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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 이혜경

한국적인 정서를 현대화한 우리 춤으로 세계를 매혹하다

글 : 천수림 TOPCLASS 객원기자  / 사진 : 김도균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면서 서양에서 각광받고 있는 무용단이 있다. 폴란드 자비로바냐 페스티벌과 국제종합예술축제 프로아트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초청 공연을 한 ‘이혜경&이즈음 무용단’이다.
이 무용단의 안무가 이혜경씨를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열리고 있는 대학로에서 만났다.

사진제공 : 이혜경&이즈음무용단, 도미넌트 에이전시(070-8807-0608)
‘이혜경&이즈음 무용단’은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이혜경씨가 2004년 창단했다. 이혜경씨는 2008년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에서 우수 안무가상, 2010년 서울무용제 자유참가부문 최우수단체상, 2011년 서울무용제 경연대상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의 권위 있는 상을 휩쓸면서 한국 무용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선 그는 무용 전문지 <춤>의 ‘춤의 얼굴’에 선정되기도 했다. 선화예중·고, 성균관대 무용학과와 교육대학원, 세종대학교 무용학과에서 박사를 마친 그의 삶은 무용이 전부였다.

“유럽에서 공연과 워크숍을 하는 것은 저에게 낯선 체험이지만 안무자로서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현대무용을 국제무대에서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죠.”

그는 2007년 헝가리・독일 등 세계무대에 한국무용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12년 폴란드에서 공연한 작품 <박>으로 ‘한국의 전통미를 가장 잘 표현하는 가장 이상적인 단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박>은 판소리 <흥부가> 중 흥부가 박을 바라보며 떠올리는 단상을 ‘박바라기-춤대목’이라고 지칭해 풀어낸 이야기다.

“폴란드 페스티벌에서는 <박>을 보면서 우는 관객도 있었어요. 그때 ‘이젠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민들의 한과 해학을 판소리와 탈춤으로 풀어내던 시대. 그때와 지금은 뭐가 다를까를 고민합니다. 그때의 풍자와 해학 코드는 지금도 낯설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그는 그동안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을 ‘여우령’의 입장에서 춤으로 만들어낸 <여우령>, 강강술래를 남성 버전으로 재해석한 <술래야, 술래> 신윤복의 그림 <정변야화>에서 영감을 얻은 <수다>, 농악의 부포놀이에 극적 요소를 가미한 <거미, 달을 삼키다>, 한국의 심미안적 정서를 시각화한 <청승>, 심청전을 재해석한 <꼭두질>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춤으로 풀어내왔다.

“이번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연하는 <꼭두질>은 심청전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천사와 악마의 이야기로 구성했어요. ‘심청이 팔려 가는데 심봉사는 어떻게 뺑덕어멈과 사랑에 빠질 수 있지?’라는 질문에서 풀어나간 작품이지요. 심봉사와 뺑덕어멈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인간을 지배할 때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행위를 움직임으로 표현했어요. 이 작품 역시 해외무대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습니다.”

연극적 요소에 판소리, 사물놀이까지 들어가지만 그의 작품은 분명 현대무용이다. 유럽에서는 동시대의 현대무용인데, “당신의 춤은 왜 다르냐!”고 묻는단다. 그는 “동시대성을 담되 우리 춤, 소리, 의상, 색깔 등 우리의 전통적인 특징을 꼭 살린다”고 말한다.

무용평론가 심정민은 <꼭두질>에 대해 “이혜경은 한국 춤의 정형성에 연연하기보다는 고전의 전형을 해체하고 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데 남다른 감각과 탐구력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고 평했다.


올여름 그는 스테디셀러 <짧은 수다>로 제9회 폴란드 자비로바냐 페스티벌과 제10회 국제종합예술축제 프로아트 페스티벌’에 초청되었다. “<짧은수다> 공연 중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가 들어가는데, 바르샤바 공연 때 ‘외국어라 잘 이해하지 못해도 참 듣기 좋다’는 평을 들었어요. 사람의 목소리만큼 감정을 잘 드러내는 것이 없고, 판소리는그 정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때 제가 하는 작업에 대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지요.”

그는 판소리는 한국인이어야 알 수 있는 홍어 맛이나 쌉싸래한 나물 맛과 같은 존재라고 믿고 있다. 그의 춤을 본 담슈타트 시립무용단은 한국적인 호흡법과 움직임에 관해 워크숍을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우리 호흡법은 무겁게 끌어가는 호흡입니다. 땅의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한 걸음을 내딛더라도 가볍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무겁게 끌어올리는 듯하죠. 끈적끈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앉아 있다 일어서기만 하는데도 그 안에는 마치 무언가 누르는 듯한 힘이 있지요. 아무리 현대무용을 한다지만 저 스스로도 이런 움직임과 호흡법은 죽어서도 놓지 못하는 한 방식인 것 같아요. 유럽 무용수들이 호기심을 갖고 임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들이 우리 춤을 배우고 있구나’ 생각하면 뿌듯하기도 합니다.”

내년에는 담슈타트 시립무용단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린츠주립무용단 등 유럽 전역에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들은 ‘한국 현대무용의 색채’를 독특하다고 평가한단다.


한국적 색채의 현대화는 그에게 늘 화두다. 그는 친숙한 전래동화를 새로운 이야기로 변모시켜 창작의 원천으로 삼는다. 그의 작품 중 <여우못>(제32회 서울무용제 대상수상작)은 그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보여준다.

“금강산 어느 기슭, 여우의 혼백들인 여우령들이 여우못이라 하는 호수에 모여 살았다. 여우령들은 장난기가 많은 영물이어서 자기들의 영역인 <여우못>에 다가오는 것이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가리지 않고 골탕 먹이는 취미가 있다. 하루는 이곳에 하늘 선녀들이 멱을 감으러 온다. 지체 높은 처녀들이라 여우령들은 애써 자제해보지만, 결국 본성을 거스르긴 힘들어 장난을 치기 시작하고, 마침내 근처에 사는 나무꾼 하나를 꾀어온다.”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이 ‘이혜경 스타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무대에 올릴지 그는 늘 상상하고 실험한다.

“요즘엔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어요. ‘이런 음악을 누가 들어?’ 하는 음악, 세상에 없는 것 같은 음악 말입니다. 그런 현대음악도 제 작업에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현대무용의 범주 안에서 ‘한국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그는 언젠가 ‘한국춤의 얼굴’로 불릴지 모른다.
  •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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