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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면 - 비밀파티

글 : 이상희 

글·그림 : 존 버닝햄 《비밀파티》(시공주니어)
34쪽 한밤의 고양이 파티 장면
예전에 읽은 이야기 하나. 술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한번은 아주 멋진 곳에서 밤새워 아주 흥겹게 놀았다. 며칠이 지나 그 곳이 그리워 다시 찾아 나섰는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고 또 더듬으며 헤매어도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꿈이었나보다 생각하고 아쉬운 마음을 접어둔 채 지내던 어느 날, 친구들과 술자리를 파한 끝에 홀로 흥에 겨워 발길 닿는 대로 들어선 것이 바로 지난날 그토록 애타게 찾던 그곳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다시 그곳을 찾아가니 또다시 감쪽같이 사라졌다…. 홀로 취한 몽환 상태에서만 이를 수 있는 곳,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 소설가 길이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걷다가 밤 12시 종이 울릴 때 나타나는 푸조를 타고 가서 이르는 1920년대 파리의 카페도 그런 곳. 우리 각자의 생에도 그런 시간과 장소가 있을 법하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나 영화 속의 길에게, 비슷한 경험으로 안타까워하는 이들에게, 우리나라에서 《지각대장 존》으로 이름난 존 버닝햄을 소개하고 싶다. 찰스 키핑·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와 함께 영국 3대 그림책 작가로 손꼽히는 이 작가는 이런 쪽의 전문가라고 할 만하다. 꿈과 현실을 투명인간이 장벽을 넘나들 듯 마음대로 오고간다. 앤서니 브라운이나 데이빗 위스너가 현실세계보다 더 생생하고 정교한 그림으로 환상세계를 구축하는 데 반해, 존 버닝햄은 초벌 스케치 비슷한 구불구불하고 희미한 선으로, 대충 잘라 붙인 듯이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조각 그림 이미지로 그것을 펼쳐 보인다. 그림 좀 그린다는 이들은 그래서, 처음 존 버닝햄 그림책을 보면 코웃음을 친다. 발로 그려도 이보다는 잘 그리겠다, 면서. 그러나 뛰어난 그림책에 감탄하는 어른 독자들이 그렇듯이, 점점 책장을 넘기는 손이 느려지면서 눈을 크게 뜨고 숨을 멈춘 채 한 장면 한 장면에 고개를 떨군다. 그렇게 매혹된 채 훌쩍, 작가가 데려가는 이야기 세계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마지막 장면을 덮고 뒤표지를 덮으면서, 소근육이 덜 발달한 아이가 그린 듯 묘하게 떨리는 그 선과 선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한 번만 보고 말기에는 너무도 아쉬워서 그림책을 주문하면서, 다른 작품도 두루 찾아보게 된다. 이 저렴한 예술품을 곁에 두고 거듭거듭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차서 손꼽아 그림책 오는 날을 기다린다. 또는 당장 서점으로 달려 나간다.


《비밀파티(It’s a Secret!)》는 2009년 영국의 출판사 워커북스에서 나온 1936년생 존 버닝햄의 신작이다. 그의 그림책을 꽤 여러 권 우리말로 옮긴 적 있는 나는 이 작품을 받아들고 어느 때보다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당시 생각에 이 그림책이 고양이가 등장하는 세상 모든 그림책 가운데 최고이며, 존 버닝햄의 전작 그림책 가운데서도 최고라고 여겼다. 커다란 판형에 예의 그 떨리는(?) 선을 어느 때보다도 자신 있게 그어대며 ‘(낮에는 만날 졸고 있는) 고양이들은 한밤중에 어디에 가는가’라는 아이들의 의문에 유쾌하게 대답해준 이 그림책 덕분에, 번역 당시 여러 가지 힘든 일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현실 속에서도 고양이 파티를 떠올리며 시시때때 싱글거렸던 일이 떠오른다.

멋진 파티복 차림으로 집을 나서는 고양이 말콤, 이를 목격한 아이들 둘이 말콤을 졸라대어 함께 고양이 파티에 간다. 삭막하고 괴괴한 한밤중 도시 주택가, 누군가 괴롭힐 생각에 밤잠 안 자고 몰려다니는 개들에게 쫓기지만 무사히 파티 장소에 도착한다. 그리고 멋진 밤을 보낸다. “고양이들은 마리 일레인과 노먼에게 아주 친절했어요./함께 춤도 추고 게임에도 끼워주었어요”.
  •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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