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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최민준 소장

미술학원에서 소외당하던 남자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공간을 만들다

글 :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 사진 : 김선아 

첫 번째 기억


다섯 살 때 그린 텔레비전. 다른 아이들은 단순히 네모나게 표현할 때 그는 입체적으로 그렸다. 어린 눈에도 그림이 제법 멋있어 보였다.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미술학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기계와 로봇 대신 꽃과 나비만 그려야 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학원을 그만두었다.


두 번째 기억


그는 대학생 시절 띠동갑인 초등학생 여동생과 그 친구들에게 미술을 가르쳤다. 미대생이었지만 미술교육을 정식으로 공부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마음대로 했다. 이름 하여 ‘빨간모자단’. 한 명씩 이젤을 메주고 동네 놀이터나 남산에 가서 아무 데나 걸터앉아 그림을 그리게 했다. 아이들은 그림그리기 외에도 돌아가며 수업을 진행했다. 어디를 갈 것인지, 돈은 얼마씩 걷을 것인지, 음식은 무엇을 먹을 것인지 등 모두 아이들이 직접 의논하고 계획하게 했다. 초등학생들이 직접 계획서를 쓰고 리더가 되는 ‘산 공부’였다. 그 아이들은 훗날 전교회장이 되거나 동아리를 창단하는 등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는 쉽게 말하면 남자아이 전문 미술학원이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 비해 공감능력이 낮고, 소근육 발달이 더디다. 망막의 신경 차이로 색을 구분하고 찾아내는 능력도 떨어진다. 에너지 넘치고 산만한 탓에 다루기도 힘들다. 여자아이가 차분히 앉아 하얀 도화지를 알록달록 색칠하는 반면, 남자아이는 책에 낙서를 하거나 도화지를 시꺼멓게 도배한다. 여자 선생님은 이런 남자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일반 미술학원에서 남자아이는 ‘천덕꾸러기’다.

“여자아이들은 선천적으로 사람그리기와 색칠하기를 잘해요. 반면 남자아이들은 졸라맨처럼 외형보다는 동세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그림을 그리죠. 선생님은 아무래도 여자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게 돼요. 아동미술은 예쁘고 정서적으로 좋은 그림이라는 인식이 강하니까요. 그러면 남자아이들은 자기가 그림을 잘 못 그린다고 생각하고 포기해버려요. 미술에서 남자아이는 약자인 셈이죠.”

여자 선생님이 대부분인 미술학원은 남자아이에게 불편하다. 하지만 그는 남자아이들이 더 편했다. 같은 남자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됐고, 빨간모자단을 할 때도 유독 남자아이들이 그의 말을 잘 따랐다.

‘그렇다면 남자아이만 전문적으로 가르쳐볼까?’

그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남자아이들을 연구했다. ‘남자아이’ ‘아들’ ‘소년’이 들어간 책은 모두 찾아 읽었다. 저자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교육학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닥에서부터 볼 수 있었다. 2011년 학원을 내기 전까지 그는 남자아이 약 1000명을 만났다. 공감능력, 탐구력, 몰입도, 자기주도 성향, 승부욕, 인정욕구, 스토리텔링 능력, 관심 주제 등 범주별로 데이터를 모집했고, 남자아이에게 맞는 교육이 어떤 것인지 분석했다. 이 성향파악 테스트는 지금도 새로 들어온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계속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미술과 배움


자라다연구소는 흡사 공방과도 같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미술’을 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연구한다. 무언가를 발명하고 창조한다. 5~11세 남자아이들이 글루건으로 널빤지를 이어 붙이며 거북선과 로봇을 만들고, 찰흙으로 공룡과 성을 빚는다. 도화지에는 비행기와 자동차를 그린다. 이 모든 것이 진정한 의미의 ‘미술’, 미를 표현하는 예술이다.

“아이들에게 미술학원이라고 말하지 않아요. 대신 여기는 비밀연구소고, 너희들은 연구원이라고 말하죠.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해. 여기 있는 재료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 단 한 시간밖에 못 있어’라고 얘기하면 애들이 놀까요? 안 그래요. 아이들은 그 시간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아주 열심히 만들어요. 장수풍뎅이든 야구든. 저희는 그 과정에 집중해요. 아이들은 그때 탐구력이나 배우는 자세를 기를 수 있으니까요. 미술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기에 저희가 선택한 도구일 뿐이에요.”

선생님은 일대일로 아이들 옆에 붙어 있지만 아이들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그냥 묵묵히 지켜본다. 도움이 필요할 때 잠깐 손을 빌려주거나 조언을 해줄 뿐이다. 작품 제작은 순전히 아이의 몫이다. 아이 스스로 모든 것을 선택하고 만든다. 그 성장과정은 관찰일지에 고스란히 기록되고, 이것은 아이에게 어떤 교육방식이 올바른지 판별하는 근거가 된다.

“배움이란 놀면서도 배우고 책으로도 배우잖아요. 어른이 생각하는 방식과 아이들이 실제로 배우는 방식은 달라요. 아이들끼리도 좋아하는 것과 배워가는 방식이 다 다르고요. 이 세상에 좋은 교육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이에게 맞는 교육만 있을 뿐이죠. 그래서 아이를 연구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자라다’


“많은 분이 연구소 이름인 ‘자라다’를 보고 ‘모자라다’에서 ‘모’자가 빠진 거 아니냐고 오해하시는데(웃음), 아이들은 우리가 가르치거나 만들 수 없다는 걸 의미해요. 아이들 스스로 자라는 것이고, 우리는 영양분만 줄 수 있죠.”

2011년 처음 문을 연 자라다연구소는 3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본점인 일산 외에 이미 부산・대전・인천 송도 등 여러 곳에 분점을 냈다. 말 그대로 쑥쑥 자라고 있다. 교육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그의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올해의 목표는 ‘확장이 아니라 성장하자’예요.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탔고 기대치도 높아서 어디에 오픈해도 잘될 거예요. 하지만 사회적인 책임이 있잖아요.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함께하려는 분이 우리의 이념에 공감해야 하고, 아이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연수를 통해 적성에 맞는지 서로 판단해요. 하나라도 제대로 내려고.

자라다연구소가 더욱 성장해서 대한민국 하면 ‘남아미술교육을 제일 먼저 시작한 기업이 있는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너무 원대한 꿈일까요?(웃음)”
  • 201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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