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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거장, 천재 요리사 되다 늦깎이 요리천재 로시니의 쿠킹 클래스
입력 : 2020.09.15
⊙마카로니와 칵테일을 곁들인 가을 집밥’
BGM,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참고 정보
-《음악사의 진짜 이야기》 니시하라 미노루 저, 열대림 펴냄
-폴보퀴즈(www.bocuse.fr), 일글로보(https://ilglobo.com),
-제이미올리버(www.jamieoliver.com)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더 많아지는 법이란다.”
  _애니메이션 <우리의 계절은>(감독 리 하오린) 중 할머니와 샤오밍의 대화 

 어머니께서 “은주야, 우석아 밥 먹어라” 하고 부르시던 어느 날이 떠오릅니다. 제가 좋아하던 반찬이 식탁에 오르던 날에는 밥을 두 공기 씩 비우기도 했고요. 4살 터울의 장난꾸러기 였던 오빠가 소시지 같은 반찬을 빨리 먹어치우는 바람에 종종 울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시절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생각해보니, 정말 웃지 못 할 일도 참 많았습니다. 저와 제 오빠의 책상 서랍에는 한동안 학용품과 함께 라면과 과자 등도 한 자리를 차지했는데요. 여기에는 아주 재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저와 오빠는 라면이나 과자 등을 ‘네가 더 먹어서 억울하다’는 식의 실랑이를 자주 했는데, 그렇게 먹는 것 가지고 싸우지 말고, 똑같이 나눠줄테니 각자 서랍에 두고 꺼내먹으라는 중재를 해주셨어요. 그 이후로 저희 남매가 간식을 두고 벌였던 전쟁은 종식되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들도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것 같아요. 평범했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맛은 이제 추억으로 헤아려 볼 뿐입니다.

 

맛을 찾아가는 여정

 우리에게 맛은 어떤 의미일까요. 죽는 날까지 단 하루도 거스를 수 없는 식사의 무한반복,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음식을 찾고 있는 걸까요. 마트에서 반값 할인으로 산 바지락만 넣고 대충 끓인 순두부찌개 한 그릇에서 완벽한 위안을 얻었던 날. 또 이탈리아 어느 시골에서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로 온 값비싼 트러플이 수북이 쌓이는 장면을 목격하면서도, 그저 그런 감흥을 확인할 수밖에 없던 어느 날의 이야기들. 그럼에도 예측 불가한 몇 시간 후의 식사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인생이란. 

 결국 한 끼의 식사는 우리의 허기를 달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식도락을 통해 맛과 그 너머의 것을 찾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부엌에서 요리를 즐기는 등 저마다의 취향에 맞게 맛과 음식을 대하며 살아갑니다. 그 과정은 분명 우리를 미식과 행복이 연결된 어느 곳으로 향하게 합니다.

 

최정상 오페라 작곡가에서 음식 연구가로 변신한 로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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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로시니는 최정상의 위치에서 돌연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부엌으로 달려가 식재료와 음식 연구에 남은 생을 바쳤습니다. 지금도 그가 남긴 요리법은 지구촌 곳곳에 남아 전해지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이탈리아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음악 신동이자,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 그는 누구보다 맛의 의미를 찾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원하는 맛을 찾을 때까지 부엌에서 심도 있는 연구를 했고요. 그러다 결국 자신의 본업까지 은퇴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화려한 명성을 날리던 시절, 갑자기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작품을 만들기만 하면 막대한 상연료도 받고, 많은 인기를 누리던 최성장의 위치를 아무런 미련 없이 버렸습니다. 대신 그는 오페라 대신 요리에 남은 인생을 걸었습니다. 요리 및 식재료 연구에 매진하며, 꽤 손맛 좋은 음식 연구가로 살았습니다.

 로시니의 파격적 행보에 많은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 중 몇 몇은 그의 은퇴에 대해 수군거리기도 했을테고요.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로시니가 작곡가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겠지”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로시니는 자신의 오페라 작품을 공연하는 성악가들의 기교와 실력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탈리아의 전통 오페라 창법 중 하나이던 벨칸토를 구사하는 성악가들이 줄어들고 있던 상황이었거든요.

 이탈리아 오페라의 역사를 썼던 로시니는 “나의 벨칸토를 훌륭하게 연주하는 연주자가 없다”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로시니의 은퇴는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던 일정은 아닌가 싶습니다. 폭소를 자아내는 오페라 <윌리엄 텔>을 마지막으로 은퇴했지만, 사실 그는 여러 작품에서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슬며시 넣었거든요.

 대표적으로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에는 무척 엉뚱하지만 또 재치 있는 식시 모임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이사벨라가 자신의 애인 린도로와 궁리해, 악당 격인 무스타파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는 장면인데요. 이사벨라와 결혼하길 원하는 무스타파에게 ‘파파타치’ 모임에 가입하면 결혼해주겠다고 합니다.

 ‘파파타치’모임은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식사 할 것”을 규칙으로 하는 식사 모임입니다. 실제로도 그는 파파타치 모임과 같은 미식 모임을 오랫동안 열었고요. 분명 그는 음악 뿐만 아니라 음식에도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가졌던 사람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매우 탁월했습니다. 그는 오페라 작곡가와 음식 연구가라는 두 분야의 전문가로 남았으니까요. 지금까지도 오페라 무대에 자주 오르는 <세비야의 이발사>,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등 이탈리아 오페라의 기둥과 같은 마스터피스를 남겼고요.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도 지구촌 곳곳의 식당에서 로시니가 개발했던 레서피로 요리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으니까요.

 프랑스 미식가 퀴르논스키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마카로니 요리를 만들려면 로시니의 천재성이 필요했다”는 말을 남겼는데요. 로시니의 요리 비결이 상당히 괜찮았던 모양입니다. 또한 그는 단순히 특정 음식의 요리법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각종 식재료의 특성 연구에도 몰두했는데요. 자연스럽게 이러한 그의 노하우는 그만의 레서피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가 정리한 요리법은 알라 로시니(alla rossini)라고 부르는데요, 현재 프랑스의 폴보퀴즈를 비롯한 여러 크고 작은 식당에서 맛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약 26가지 정도가 존재합니다. 가장 유명한 레서피는 소고기 스테이크, 마카로니, 색이 예쁜 샴페인 등인데요. 그 중 로시니의 오페라 한 편 들으시면서, 가볍게 만들기 좋은 두 가지 요리를 소개할게요.

 깊어가는 가을의 어느 날,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과 행복하고 클래식 한 맛의 탐험이 되길 바랍니다.

 


△로시니의 마카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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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니의 마카로니는 미국식 인스턴트와 급이 다릅니다.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로시니의 마카로니를 만들어보세요. ⓒ일글로보(https://ilglobo.com)

우리에게 흔한 미국식 인스턴트 마카로니는 잊어라. 로시니의 마카로니는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오렌지 향이 감칠맛을 잡아주는, 깜짝 놀랄 정도로 훌륭한 맛이다.

재료 / 4인분 기준

마카로니 혹은 짧은 파스타 200g
버터 50g
강판에 갈은 파마산 파우더 100g
생크림 250g
육수(*역자-시판용 치킨 파우더 활용) 1½ litres
건조 버섯 류 10g
잘게 썬 블랙 트러플(*대형 마트에서 파는 트러플 페이스트 등 혼합 소스 활용)
잘게 다신 파르마 햄100g (*역자-이탈리아 파르마 지방의 특산물로서 골부 햄의 일종, 건염 발효하는 데 일 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 특징)
소금, 후추 등의 향신료 한 꼬집
부케 가르니(*역자-신선한 허브류 활용)
토마토 1알
샴페인 2잔
오렌지 1알
크루통

요리법

1. 소스를 미리 준비한다. 냄비에 버터 50g, 파마산 파우더 50g, 육수 ¼리터, 건조 버섯, 트러플, 햄, 소금, 후추, 부케 가르니, 토파마토, 생크림 200g, 샴페인을 넣고 약한 불에서 1시간가량 뭉근하게 끓인다.

2. 조리 시간에 맞게 파스타를 삶는다. 이때 생크림 1 티스푼과 오렌지의 쓴 부분을 조금 넣고 함께 삶는다.

3. 오븐용 베이킹 그릇 곳곳에 버터를 바른다. 미리 만들어 둔 소스를 두르고 그 위에 삶은 파스타를 올린다. 남은 치즈를 모두 뿌리고 버터를 뿌린다. 이 과정을 겹겹이 반보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크루통과 버터를 특히 더 많이 뿌린다. 180도에서 표면이 노릇해질 정도로 10분 정도 조리한다. 

 

△로시니의 ‘로시니’ 칵테일

로시니칵테일.jpg
오늘날 로시니 칵테일은 보통 딸기 시럽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러나 원래 로시니의 레서피는 복숭아 시럽을 기본으로 만듭니다. ⓒ제이미올리버(www.jamieoliver.com)

 로시니가 개발한 ‘로시니 칵테일’ 레서피는 복숭아가 주재료다. 그러나 오늘 날에는 복숭아 대신 예쁜 붉은 빛깔이 도는 딸기를 응용한다.

재료

복숭아 1알
설탕 1 티스푼 teaspoons sugar
1번 쥐어 짠 레몬
마티니 프로세코(*역자-단 맛이 없는 프로세코나 브뤼 종류 대체 가능)

요리법

블렌더에 복숭아, 설탕, 레몬 쥬스를 넣고 시럽을 만든다. 샴페인 플루트(*역자-폭이 좁고 길이가 긴 투명한 잔)에 프로세코를 조금 뿌린다. 칵테일 쉐이커에 시럽과 프로세코 약간의 얼음을 넣고 흔든다. 샴페인 플루트에 완성된 칵테일을 붓는다. 그 위에 약간의 프로세코를 더 가미한다.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정은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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