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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보낸 사람> 김진무 감독

“영화 통해 북한 인권문제가 수면 위로 나오길”

글 : 박소영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2월 개봉한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이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신이 보낸 사람>은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 땅에서 신앙을 지켜나가는 지하 교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보수 인사와 진보 인사가 동시에 이 영화를 추천하는가 하면, 미국‧영국‧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구매 문의를 하는 등 현재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1급 정치범으로 아내와 함께 수용소에 끌려갔던 주철호(김인권 분)는 아내를 잃고 혼자만 살아남는다. 철호는 아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탈북하기로 결심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고발당하고 만다. 영화는 철호가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시종 무거운 분위기로 그린다. 김인권의 표현을 빌리자면 “극장에 즐기러 갔다가 찜찜한 기분으로 나오게 하는” 영화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핸디캡에도 불구, <신이 보낸 사람>은 꾸준한 좌석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저력은 무엇일까. 김진무(31)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북한 인권의 현주소를 알리기 위한 소재로 종교를 사용했다. 그러나 종교가 아닌 다른 요소에 포커스를 맞출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데올로기적으로 가장 크게 충돌하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바로 주체사상과 기독교였다. 이것들의 강렬한 부딪침이 탁월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물론 내가 신앙인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간혹 이 영화가 종교 영화인지 인권 영화인지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종교적 색채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영화를 본 관객들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영화의 목표 중 하나였다. 영화엔 다양한 캐릭터가 나온다. 체제주의자도 있고, 국경경비대 소속이지만 현실주의자인 사람도 있다. 신앙 때문에 죽음을 맞는 캐릭터도 있고, 주인공처럼 딜레마 안에서 괴로워하는 캐릭터도 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종교적인 관점도 그 안에 포함된다. 기독교인이기에 영화를 더 세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기독교인이기에 ‘이거 반기독교 영화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게 우리 영화의 의도이자 제작 이유다.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담론을 형성하고, 그 담론을 통해 북한 인권과 지하 교회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면 좋겠다.

-원래부터 북한 인권이나 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20대 때 심취했던 영화들이 소위 중국의 6세대 감독들이라고 불리는 ‘지하전영(地下電影)’ 감독들의 영화였다. 지아 장 커 같은.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거장인 허우 샤오시엔 감독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내 영화에도 그런 성향이 묻어나오는 것 같다. 처음 공개 처형 장면을 봤을 때 굉장히 충격을 받았고, 이걸 꼭 영화로 찍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투자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했었다(웃음).

-투자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해 재능 기부도 받고, 모금도 했다던데.

맞다. 사실 충무로에 이런 이야기를 끌고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충무로에는 철저하게 상업 논리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고, 게다가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영화는 북한 이야기에다 최근 비판을 많이 받는 기독교 이야기까지 더하지 않았나. 뜻을 같이 해줄 배우들을 만난 게 다행이었다. 언론시사회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캐스팅 과정에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하루에 두 배우 미팅을 진행했는데 낮에 만난 배우는 386세대로 운동권에 계셨던 진보 성향의 분이었고, 저녁에 만난 배우는 보수적인 색채가 굉장히 강한 분이었다. 그런데 그 두 분이 한 영화의 취지에 동의하고 출연 의사를 밝히셨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부분을 이해해주시고 공감해주신 것이다. 감사했다.

-김인권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촬영 당시 호흡 곤란을 느꼈을 정도로 몰입해서 연기했다고 들었다.

김인권 선배는 우리가 예상했던 범주를 넘어서는 수준의 연기를 선보였다. 코믹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프로페셔널로서 스태프들과의 거리 조절도 할 줄 아는 영민한 배우다. 김인권 선배를 설득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도 완벽한 논리를 구축해야 했다. 또 북한 사람 같이 생기지 않았나(웃음). 덩치 큰 사람, 너무 잘생긴 사람 데려다 놓으면 리얼리티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외모로는 거의 최고인 것 같다(웃음).


-<신이 보낸 사람>은 김 감독의 상업 장편 데뷔작이다. 전작 <휴일> <지상의 물고기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휴일>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태안에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이야기한 영화다. 한 달간 태안에 들어가서 취재를 했다. 을씨년스러운 겨울바다 풍경을 보면서 사색도 하고, 동네 분들을 만날 때마다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이 영화로 대전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지상의 물고기들>은 학부 때 찍은 로드무비다. 자살한 형의 옛 여자들을 만나면서 형의 기억을 복기해 나가는 내용인데, 어릴 때 찍어서 그런지 상징과 은유가 난무한다(웃음). 그 경험을 토대로 장편 영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앤 것 같다. 그때 제주도 올로케, 수중 촬영, 항공 촬영, CG, 와이어 등 해볼 건 다 해봤다. 학생 때라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어떤 영화인이 되고 싶은가.

창작자가 무엇을 만들 때는 최소한의 책임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그 이상을 해내는 사람들도 있고, 금기를 건드리는 사람도 있다. 나 또한 그런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에도 고문 장면이 나오는데, 아주 오랜 기간 고민하고 넣은 것이다. ‘잔인하고 냉혹하더라도 이 장면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내게는 휴머니티가 강한 영화들이 더 잘 맞을 것 같다.

이 일을 하면서 가슴에 늘 새기고 있는 것이 있다. <휴일>을 촬영할 때 ‘모팩’의 장성호 대표님께 크게 신세를 졌는데, 더 큰 감독이 돼서 은혜를 갚겠다고 하는 내게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갚아라. 그런데 나에게 갚을 것이 아니라, 네가 성장했을 때 너를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갚아야 한다. 그게 한국 영화계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 말씀이 곧 내 원칙이 됐다.
  • 201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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