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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메소즈’ 김기현・문석진・이상필・남정모

질문을 던지고 방법을 찾으면서 우리 디자인이 시작됩니다

글 : 이선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도균 

왼쪽부터 문석진・남정모・김기현・이상필.
김기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무게 1.28kg의 의자를 디자인해 2011년 런던디자인페스티벌 ‘100%디자인 런던’에서 소재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2012년 런던디자인박물관 ‘올해의 디자인’ 가구부문 대상을 받은 디자이너다.

한국 디자인의 미래로, 세계가 주목하는 디자이너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그는 지난해 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인메소즈’의 일원으로 <새로운 물결: 가구와 신진 디자이너들> <울 모던(Wool Modern)> 전시에 참여하고, ‘2013 코리아디자인어워드’에서 리빙디자인부문 대상을 받았다.

서울 한남동 한 빌딩의 지하에 자리 잡은 디자인메소즈를 찾았다. 디자인메소즈는 김기현씨가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1년 후배인 제품 디자이너 문석진, 그래픽디자이너 이상필・남정모씨와 함께 만든 팀이다. “정확히는 이 친구들이 만들려던 팀에 제가 합류한 거지요.”

‘We design methods’라는 의미를 가진 ‘디자인메소즈’라는 이름은 이 팀이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김기현씨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1.28kg짜리 의자 ‘1.3 체어’ 역시 디자인에 대한 접근방법이 달랐다.

“다른 나무보다 5~6배 빨리 자라고 가벼운 발사나무를 소재로 의자를 만들었습니다. 가볍지만 무르다는 단점 때문에 서핑보드나 요트, 피아노의 부품 등으로만 사용해온 이 소재의 가능성을 실험한 거지요. 합판을 씌워서 압축성형해 강도를 높였는데, 이 나무를 산업에 활용하면 생산성이 높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많습니다.”

Balsa Wood 1.3 Collection
2차세계대전 때 폭격기도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스튜디오에 있는 1.3체어를 들어 올렸다. 정말 수수깡처럼 가볍게 들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 의자를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수요가 제한적이다 보니 세계적으로 발사나무 재배지역이 많지 않아 오히려 원가가 높다는 것. 독일의 한 가구회사는 발사나무가 아니라 다른 재료로 그가 디자인한 의자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2013 코리아디자인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이 팀의 ‘스쿨프로젝트’도 질문을 던지고 방법을 찾아가는 이들의 디자인 과정을 잘 보여준다. 서울에 있는 한 어학원에서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때 이들은 이곳 수강생 6명이 앉아 있는 자세를 석고로 본을 떴다. 한국의 주입식 학원교육에서 학생들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꼿꼿이 앉기보다 의자에 걸터앉아 책상에 두 팔을 올리고 필기에 열중한다. 기존의 인체공학적인 의자는 이들과 맞지 않았다. 그들은 이 자세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낄 의자를 디자인해냈다.

의자나 책상 같은 가구뿐 아니라 교실 전체가 이들에게 디자인 대상이었다. 이들은 가르치는 이에게만 시선이 집중되도록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를 교실에서 모두 배제했다. 벽이나 의자 뒷면을 빛을 반사하는 흰색이 아니라 연회색으로 만든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시선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방 모서리에 꽉 차도록 칠판을 걸었는데, 이 칠판에는 프레임이 없다. 분필을 놓는 부분이 꺾여 있어 분필도 안 보인다. 칠판 위에는 광천장을 설치해 가르치는 사람이 모델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했다.

“한국적인 디자인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의가 많습니다. 한국적인 문양이나 색채가 들어가야만 한국적인 디자인일까요? 한국의 독특한 교육문화의 필요에 따라 나온 디자인도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들은 올 4월 명동에서 오픈할 디자인호텔 ‘스몰하우스 빅도어’ 오픈을 앞두고 바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55년 된 오피스 건물을 레노베이션해 25개 객실의 작은 호텔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호텔 안에 들어갈 가구뿐 아니라 그 안에서 이루어질 문화 콘텐츠까지 전체적인 아트디렉팅(art directing)을 하고 있지요.”

1층에서 지하로 계단식으로 연결된 비스트로는 벽면에 영상 아티스트 등의 작품을 상영하면서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 옥상에는 음료와 와인,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들어간다.

“명동 한복판, 고층 빌딩 사이 폭 꺼져 있는 건물이라 색다른 서울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작은 호텔이지만 지나가는 누구든 들여다보고, 들어와서 함께 즐길 수 있게끔 ‘오픈도어(open door)’를 하겠다는 것이다.

“호텔이란 공간은 우리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어야 하는 곳 아닙니까? 그러면서도 콤팩트해야 하고. 디자인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무척 재미있습니다.”

School Project
스탠더드룸같이 좁은 공간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퀸 사이즈 침대를 넣어 안락함을 제공하겠다는 것.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편안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디자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이들은 이 호텔을 위해 디자인한 가구 설계도를 무상 제공하는 ‘오픈소스(open source)’ 디자인도 시도할 계획이다.

“저희 스튜디오에 있는 이 책상과 책장이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엔조 마리가 오픈 소스로 제공한 설계도에 따라 만든 것입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것, 그게 디자이너의 역할이자 사명 아닐까요?”

제품 디자이너와 그래픽디자이너가 함께 스튜디오를 만든 것도 색달랐다.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콘셉트를 잡아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제품이나 가구 혹은 인테리어를 디자인하고, 홍보와 마케팅까지 아트 디렉팅을 전체적으로 할 수 있지요. 이상필씨는 사진, 남정모씨는 프린트미디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희가 이런 팀이라는 것을 알고 의뢰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네 사람은 모두 평등한 위치다. 초기 콘셉트를 잡아가는 단계부터 아래위 없이 치열한 논쟁을 거친다고 한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벽면을 가득 채운 칠판이 그 논쟁의 흔적이었다.

“앞으로도 팀의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어요. 크리에이티브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니까요.”

이들은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디자이너, 존경받을 만한 디자이너, 역사에 남을 만한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 201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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