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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작가 요조

생명을 향한 한없이 무해한 시선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초록 배낭을 멘 요조(본명 신수진)가 나풀나풀 들어섰다.
“안녕하세요~”라고 아주 천천히 말하는 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팅커벨이 떠올랐다.
조심스러움과 호기심이 반반씩 어린 투명한 눈빛. 요정이 현실 속에 존재한다면 요조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마침 서울 종로구 부암동 스튜디오 마당의 연둣빛 풀들이 그를 더욱 싱그럽게 감쌌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 제주의 작은 서점 ‘책방 무사’의 주인장인 요조는 우리 시대 배려와 사려 깊음의 어떤 롤모델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타인과 생명을 향한 한없이 무해한 그의 시선은 주변인들을,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전염시킨다. 작고 여린 존재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과 실천은 5년 전 제주살이를 하면서 본격화됐다. 해변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에 합류하고, 책방에서는 천가방을 기증받아 책을 넣어주고, 가급적 중고물품을 구입하면서, 환경보호를 위한 ‘어택(attack)’은 웬만하면 참여하려 한다.

어느덧 마흔, 그의 활동 반경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때론 방송 진행자이자 강연자로, 때론 영화감독으로, 또 배우로 외연을 확장해가지만, 그의 목소리의 데시벨은 좀처럼 커지지 않는다. 늘 조곤조곤 속삭이듯 말하고, 속삭이듯 노래한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작은 목소리는 꾸준히 힘이 세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며 고래고래 목청 높여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그래서 귀를 쫑긋해서 듣게 하고 마음속 공명으로 오래도록 남긴다. 요조처럼 생각하고, 요조처럼 글 쓰고 노래하고, 요조처럼 행동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취미가 요조’라는 열혈 팬도 있다.

그는 3년 차 채식주의자로, 해산물까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다. 채식주의자가 되기 전, 그는 ‘고독한 채식주의자(플렉시테리언)’로 지냈다. 아주 유연한 수준의 채식주의자 단계로, 혼자 먹을 때만 육식을 피하고, 여럿이 있을 때는 다수의 의견을 따라 아무거나 다 먹는다. 심지어 자신의 생일날은 치팅데이로 정해 작정하고 고기를 먹는다. 고독한 채식주의자의 삶은 그의 말마따나 고기를 좋아하지만 지구도 위하고 싶은 이들의 ‘완벽한 선택’일 수 있다. 뭔가를 실천한다는 명분도 있고,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육식을 향한 허기도 가끔 채울 수 있으니.

최근에 낸 산문집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에서 요조는 한층 더 사려 깊고 여유로운 예술가로서의 생각과 삶을 보여준다.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결연한 사고 위에 생활인으로서, 예술가의 성실성을 얹은 이야기들은 때론 한 개인의 성장담처럼, 때론 조용한 캠페인처럼 읽힌다. 이는 나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활짝 열린 시선으로 생명과 세상을 끌어안으려 애쓴 노력들의 승리인데, 그 시선의 공감 능력은 한계치 초과다.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안고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결국은 1인칭 시점으로 녹아들어 읽어내고야 만다.

4월의 봄볕이 은빛처럼 부서져 내리던 한낮, 요조와 마주 앉았다.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자주 미소 지었고, 또 자주 개구쟁이처럼 키득키득 웃었다. 질문 후 답변이 나오기까지 곰곰 시간이 길었는데, 미소에서든, 답변에서든 자아의 해석력이 높은 이의 단단함이 전해졌다.





우리, 인사부터 할까요?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에 썼듯 미국 사람처럼 말이에요.

“하하. 영어 교과서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인사를 배우잖아요. ‘하이, 헬로우’ 하면서요. 손을 위로 번쩍 들게 되니 몸이 펴지고, 목소리 역시 텐션을 높이게 돼요. 이렇게요. 한국식 인사 ‘안녕하세요’는 몸을 수그리게 되잖아요. 목소리도 가라앉고요.”


요즘 어떤 루틴을 이어가고 있어요?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자고,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 규칙적인 일거리들을 심어뒀어요. 일단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칼럼이 있어요. 일주일마다, 매달, 계절마다 쓰는 글들이요. 또 달리기를 비정기적이지만 정기적으로 하려 해요. 영양제도 꾸준히 먹으려 하고요.”


루틴을 가져가는 게 왜 필요한가요.

“나이 들면서 저에게 가장 큰 화두는 ‘내가 해오던 일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내 스스로 만족스럽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요. 그런 생각에 매몰되면 하루 종일 생각만 하면서 쓸데없는 불안이나 걱정이 늘기 쉽더라고요.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덜 하는 데 루틴이 도움이 됩니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불안한 생각이 커져서 ‘넌 이제 못할지도 몰라’ 하고 겁을 주는 존재로 탈바꿈하거나 ‘너 힘들지 않아?’ 하고 고약한 존재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요. 거기에서 지켜주는 게 루틴이에요. 얼른 나가서 달리기를 하면 바로 건강한 나로 돌아오는 게 느껴져요. 난 살아 있고, ‘그래, 난 할 수 있어’라는 내 안의 목소리가 생깁니다.”


창작자 입장에서 루틴은 예술적 감수성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되진 않아요?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이정표처럼 못 박아둔 루틴이 있어야 그 안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겨요. 예전에 교회 다닐 때 목사님이 그러셨어요. 인간은 신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요. 신이 우리에게 주는 건 규칙과 진리들이잖아요. 그땐 막연히 좋은 말 같았는데, 요즘 들어 이 둘이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루틴을 이어나가다 보면 자칫 앞만 보고 가기 쉬운데, ‘지금, 여기’의 오롯한 나를 느끼는 데에도 성실하죠.
비결이 뭔가요.


“(한참 생각하다가) 주변 친구들 때문일까요? 주변에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흉내 내면서 살아가려 합니다. 제가 순간에 집중하느라 놓치는 것도 많고, 해이해지기 쉬운 성정을 갖고 있음에도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다잡는 게 있어요. 어제만 해도 오늘 저녁에 북토크가 있어서 강연 준비를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은 거예요. 남산을 걷고 사진을 찍고 그런 시간을 보내다가 늦게까지 똥줄 탔습니다. 크크.”


모두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고 선언하는 와중에 요조 씨는 “흉내 내면서 살기로 했다”고 했어요.

“누구든지 각자 빛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그걸 발견하게 되면 ‘난 너의 이런 부분이 너무 빛나서 좋아. 이걸 좀 흉내 내고 싶어’라고 알려주고, 실제로 따라 해요. 그렇게 사는 게 굉장히 재밌더라고요.”


그런 사례가 많아요?

“네. 아주 사소한 사례가 많아요. 제가 저를 위로하고 싶을 때 누룽지를 끓여 먹는 것도 그래요. 지금은 돌아가신 어떤 분이 자기를 위로할 때 누룽지를 끓여 드셨대요. 그 리추얼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따라 했는데, 진짜 괜찮더라고요. 마음이 헛헛할 때면 누룽지를 끓여요. 구수한 냄새부터 위로가 되고, 한 그릇 다 먹고 나면 기운이 나요. 밥뿐인 음식인데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흉내 내면서 조금씩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군요.

“네. 진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음악가, 작가, 서점 주인을 하고 있고, 라디오 진행, 영화감독, 배우 등 다양한 분야도 꾸준히 도전하죠.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정하는 기준이 있다면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재미와 돈. 일단 뭘 하든 재미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다지 재밌어 보이지도, 자신 있어 보이지도, 내키지도 않는데 제 기준에서 파격적인 액수의 제안이 들어오면 흔들리죠. 그게 마이크로임팩트의 청춘페스티벌이었어요. 처음엔 돈 때문에 했지만, 결과적으로 귀한 경험이 됐어요. 남 앞에서 40분 동안 쉬지 않고 말한다는 건 제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어서 처음 몇 번은 못 한다고 고사하다가 도전했는데요. 결과적으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면에서요?

“벅차오르기도 했고, 다양한 청중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계기도 됐어요. 그때 메시지는 ‘오늘이 중요하니까, 너무 미래만 바라보면서 오늘을 혹사시키지 말자’였는데요, 생각해보니 이 메시지가 누군가에겐 폭력적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오늘을 혹사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누군가도 있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너무 낭만적으로 얘기해서 상처를 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후회도 되고 힘들었어요. 나중에 마이크로임팩트 측에서 한 번 더 강연 제안을 해줘서 무대에 올라 해명했죠.”


음악가로서 길과 작가로서의 길은 어떻게 다른가요.

“중심축이 다른 것 같아요. 산문(글)은 타자 중심에 가깝고, 노래는 화자 중심에 가까운 것 같아요. 산문은 읽는 사람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어야 하고, 거짓이 없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산문이 타인이 읽는 것을 의식하면서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서사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노래는 내가 느낀 것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요. ‘듣는 사람이 이해를 못 하더라도 애석하지만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이해를 해주면 너무 기쁠 거야’ 하는 마음으로.”


그러면 노래를 쓸 때는 시의 언어들이 벼락맞은 듯 찾아옵니까.

“그럴 때도 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의 덩어리만 있는데, 이 덩어리를 구구절절 표현하고 싶다면 산문으로 끌고 가고, 너무 친절하고 싶지 않다 싶으면 시로 가져가요.”


산문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덮으면서 아이와 노인의 시선을 동시에 느꼈어요.
호기심 많은 아이와 세상을 겹겹이 살아본 노인.


“그 표현 되게 재미있는데요(웃음)? 평소에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 인생 다 산 사람 같다고.”


언제부터 그런 시각을 가진 것 같아요?

“오랜 친구들에 따르면 동생 사고 이후에 많이 바뀌었다고 해요. 그때부터 인생 다 산 사람의 아우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2007년 8월 1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민자역사 신축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굴착 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두 명이 숨졌다. 그중 한 명이 당시 고3이었던, 요조의 여덟 살 아래 여동생이었다. 그날 이후로 요조는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한 강연에서 “눈알을 새로 갈아 끼운 듯 세상이 달라 보였다”고 말했다.


주변인들의 자는 얼굴을 보면서 죽음을 떠올리던데요,
일상에서 죽음을 기억하면서 생의 본질을 의식하는 ‘메멘토모리’를 하게 된 것도 그즈음인가 봅니다.


“동생의 죽음 이후 죽음을 일상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난처하게 할 때도 있고요. 한국에서는 특히 죽음이라는 말을 조심스러워하고 터부시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노상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툭툭 튀어나와요. 가령 ‘너의 눈이 너무 예뻐서 네가 죽으면 눈알을 보관하고 싶어’ 하기도 하고요. 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죠? 저에게 죽음과 상대방에게 있어 죽음의 개념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때가 많아요.”



시간이 상실의 슬픔과 아픔을 좀 담담하게 만들어주던가요?

“음… 네. 적어도 겉으로는요. 그게 좋더라고요. 담담하게 되는 게. 원래 눈물이 많아서 그 이야기(동생)를 할 때마다 너무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불만이었던 게, 동생의 죽음이 초점이 되어야 하는데, 제가 울어버려서 초점이 저에게 오는 게 너무 싫었어요. 어떻게 하면 안 울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진짜 많이 도와줬어요. 지금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옛날엔 못 했어요. 울 것 같아서 애초에 이야기를 꺼내려 하지도 않았고요. 그 슬픔을, 상실을 주인공으로 두고, 저는 옆에서 이야기하는 게 점점 가능해지는 게 좋아요. 혼자 있을 때나 혼자 밥 먹을 때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갑자기 명치 한 대 퍽, 맞은 것 같은 짧고 강렬한 슬픔이 계속 와요.”


요즘도요?

“그런 슬픔은 계속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땐 혼자 조용히 아파하고, 슬퍼해요. 남에게 이야기하면서 우는 것보다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시간을 믿게 됐어요. 살면서 겪는 속상한 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럴 때 ‘아, 이건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하는 믿음이 저를 견디게 해요.”


비거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지난 3월 4일 ‘환경의 역전’을 주제로 한 메디치미디어의 심포지엄에서 ‘개인이 환경을 생각하는 태도’를 전해 많은 분에게 울림을 줬어요. 지구를 위해 크고 작은 실천을 해오고 있는 걸로 압니다.


“일단 고기를 먹지 않는 식생활을 지향합니다. 또 소비를 할 때 가능한 한 돈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필요한 건 거의 중고마켓에서 사고, 옷도 빈티지숍에서 구입합니다. 또 매일 기후변화와 관련된 뉴스를 찾아봐요.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도 그런 계정을 많이 팔로우합니다. 책방에서는 천가방을 기증받아서 사용하고요.”


채식주의자가 된 계기는요.

“책의 영향이 커요. 배수아 작가님의 소설집 《훌》의 〈회색 時〉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어요. 사람이 태어나서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죄의식을 갖게 된다면서 채식주의 이야기를 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육식을 하면서 갖게 되는 죄의식을 진지하게 생각했고요. 하재영 작가님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도 영향을 줬어요. 또 에코 페미니즘이나 생태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이 부분이 계속 건드려졌고요. 그러다 김한민 작가님의 《아무튼, 비건》을 읽으면서는 ‘더 이상 안 되겠다’ 하고 실천으로 이어지게 됐죠.”


3년 차 채식주의자로서 몸과 마음에 찾아온 변화가 있는지요.

“제가 잘 챙겨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드라마틱하게 신체의 변화가 찾아온 건 아닌데요. 채식주의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질적인 방광염이 나았어요.”


심적으로는요?

“(활짝 웃으며) 동물을 죄책감 없이 귀여워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예전에는 유튜브에 있는 소, 닭, 돼지, 오리의 귀여운 영상을 보면서 내가 먹는 애들인데 ‘아, 귀엽다’ 하는 게 이율배반적으로 여겨졌어요. 지금은 정정당당하게 귀여워할 수 있어서 홀가분하고 상쾌해요. 또 하나는, 채식을 하면서 동물의 생명을 진지하게 생각하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감수성의 지경이 넓어져서 좋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감수성의 지경이 넓어지는 차원이라.

“우리는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타인을 이해하잖아요. 그런 느낌이 동물로 확장되는 거예요. 얼마 전엔 페이스북 친구 한 분이 ‘강아지가 너무 배가 고파서 난장판을 만들어놓았다’는 내용과 함께 천조가리를 물고 있는 강아지 사진을 올렸어요. 댓글들이 대부분 인간 중심적이었죠. ‘집 청소하기 힘들겠다, 개가 지랄견이구나’ 식으로. 그런데 저는 딱, 든 생각이 ‘저 개가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였거든요. 인간도 힘들겠지만, 간식만 주면 뭐든지 하는 개 입장에서 배고픔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감정 이입의 대상이 동물로 확장되는군요.

“동물을 이해하게 되면, 그 마음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을 때도 좋아요. 아이의 마음도, 노인의 마음도 이해하게 되고, 이해심이 넓어지더라고요. 아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행패를 부리면 어른 마음으로 짜증이 나면서 ‘아이 보호자가 바깥으로 데리고 나갔으면’ 하면서도 ‘저 아이가 왜 짜증이 났을까’라는 생각을 할 줄 알게 됐다는 게 저 스스로 큰 발전이에요.”


요조 씨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깨달음일까요, 아니면 비건을 지향하는 분들의 공통점일까요.

“저뿐 아니라 동물의 존엄, 약자의 존엄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해심이 넓은 것 같아요. 제 친구만 해도 엄마가 된 후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고 하고, 최근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자기 일처럼 마음이 아프다고 해요. 동물이 됐든, 자신의 아이가 됐든, 다른 생명을 진지하게 생각했을 때 일어나는 일들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채식을 하게 된 게 저에겐 큰 의의가 있어요.”


요조 씨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한참 생각하다가) 그냥 자기가 자기로 살아가는 게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세상이요. 최근 변희수 하사 사건(성 전환이 알려져 강제 전역 당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나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절망 때문에 생명을 포기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고요. 너무 안타깝고 속이 많이 상해요. 기본적으로 내가 사회에 어떤 피해도 주지 않으면서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종교의 이름으로, 전통의 이름으로, 상식의 이름으로 ‘너 그렇게 살지 마’ 식으로 공격하고 정죄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환상을 좇는 나약하고 불안한 존재다. 예술가 DNA가 강한 스무 살 갓 넘은 신수진은 그런 요조를 동일시해 자신의 예명으로 삼았다. 요조로 산 지 어느덧 20년, 마흔 살의 요조는 여전히 예민하지만 나약하진 않다. 예민함의 에너지는 밝고 경쾌하며 심지어 미래 지향적이다. 요조는 그 예민한 촉수를 사방으로 뻗어 여리고 나약한 존재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살핀다. 겁이 나지만 용감하게.

요조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 시선을 따라 옮겨 본다. 몸과 마음이 덜 아프고, 더 건강하며, 덜 미워하고, 더 사랑하는 이들의 세상. 또 약자와 소수의 목소리가 더 커진 세상, 다르다는 이유로 함부로 타인을 정죄하지 않는 세상이 그곳에 놓여 있다.
  •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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