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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김정현의 CEO 백수일기
스타트업, 검은 바다를 항해하는 낭만의 해적선② 대표와 직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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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5


나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들 역시 매일매일 기적이 필요한 항해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우리는 항상 어디로 항해할 것인지 고민한다.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지도를 펼친다. 그리고 십중팔구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손으로 가리킨다. 친절하게 그려진 지도는 본체만체, 세상의 끝일지도 모를 곳을 가리키다니! 우리가 미쳤거나 이 세상이 너무 따분하거나. 아니 둘 다일지도.

  

 신생기업의 경영을 맡은 지 일 년. 기자일 때 생각하던 경영과 현장에서 느낀 경영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나는 주간조선과 월간조선에서 근무할 때 주로 경제 관련 기사를 썼다. 대기업, 중소기업 대표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아마 경영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현실은 달랐다.

  

첫 번째로 보기 좋은 인재와 현실적인 인재는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뛰어난 인재와 필요한 인재는 다르다. 직원일 때는 이 차이를 알지 못했다.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도 스펙과 실력을 쌓는 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쓴다. 나도 그렇게 살았던 사람 중 하나다. 나는 그렇게 하지 말라라고 말하고 싶다. 경영자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잘난 사람보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사람이다.

  

잘난 직원보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직원

  

 그렇다면 회사 운영에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해적으로 치면 선장에겐 최소 두 명의 선원이 필요하다. 선장의 비전을 정확히 이해하는 선원, 그리고 어떤 결정이든 100% 믿고 따라주는 선원. 이 둘은 같은 것 같지만 다르다. 선장의 비전을 이해하는 선원은 대개 함선의 이인자인 부함장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선장이 젊을 경우 구체적인 항해 노하우를 돕는 경력자로 든든한 참모 역할을 한다.

  

선장의 결정을 100% 믿고 따르는 선원 역시 경력이나 노하우가 부족하더라도 선장의 수족으로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 선장 역시 선원을 100% 신뢰하기 때문에 이 선원은 함선을 조종하는 조타수 역할을 맡는다. 조타수는 높은 파도가 일거나 포탄이 날아와도 쥔 키를 놓아선 안 된다. 배가 침몰하는 순간까지도 함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몰아야 한다. 만약 기업의 경영자에게 이런 두 명의 직원이 있다면 기업이 흔들리지 않고 어느 정도의 궤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기자 생활을 할 때는 취재원들과 만남이 지나치게 잦았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약속을 취소하거나 약속 시각에 늦는 일이 종종 있었다. 당시에는 자신을 일종의 전문가로 생각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약속 시각에 늦거나 하는 부분을 남들이 이해해줄 거라는 파렴치한 생각을 했다.

  

비즈니스에서 시간의 개념은 곧 약속이고 신뢰다. 신뢰는 기업의 가치와 직결이 된다. 그러다 보니 스케줄과 약속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경험상 사소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나 기업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켰다. 문제는 곧 금전적 손해로 이어졌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겪는 문제들이 업무의 완성도로부터 발생한다면 비즈니스에서 겪는 문제는 아주 사소한 것들로부터 발생한다. 소통, 약속, 매너 따위의 아주 기본적인 것들 말이다.

  

기자를 그만둘 때 내 사수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약속만 잘 지켜도 비즈니스의 절반은 성공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론 뼈를 때리는 이야기다. 어려운 이야기다. 약속은 섬세함과 강인함 모두가 필요한 덕목이다.

  

비즈니스 신뢰의 본질

  

비즈니스에서 신뢰라는 것은 막연한 믿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맹신에 가까운 확신을 말한다. 큰돈을 만져본 기업인 치고 이 부분에서만큼은 이견을 지닌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기업인들이 신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자본주의, 즉 화폐 시스템의 본질은 계약이고 약속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본질이다. 검은 바다 위를 항해하는 선장도 선원도 이 본질 안에서 모험을 감행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산업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해적이 훗날 나라를 구하는 귀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약속을 지키려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정신이 깨어 있어야 한다. 술을 배운 이후 단 한 번도 술을 끊어본 적이 없던 내가 스타트업을 하며 술을 끊은 이유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확한 상황분석과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일 피부로 느꼈다.

  

경영적 판단 실수는 실수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기간 공들인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중요한 인재들이 떠나는 등의 악재가 반드시 뒤따라온다. 한두 번의 악재는 극복할 수 있지만 반복되는 악재는 결국 기업의 생명을 갉아먹는다. 한 두 개의 구멍은 메꿀 수 있지만 복구가 불가능한 함선은 결국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정현 (주)행복한백수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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