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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왈츠가 흐르다니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와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왈츠
입력 : 2021.09.23

길고 긴 추석 연휴가 끝났습니다. 연휴 첫 출근날은 엄청 힘드네요. 여러분은 연휴 어떻게 보내셨어요? 저는 집에 머물며 평상시 읽고 싶었던 책이나 몽땅 봐야지 했는데, 저도 모르게 손가락이 넷플릭스를 클릭해버렸습니다. 그러고는 그 말 많던 유명한 드라마를 봤어요.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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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달리 보이게 된 드라마. 여기저기서 제목은 많이 들었지만 볼 생각은 아니었는데, 막상 1화를 봤더니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감당이 안 되는 드라마더군요. 끝까지 정주행을 하게 됐지 뭡니까... SNS를 보니 저 말고도 1화부터 빠져서 정주행 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다음 날 추석 차례 지내야 해서 시댁에 아침 7시 집합인데, <오징어 게임> 보느라 거의 날 새고 갔습니다. 어머님께는 죄송하지만 중간에 끊을 수가 없더라고요. 하물며 밤러닝하러 잠실 한강공원에 나갔는데, 거기서도 <오징어 게임> 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아무튼 이번 추석은 <오징어 게임>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게 됐네요. 

저는 어릴 적 골목에서 하루 종일 친구들이랑 놀았던 아이였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매일 밖에서 노는 게 제 주요 일과였는데, 그 시절 재밌게 했던 놀이가 무궁화 꽃이 폈습니다, 오징어 게임, 구슬치기딱지치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다니요. 친구들이랑 재미로 했던 놀이들이 승부를 가르는 게 목적이 되고, 누군가 지면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이 되니 무척 보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총으로 사람을 쏴서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돈 때문에 삶의 벼랑 끝에서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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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게임을 하기 위해 골목길 세트장으로 들어온 참가자들 ⓒ넷플릭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사는 게 불편한 것은 맞고,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삶이 극명하게 다른 것도 현실입니다. 애써 현실을 회피하다가도, 막상 부딪히는 현실은 외면했던 것만큼이나 강한 충격을 주지요. 이런 상황을 456명의 게임 참가자와 그들의 목숨 값으로 내건 456억 원 상금이 이 드라마의 흐름을 쥐락펴락했어요

이정재, 이병헌, 공유, 박해수, 오영수, 위하준, 허성태 등 알만한 이름과 모델 정호연 처럼 연기력 뛰어난 신인 배우들의 출연이 아주 화려했고, 아날로그 놀이를 이런 스토리로 꾸며 사람들에게 전달한 감독의 스토리텔링에 놀랐습니다. 이정재 배우의 연기는 정말 쌍문동에 성기훈 씨가 있나 찾아보고 싶을 만큼 실감 나더군요. 사람이 죽어야 돈이 모이는 현실, 아무리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도 돈 앞에선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 돼버리는 현실이 상당히 씁쓸했습니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겠다고 모인 VIP001번을 달고 참가했던 할아버지는 드라마 마지막까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어요. 

 

<오징어 게임>과 왈츠의 슬픈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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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총 상금 456억 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게임에 나선 참가자들 ⓒ넷플릭스

그런데 여러분! 이 드라마에 흐르는 음악 기억나시나요? 잔인한 게임인데 이 게임에는 항상 클래식이 흘렀습니다. 게임 시작할 때나 게임 중간에 흐르는 클래식은 모두 왈츠입니다. 좋은 날 기쁜 마음으로 즐기며 들어야 하는 음악인데, 사람 죽이는 장면에 흐르니 음악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우아하고 고상한 사람들의 소유물인 것만 같은 클래식이 이 드라마에 흐르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슬픕니다.

새로운 게임 시작하는 장면에 고정적으로 흐르는 음악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입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는 아버지와 아들 모두 오스트리아를 빛내는 음악가들입니다. 아버지는 요한 슈트라우스 1, 아들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라고 부르지요. 아버지는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유명하고, 아들은 여러 왈츠로 유명한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입니다

이 두 곡은 매년 빈의 신년음악회에 흐르는 단골 프로그램이라 제가 2020년 신년에도 소개했던 곡입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Wien)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도나우 강은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관통하며 흘러서 나중에는 흑해로 이어집니다.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이 왈츠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전쟁에 참패한 오스트리아 국민들을 위로하는 노래였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1867년에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독일의 전신)의 전쟁(1866)에서 참패하여 절망에 빠져 있는 국민들을 위해  작곡한 곡입니다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로 희망을 노래했기에 신년음악회에 꼭 연주되는 곡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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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츠의 왕으로 불리는 요한 스트라우스 ⓒshutterstock

다음 곡은 차이콥스키(1840~1893, 러시아)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왈츠인데요, 이 음악은 중간중간 사람들이 게임을 하려고 이동할 때 흐릅니다.

이 곡은 1880년 가을(9~10)에 작곡되었는데 차이콥스키의 또 다른 명곡 ‘1812년 서곡과 나란히 작곡되었습니다. 차이콥스키는 러시아 작곡가이지만 러시아의 음악에 서유럽 음악의 정서를 듬뿍 담아 자기만의 음악 색깔을 창조했어요. 그래서 그의 음악은 러시아 5인조 같은 정통 러시아 음악과는 약간 다른 정서를 풍깁니다. 교향곡을 6곡이나 작곡했지만 그는 발레 같은 우아하고 고상한 취미를 즐기는 편이라 세레나데라는 이름으로 작은 교향곡 형식의 기악곡을 작곡합니다. 어떤 분은 차이콥스키 음악의 백미는 현악 실내악곡이라고 칭송하는 분도 계세요.

차이콥스키는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세레나데는 내면적 충동에 따라 작곡했고, 자유로운 사고에서 비롯되었으며,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적었습니다. 모두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세레나데는 매 악장마다 귀에 강렬하게 머무는 멜로디 덕에 모두 인기가 좋습니다. 드라마에서 흐른 음악은 2악장 왈츠입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가 춤추기 좋은 우아한 느낌이라면 차이콥스키는 춤을 추기 위함보다는 오롯이 혼자 앉아 입으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감상하고 싶은 왈츠입니다. 그리고 특히나 요즘 같은 가을에 들으면 약간의 멜랑꼴리가 더해져 좋습니다. 

이 세레나데는 그의 나이 40살에 완성되었습니다. 초연은 완성 직후인 188011월 말에 이뤄졌는데 처음에는 사적인 자리에서만 연주되다가 나중에 1881년 공개 연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요. 차이콥스키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다른 성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다가 53살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죽음을 선택하고 말았어요. 나이 마흔에 그는 어떤 식으로 절망과 희망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사랑을 노래했는지 이 음악을 들으며 느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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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총 상금 456억 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게임에 나선 참가자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왈츠가 흐른 건 희망을 간절히 갈구했던 그들의 마음을 대조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하고 상상해봅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오스트리아 국민에게 전하려고 했던 희망도, 나이 마흔 살에 차이콥스키가 느껴보려 했던 희망도 그리고 지금 힘든 현실 속에서 우리가 바라는 희망도 모두 같은 모양일 겁니다.

희망은 절망의 순간에 더 절실하니까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
2020 빈 신년 음악회 실황

 

<차이콥스키 세레나데 중 '왈츠' Tchaikovsky 'Waltz' from Serenade for Strings>
연주 앙상블 디토 Ensemble DITTO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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