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 기업들의 성공 비결①| 곤고구미(金剛組)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충실하라

글 홍하상 작가
글쓴이 홍하상님은 중앙대 졸업 후 25년 동안 다큐멘터리 및 논픽션 분야에서 일해 왔으며 주요 저서로 《이건희》, 《오사카 상인들》, 《개성상인》, 《삼성 16인의 CEO》, 《이병철 경영대전》,《주식회사 대한민국 CEO 박정희》 등 17권이 있다.
39대 곤고 도시다카 사장.
일본 오사카에 곤고구미(金剛組)라는 회사가 있다. 곤고구미는 사찰을 주로 짓는 사원건축 전문회사다. 근래에는 연립주택을 짓기도 하지만 본업은 역시 절을 짓는 일이다. 이 회사가 창업한 때가 서기 578년이니 올해로 창업 1,427년이 된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로 꼽힌다. 세계의 장수 기업을 연구하는 에노키안 협회나 서울대 장수 기업 연구에서도 이 회사는 항상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라고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사세(社勢)는 현재 종업원 150여 명에 연매출 1,000억 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를 창업한 사람은 곤고 시게미쓰(金剛重光)로, 본래 백제의 건축기술자였다. 그가 일본에 건너간 것은 일본 성덕태자의 초청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사천왕사를 짓기 위해서였다. 사천왕사는 오늘날 <사천왕사 왔소이>라는 축제로 유명한 바로 그 절이다.

서기 593년, 사천왕사가 완공되자 성덕태자는 그에게 “앞으로 너의 자손은 대대손손이 사천왕사를 영구히 보수 관리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에 그는 고향 백제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서 자손을 낳고 살게 된다.

곤고구미의 40대 사장 곤고 마사카즈(金剛正和).
곤고구미는 1,400년간 40대를 이어 오면서 오사카에서 사천왕사를 보수 관리하는 한편 여러 사찰들을 짓게 된다. 요즘도 곤고구미는 1년에 100채 이상의 사찰을 짓고 있다. 사찰 건축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로 목조로 짓는데, 목조 건축은 콘크리트 철골조보다 훨씬 더 어렵다.

1995년 고베 대지진이 났을 때 고베 인근의 많은 가옥이 크게 부서졌다. 거기엔 곤고구미가 지은 사찰도 있었다. 그중의 한 곳인 가이고우잉(戒光院)이라는 절에 가 본 적이 있다. 주지스님의 말에 따르면 지진이 얼마나 거셌는지 절의 담장이 30m나 넘어지고, 절 뒤의 묘지에 있는 부도탑들이 모조리 쓰러졌으며 그 자신도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가 내동댕이쳐질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곤고구미가 지은 대웅전은 멀쩡했다고 한다. 서까래 일부가 비틀렸는데 그나마 1년이 지나자 저절로 원상태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곤고구미(金剛組)의 창시자 곤고 시게미쓰가 서기 593년에 건립한 사천왕사.
당시 필자는 곤고구미의 39대 사장인 곤고 도시다카(金剛利隆?8세) 씨에게 곤고구미가 지은 건물이 왜 지진이 나도 끄떡없는지 이유를 물어 본 적이 있다. 그는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기본에 충실하면 건물은 어지간해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기본’이라는 것이 궁금해서 공사현장에 나가는 그를 따라나섰다. 사장은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충실하라”고 현장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에게 “보이지 않는 곳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현장 감독에게 천장을 뜯으라고 지시했다.

컴컴한 천장 속에 들어가 보니 어디 하나 빈틈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현장 감독이 말하기를 천장 속에 들어간 자재가 더 비싼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보이지 않는 곳이라 해서 싸구려 자재로 얼렁뚱땅 마감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기초공사 부분도 콘크리트를 50㎝만 타설하면 되는 것을 70㎝나 타설해 놓았다.

오사카 건축사협회 후쿠모토 부회장은 곤고구미의 건축 실력을 한마디로 “곤고구미가 흔들리면 일본 열도가 흔들린다”고 평했다.

곤고구미는 오늘날 일본 최고의 목조건축 회사로 꼽히고 있다. 창업한 지 1,400년이 넘는 회사가 이 자리를 지킨 비결은 회사 규모를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은 데 있다. 곤고구미는 지난 수십 년간 1,000억 원대의 매출만을 유지해 왔다. 무리하게 공사를 많이 맡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의 능력에 비해 공사를 많이 맡게 되면 부실공사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눈에 닿지 않는 현장이 생기면 그것은 곧 부실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 회사의 경영 철학이다.

곤고구미 주식회사는 오사카 시내 8차선 대로변에 회사 본사가 있고, 그 건물 4층에 사장의 살림집이 있다. 달리는 차 소리로 집안은 늘 소란스럽지만 곤고구미 사장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서 살아왔다. 공사를 설계하고 책임지는 사원이 있는 곳에 살아야 한다는 철칙 때문이다. 이것은 곤고구미가 1,4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는 원칙이기도 하다.

곤고구미 사장은 살림집에 있다가 사무실로 내려와 야근하는 사원들을 격려하기도 하고 관리 감독하기도 한다. 그는 또 곤고구미의 공사현장이라면 그곳이 아무리 멀어도 직접 방문한다. 이것이 곤고구미의 현장주의, 즉 ‘사장은 현장에 살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곤고구미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사천왕사 보수기록부.
곤고구미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여러 번 도산의 위기를 맞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37대 곤고 오사이지(金剛治一) 사장 때였다. 이때 중일전쟁이 터졌고 전쟁 때문에 모든 공사가 중지되고 일감이 끊겼다. 오사이지 사장은 종업원의 월급을 주기 위해 전사(戰死)한 병사들을 위한 관을 짜서 팔기도 했는데, 그래도 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직원들을 모두 정리했다. 회사가 망한 것이다. 1,4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이어 오던 곤고구미가 자신의 대에서 망하게 되자 그는 조상들이 모셔져 있는 선산에 가서 할복자살했다.

그가 자살하자 곤고 오사이지 부인 곤고 요시에는 사천왕사 주지를 찾아가 일감을 달라고 애원했다. 이미 소문을 통해 곤고 오사이지의 죽음 소식을 들었던 사천왕사 주지는 그녀에게 사천왕사 경내에 있는 오중탑을 세우는 공사를 맡긴다. 마침 태풍으로 오중탑이 무너졌던 것이다. 곤고 요시에는 내보냈던 인부들을 다시 불러 모아 3년간의 공사 끝에 오중탑을 세웠다. 곤고구미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30년이라고 하는데, 곤고구미가 1,400년을 이어 올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무엇일까. 32대인 곤고 요시사다(金剛喜定)는 50쪽 내외의 유언집을 남겼는데, 유언집에서 이렇게 당부하고 있다.

1. 조상의 묘에 매년 헌향하며 유불선(儒佛禪) 3교의 책을 읽어 세상과 사람을 알고,
2.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는 친척들이 모여 상의하라.
3. 견적 입찰에 주의해서 끝까지 마음에 어긋남이 없이 잘 기록해 놓을 것이며,
4. 곤고구미의 나아갈 방향을 써 놓고 그것을 추구하면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일의 중요성을 느끼며 기술자들을 가르쳐야 한다.
5. 목수로서 기본적인 마음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야 하며 능력이 없는 자에게 공사를 맡겨서는 안 된다.
6. 술을 많이 마시지 마라.



【곤고구미의 족보에 나타난 선조들의 이름 】

1대 금강중광(金剛重光) 11대 금강중유(金剛重遊) 21대 금강중영(金剛重永) 31대 금강중정(金剛重正)
2대 금강중추(金剛重秋) 12대 금강중실(金剛重實) 22대 금강중도(金剛重道) 32대 금강희정(金剛喜定)
3대 금강중리(金剛重里) 13대 금강중달(金剛重達) 23대 금강중열(金剛重悅) 33대 금강희행(金剛喜幸)
4대 금강중유(金剛重由) 14대 금강시본(金剛是本) 24대 금강중정(金剛重正) 34대 (미상)
5대 금강중성(金剛重成) 15대 금강시방(金剛是房) 25대 금강시칙(金剛是則) 35대 금강희영(金剛喜永)
6대 금강중의(金剛重儀) 16대 금강중종(金剛重宗) 26대 금강중방(金剛重房) 36대 금강중표(金剛重表)
7대 금강중도(金剛重道) 17대 금강중계(金剛重繼) 27대 금강시약(金剛是若) 37대 금강치일(金剛治一)
8대 금강낭칙(金剛琅則) 18대 금강시성(金剛是盛) 28대 금강중구(金剛重矩) 38대 금강요시에
9대 금강중우(金剛重祐) 19대 금강중의(金剛重義) 29대 금강중로(金剛重路) 39대 금강리융(金剛利隆)
10대 금강중병(金剛重?) 20대 금강시영(金剛是永) 30대 금강중춘(金剛重春) 40대 금강정화(金剛正和)
  • 200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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