고, 카네기홀은 영광스러운 무대니까요. 이 연주는 알렉산드리아콩쿠르에서 2등을 한 계기로 서게 되었어요. 원래는 1등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인데 심사위원들의 추천으로 서게 되었습니다.”

유럽・미국・일본을 종횡무진하는 그를 통해 국내에서도 클래식기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질 것 같다.
  • 2014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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