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퍼포디언’ 그룹 ‘옹알스’

한국 코미디로 세계인을 웃기다!

조수원
옹알스 멤버 중 가장 선배로, 스물두 살에 재미삼아 본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한 번에 합격했다. 공연에 필요한 소품을 직접 제작하고, 무대 디자인과 조명 효과까지 담당한다.

조준우
옹알스 멤버 중 가장 늦게 공채 개그맨이 되었다. 개인기 함양을 목적으로 저글링을 배웠고, 우리나라 최초로 유럽 저글링 컨벤션에 참가해 수상한 경력도 있다. 태양의 서커스 팀의 캐스팅 매니저에게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옹알스를 위해 보류한 상태다.

최기섭
7번의 낙방 끝에 SBS 공채 개그맨 7기에 합격했다. ‘옥동자’ 정종철에게 비트박스를 배웠다. 옹알스의 멤버들은 그의 비트박스를 두고 청출어람이라며 극찬한다.

채경선
학창 시절 오락부장을 줄곧 도맡았고, 자연스레 개그맨 시험에 응시했다. 조주원씨와 함께 옹알스를 창단했고, 독특하고 괴기스러운 웃음소리로 옹알스의 공연에 감칠맛을 더한다.
옹알스는 개그맨 조수원(32), 조준우(33), 최기섭(32), 채경선(31)이 결성한 개그 팀이다. 그들은 언젠가 전 세계 사람을 웃길 날이 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고, ‘퍼포디언’이라는 합성어까지 지었다. 퍼포디언은 ‘퍼포먼스’와 ‘코미디언’을 합한 단어로, 말 대신 행동과 소리로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을 뜻한다. 세상에 없던 말까지 만들며, 머리를 맞댄 그들의 별난 노력 덕분일까. 4년 전 대학로의 작은 연습실에서 그들이 계획한 세계 진출의 꿈은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린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성공리에 공연을 마쳤다. 당시 우리나라 개그맨으로는 최초로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다는 점, 매진 행렬을 이으며 현지 언론과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올해도 옹알스는 에든버러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두 배로 넓은 극장에 지난해보다 좋은 조건을 제안 받아 8월 3일부터 27일까지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스코틀랜드로 떠나기 직전,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한 옹알스 멤버들을 만났다.

서울 남성역의 한 김밥집 옆 건물 입구에서 옹알스 연습실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았다. 좁고 가파른 계단 옆에는 영국 신문에 소개된 옹알스의 기사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지하 연습실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있는 듯 무시무시한 굉음이 들려왔다.

“유후! 환영합니다” “두 번째로 저희 연습실을 찾아온 기자님이라는 행운에 당첨되셨군요” “시원한 것, 마실 것 드려야겠죠?” “뭐하는 거야! 이리 와서 빨리 앉아!” 옹알스 멤버들은 쉴 새 없이 말을 주고 받았다. 개그의 한 장면을 연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평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무척 재미있는 분위기였다.

“미친놈이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죠. 한국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주제에, 외국에 나가서 무얼 할 수 있겠냐는 말이었어요. 사실 그 말이 맞죠. 그래도 해보고 싶었어요. 세상 사람 모두 한번 웃겨보고 싶었어요.”(채경선)

올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선보인 옹알스의 포스터. 주최 측이 적극적으로 주선하여 유럽 현지 기획사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옹알스 멤버들이 개그맨이 된 사연은 각기 다르다. 조수원씨를 제외하고 모두 공채에 응시했다 떨어지기를 반복한 후 개그맨이 되었다. 채경선씨의 말처럼 특별한 인기를 누린 적이 없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소위 스타 개그맨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탓에 이들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그러던 중 조준우·채경선씨가 대학로의 작은 극장에서 대사 없이 맞거나 때리는 것으로 웃음을 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것이 옹알스의 시작이다. 말을 완벽하게 배우지 못한 아기들이 옹알거리며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착안했다. 대학로 공연가에서 2년 넘게 입소문을 타던 옹알스는 드디어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를 맡아 방송을 타기에 이른다.

“2년 넘게 대학로에서 옹알스 공연을 했어요. 그러다 수원 선배가 다쳐서 공연을 할 수 없게 됐어요. 그때 알고 지내던 준우 형에게 대신할 수 있겠느냐고 했죠. 준우 형은 옹알스의 모든 개그를 다 할 수 있다고 했고, 그렇게 셋이 팀을 이루었어요. 기섭 형은 종철 형이 지난해 에든버러에 가지 못하게 되어 합류했고요.”(채경선)

이렇게 인기몰이를 하던 중 옹알스는 어느 날 한 보육시설에 위문공연을 하러 갔다. 청력 장애가 있거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 시설이었다. 당시 큰 인기를 누리던 개그맨들도 함께 공연했지만, 보육시설의 아이들을 웃기지 못했다. 하지만 옹알스가 공연을 시작하자 들리지 않고,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반응을 보였다. 여기저기서 소리를 질러댔다. 재미있다는 신호였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라도 웃길 수 있겠다 싶었어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개그맨이 나와도 웃지않던 아이들이 저희를 보고 무척 좋아했어요. 웃음을 주는 데 꼭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조준우)


우리는 말이 안 통해도 웃길 수 있어요

일부러 말이 안 통하는 외국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옹알스의 의지는 현재 가장 활발한 공연예술 축제 중 하나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수소문해봐도 선배 개그맨 중에서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를 찾지 못했다. 그저 인터넷을 통해 에든버러 페스티벌 측에 참가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정보만을 알았을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옹알스 멤버들은 무작정 에든버러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들은 “무식한 짓이었다”며 깔깔대고 웃었다.

“직접 가서 보니까 뛰어난 팀이 무척 많았어요. 우리나라 코미디와 유럽의 코미디가 많이 달라서 놀라기도 했고요. 유럽 코미디는 매우 느리게 진행하면서 웃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주어야 해요. 그런 방식은 우리나라에서 절대 인기를 얻을 수 없죠. 그 때문에 처음에는 유럽 관객과 소통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조수원)

처음 에든버러에서 겪었던 일들을 신나게 설명하던 옹알스 멤버들이 갑자기 입을 모아 “햄버거”를 외쳤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죽어도 안 하려고 했어” “네가 하자고 우겼잖아” 하며 알 수 없는 핀잔이 오고 갔다. 질타의 대상인 채경선이 마지못해 변명하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공연 전단을 들고 잠깐씩 공연을 소개하는 팀이 많더라고요. 저희도 거리 공연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수원, 준우 형은 절대 안 하겠다고 했지만요. 제가 끝까지 우겨서 결국 공원에 가서 즉석 공연을 시작했어요. 그때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주었는데, 7만원 정도 되더라고요. 그 돈으로 커다란 햄버거를 하나씩 사먹었어요.”

에든버러에서 자신감을 얻고 돌아온 옹알스는 또 다른 문제에 부딪혔다. 바로 영어였다. 멤버 중에는 영어를 마음 편히 구사할 수 있는 이가 없었다. 이런 고민을 대학로 공연 중 솔직히 털어 놓았더니, 관객으로 왔던 한 대학생이 영어 신청서를 대신 작성해 주었다.

“첫날 공연 리허설을 하는데 스태프 반응이 싸늘한 거예요. 짧은 영어로 현지 스태프들에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다들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만 지었죠. 진행이 빠르고 생략이 많은 우리 개그를 받아들이지 못한 거예요. 급히 이런 부분을 수정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무대를 기다렸죠. 공연 시작 전 관객이 10명이었는데,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5~6석을 남겨두고 자리가 모두 찼더라고요. 심장이 터질 뻔했어요.”(최기섭)

2010년 정식으로 참가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거리 홍보하는 모습.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동양인 코미디언들에게 유럽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옹알스는 공연의 절반 이상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세계적인 공연 기획사들이 옹알스와 계약하고 싶어 했고, 그중에는 <태양의 서커스> 캐스팅 매니저도 있었다. 옹알스는 현재 런던・두바이・파리 등지에서의 공연 계약을 앞두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 캐스팅 매니저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는 조준우씨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거기 들어가면 집도 나오고, 아이들 학비도 대주고, 외국에서 공짜로 살 기회도 되겠더라고요. 그래도 옹알스를 떠나고 싶지는 않아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멤버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공연을 하기 전에는 에든버러 곳곳에서 거리 홍보를 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전단을 나눠주고요. 다들 동양인 코미디언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좋아했어요. 매표소 앞에는 공연 포스터를 붙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희 포스터를 좋은 위치에 붙여달라는 의미로 로비도 했어요. 음료수 한 병을 쥐여주면서 ‘좋은 자리에 붙여달라’고 했죠. ‘왜 음료수를 주느냐?’고 하기에 ‘이건 한국식이다’라고 말했죠. 다음날 매표소에 갔더니 가장 좋은 자리에 저희 포스터가 붙어 있었어요(웃음).”(조수원)

지난해 페스티벌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덕에 올해는 가장 큰 극장 중 하나인 ‘C venue’ 공연장을 배정받았다 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작년처럼 인기가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저희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퍼포디언이니까요!”(조준우)

엉뚱한 꼬마의 모습으로 돌아가 꾸역꾸역 풍선을 입에 넣고, 엉덩이춤을 덩실덩실 추는 옹알스는 우리나라 코미디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연습실 한편에 새겨둔 ‘코미디의 열정이 코미디의 역사를 만든다’는 문장처럼, 옹알거리며 무대에서 퍼포디언으로 살아갈 때 ‘스티브 잡스’도 부럽지 않다는 그들의 마음처럼.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옹알스
  • 201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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