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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 매력 트로트 다능인 영탁 上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다능인(多能人). 뭐든 잘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 대척점에 한 우물 유형이 있다. 일찌감치 한 분야에 매진해 그 분야 전문가가 되는 사람들. 한 우물형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적은 반면, 다능인은 고민과 방황이 길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도 많고, 습득력도 빠른 데다 적응력까지 뛰어나기 때문에 뭘 해도 다 ‘이 길이 내 길인가’ 싶어 진짜 내 길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을 요한다.

영탁(본명 박영탁)은 다능인이다. 한 우물형의 재능이 크리스털처럼 투명해 예측 가능하다면, 다능인은 겹겹의 재능을 지녀서 알면 알수록 신비감을 안긴다. 다능인의 레벨을 굳이 상중하로 나눈다면, 영탁의 레벨은 특상 정도가 되지 않을까. 3옥타브를 넘나드는 깔끔한 고음을 자랑하는 실력파 가수로서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연기면 연기, 게다가 미술 실력까지 갖췄다. 작사·작곡 능력에 스타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내는 프로듀서로서의 안목도 뛰어나다.

노래는 또 어떤가. 트로트, 발라드, 재즈, R&B, 랩, 뮤지컬 등 무슨 장르든 제 노래처럼 넘나든다. 감성의 진폭도 넓다. 흥이 많아 밝은 에너지의 ‘열정탁’ 이미지가 강하지만, 발라드 감성에도 착 스며들어 가슴을 후벼 파는 애절함을 안긴다. 가장 놀라운 건 목소리의 변주다. 트로트를 부를 땐 굵은 진성을 많이 쓰지만, 발라드를 부를 땐 섬세한 가성을 낸다. 노래 스타일에 따라 음색이 워낙 달라서 ‘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그래서 영탁은 방황이 길었다. 마니아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재야의 고수’로 인정받았지만 결정적 한 방이 부족했다. 다 잘했지만 특히 잘하는 걸 찾기까지 오래 걸렸다. 2005년 〈가문의 영광〉 OST에 참여하면서 데뷔한 그는 ‘지방아이돌 소울’ ‘박지(Park G)’ 등 그룹으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노래를 선보였지만 뜰 만하면 가라앉곤 했다. 무명의 세월이 14년에 달한다.

그 한 방이 바로 트로트에서 터졌다. 데뷔 11년 만에 ‘누나가 딱이야’로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며 무대의 맛을 알아갔고, 팬들과의 소통법을 알게 됐다. 재야의 고수에서 무대 위 가수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다방면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실력의 임계치는 〈미스터트롯〉에서 폭발력을 발휘했다. 특히 경연 무대 2라운드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시청자와 마스터들의 마음을 훔쳤고, 결승전에선 작곡가 미션 곡 ‘찐이야’로 훨훨 날았다. 결국 〈미스터트롯〉 진(眞) 임영웅에 이어 선(善)에 올랐다. 기존에 없던 다능인 트로트 스타의 탄생이었다.

영탁은 어떤 스타와도 캐릭터가 겹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가 소화해내는 영역의 스펙트럼이 늘 기대치를 넘어선다. 알아갈수록 하나둘 파헤쳐지는 겹겹의 매력에 일단 그의 팬이 되고 나면 팬심이 더 공고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영탁의 팬덤은 ‘내 스타부심’이 누구보다 강력하다.




3월 중순, 올해의 팬톤 컬러인 노란색 의상을 준비해 온 영탁과의 커버 촬영과 인터뷰 현장. 그는 또 하나의 숨은 재능을 드러냈다. 모델로서 프로페셔널한 태도로 임해 예정된 일정을 앞당겼다.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자신의 음악 템포에 따라 거침없이 표정 연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신곡 ‘이불’을 연속 재생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인터뷰 시간에는 진지하게, 조용히 임하고 싶다며 일행을 밖으로 물렸다.

‘이불’을 들으며 자주 눈을 지그시 감더군요.
이 노래 탄생 뒷얘기가 궁금합니다.


“팬송으로 만든 노래예요. 온전히 제 마음을 담아 팬분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평소 ‘내 사람이다’라는 말을 많이 써요. ‘당신은 내 사람이오.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가져다 쓰시오’라는 말을 주변 분들이나 사랑을 주신 팬들에게 많이 해왔어요. 말하자면 내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사용권이라고 할까요. 팬들을 내 사람으로 표현하면서 노래 첫 소절에 녹였죠. ‘도닥도닥 내 사람아~’라고. 노래를 준비하고 부르면서 제가 더 많이 울었어요.”


평소 잘 울지 않기로 정평이 나 있던데요.

“작년 한 해 동안 정말 많이 울었어요. 감사와 감동의 눈물이죠.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거든요. 이런저런 이벤트를 받을 때마다 ‘와, 뭐지?’ 하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동적인 순간이 많았어요. 데뷔 15주년 기념 이벤트 때도 그랬고, 한 팬이 그려서 보내주신 웹툰을 보고도 그랬어요. 제가 걸어온 길을 당시의 머리스타일, 안경 모양까지 그대로 반영해서 그려주셨는데, 마지막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커다란 나무를 향해서 제가 걸어가는 장면이에요. 이제는 혼자 걷지 말라고, 우리와 함께 걷자는 메시지죠. 와, 그거 보면서 엄청 울었어요. 꺼억꺼억 눈물이 계속 쏟아졌어요.”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복합적인 감정들이 한 번에 올라온 것 같아요. 잘 견뎌온 시간들이 저 스스로 기특하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거든요. 해도 해도 안 되니까 포기 아닌 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었죠.”


가장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2012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직후였어요.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그 무대에 서기만 하면 뜰 줄 알았거든요. 꿈의 무대에 섰는데도 바뀌지 않더라고요. 이제 진짜 가수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러면서 카페 서빙, 택배 배달 같은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습니다. 살아야 하니까요. 그 와중에도 좋아하는 노래는 계속했어요. 제가 가이드를 해주면 그 가수가 잘됐거든요. 이 가수 저 가수 모창도 많이 했어요. 두루두루 할 줄 아는 건 많은데, 결정적인 딱 하나가 없었죠.”


다재다능한 팔색조 매력이 트레이드마크가 됐군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죠. 진짜 나에게 맞는 걸 찾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성공한 분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요. 한 우물 유형과 다능인 유형.
영탁 씨는 후자 쪽입니다. 재능이 많아 이것저것을 두루 해오다 보니 그것들이 융합돼서 폭발력을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죠.


“그 말을 들으니 제가 평소 해온 ‘가지치기’들이 떠올라요. 음악이라는 뿌리 안에서 정말 많은 일들을 벌여왔거든요. 가수, 작곡가, 가이드 요원, 코러스 요원, 프로듀서, 보컬 트레이너, 강사…. 장르도 발라드, R&B, 힙합, 재즈, 뮤지컬 등 다양했죠. 그땐 방황 같았는데 이제 와서 보니 제 실력을 쌓는 데 하나하나가 다 도움이 됐어요. 후배와 제자들에게도 그런 말을 해요. ‘네가 중심을 가지고 다양한 걸 시도하다 보면 할 게 많더라. 하나의 맥락을 지키면서 부딪쳐봐라’ 하고요. 그런데 결국은 하나로 모아져요. 음악이요. 저를 살게 하는 건 음악이에요.”



그 팔색조 같은 모습에 “이것도 잘해?” 하면서 “왜 이제야 알아봤을까” 하는 반응이 많아요.

“맞아요. 그런 게 하나씩 오픈될 때마다 재미를 느껴요. 이번 방송에서는 저런 면이 나올 텐데 팬들이 얼마나 좋아해주실까, 그런 걸 보는 재미.”


팬덤이 워낙 강력한데요. 실감이 납니까.

“그래서 겁이 났어요. 왜냐하면 팬들이 늘 떠났거든요. 한때 싸이월드 일간 방문자 수가 2만 명에 달했고, 〈스타킹〉 우승 후에는 팬카페에 1만 명 가까운 분들이 계셨지만 결국 다 떠났어요. 그런데 지금은 팬분들이 이런 제 마음까지 다 아십니다. 저더러 이제는 겁먹지 말라고 해요.”


그때의 팬과 지금의 팬은 결이 다른가요?

“다르죠. 당시에는 저 스스로 발라드 가수로서 얼마나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활동 도중에 계속 브레이크가 걸렸죠. 몇 달 활동하다가 잠잠해지고, 앨범도 안 나오니까 팬들이 떠날 수밖에요. 하지만 지금은 계속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 팬들과 꾸준히 소통할 수 있어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제는 팬들이 떠날까 봐 두렵지 않은 상황이 된 거죠. 든든한 뿌리가 생긴 것 같아요.”


팬들이 지어준 별명 중 가장 맘에 드는 것은요.

“박폭스요. 처음에는 싫었어요. 여우 하면 일단 여시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팬들이 붙여준 이 별명에는 다양한 뜻이 있어요. 사람을 홀린다는 뜻도 있고, 변신의 귀재라는 뜻도 있죠. 제 입으로 이런 말씀드리기 좀 민망한데, 저더러 사람을 홀린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매력이 있다가 저런 매력이 있다가, 또 아이 같았다가 오빠 같았다가 또 어떤 때는 아저씨 같다고요. ‘박폭스’가 제가 걸어온 길, 제 매력을 잘 표현한 말 같아서 지금은 맘에 들어요.”


무명의 시간이 길었어요.
없던 것을 갖게 되면 그동안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욕심이 생길 법도 한데 여전히 배려의 아이콘입니다.


“없었기 때문에 욕심이 더 안 생겨요. 자주 하는 말 중 하나인데, 누군가 욕심을 내려 하면 제가 그럽니다. ‘에이, 원래 없던 거잖아. 왜 욕심 내? 그러지 마.’ 제 노래인 줄 알았던 노래들을 누군가에게 준 게 100곡 가까이 돼요. 그렇다 보니 내 곡이 하나라도 생기면 감사한 거예요. 그런데 안 생겨도 ‘원래 내가 주인이 아닌 거지’ 하고 살게 돼요. 또 활동하면서 〈스타킹〉 우승도 해봤고, 〈히든싱어〉 휘성 편에서 주목을 끌면서 나름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봤는데 금방 꺼지더라고요. 뭐라도 활동할 기회가 있다는 자체가 되게 감사해요.”


촬영하면서도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입에 뱄더군요.

“현장에 가면 기본적으로 스태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깔려 있어요. 원래 없던 사람들이잖아요. 제겐 없던 스태프이고, 스타일리스트고, 로드매니저예요. 운전면허증이 없어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로 이동하고, 음반이 나오면 직접 들고 심의 받으러 다녔어요. 그러니 이 모든 게 그저 감사하죠.”


촬영장에서는 오래전부터 톱스타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당하던데요.

“그건 좀 다른 문제예요. 스태프나 주변 분들을 대할 때는 인간 영탁이로 돌아오고, 카메라 앞에서만 바뀌는 거예요. 왜냐, 이만큼 나이를 먹고 활동했는데 저기서 쭈뼛대면 저에게는 다음이 없는 거예요. 내일이 없는 거지요. 그래서 모든 촬영시간을 단축시키려 합니다. 제가 잠깐 뻘쭘한 걸 참으면 모든 스태프가 빨리 퇴근할 수 있잖아요.”

  •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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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윤희   ( 2021-04-10 )    수정   삭제 찬성 : 15 반대 : 0
요즘 같은 연예인 판에 이런 인성 착한 분이 있다니 #영탁 ~세상이 살만 합니다^^
 태어나 첨으로 팬카페에 가입도 하고 나날이 그 선한 성품에 빠져 들어갑니다^^
  성미   ( 2021-04-06 )    수정   삭제 찬성 : 39 반대 : 0
내가수 영탁님 앞으로 꽃길만걸으세요 언제나 팬들이 지켜줄게요
  탁이뿐이고   ( 2021-04-06 )    수정   삭제 찬성 : 40 반대 : 0
좋은에너지 긍정적인에너지만 주는 최고의가수 영탁
  탁사랑   ( 2021-04-05 )    수정   삭제 찬성 : 52 반대 : 1
영탁 탑클래스 인터뷰에서 감동적이고 울컥해서 몇번을 읽었습니다.영탁 꽃길만 걸으시길 내사람들이 응원합니다.
  별사탕   ( 2021-04-05 )    수정   삭제 찬성 : 70 반대 : 0
영탁님은 다재다능인의 대명사이죠^^
 노래는 3옥타브 넘나들고 작사작곡에 인성까지 갖춘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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