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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녀 단비가 미국에 적응해가는 감동과 아름다움 《Danbi Leads the School Parade》 펴낸 애나 킴
입력 : 2020.08.26

 마땅히 읽을 책이 없어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다 《Danbi Leads the School Parade(단비가 학교 퍼레이드를 이끌다)》라는 그림책을 발견했다.

 우선 두 가지 이유로 눈길이 간다. 작가의 이름이 Anna Kim(애나 킴)이다. 영어로 성을 Lee, Park 등으로 표기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 아닐 확률도 꽤 되지만, 성이 Kim인 사람은 한국인임이 거의 확실하다. 또 하나 제목에 들어가는 ‘단비’라는 이름이 이 그림책이 한국 소녀 단비에 관한 이야기임을 직감하게 한다. 호기심에 링크를 클릭 해 미리보기로 책장을 넘기면 이 책의 매력 포인트인 일러스트레이션에 반해 결국 책을 주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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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십여 장의 형형색색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단비라는 소녀가 학교에 간 첫날 하루의 이야기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 생생한 경험이 투영된 책이다.
 첫 페이지는 감나무와 장독대가 있는 한국의 기와집 마당에서 단비와 할머니가 포옹하고 작별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국에서 등교한 첫날 단비는 친절한 선생님의 안내로 교실로 들어가지만 아이들은 호기심 그득한 얼굴로 단비를 바라볼 뿐 아무도 그에게 말을 붙이지 않는다.
 선생님이 준 마커로 칠판에 ‘단비’라고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적은 것은 아이들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들 뿐이다. 아이들이 하고 노는 게임을 이해하지 못해 오전 내내 외톨이로 지낸 단비에게 점심시간이 되자 기회가 찾아왔다. 단비가 가져온 휘황찬란한 한국식 도시락과 젓가락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단비의 모습을 아이들이 신기하게 바라 본 것이다. 이윽고 단비는 아이들에게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친다.
 젓가락 사용법 강의도 잠시 장난기가 발동한 단비와 아이들은 각자의 도시락 통을 두드리기 시작하고, 단비는 아이들을 이끌고 도시락 통을 두드리며 교실을 돌아 운동장으로 나가 퍼레이드를 한다. 짧은 그림책이 모두 끝날 무렵 단비는 첫날의 문화충격을 잘 극복하고 넬리(Nelly)라는 친구까지 사귀고 집으로 간다.
 
영어 한마디 모르는 아이의 심정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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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는 동안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아빠의 직장 관계로 미국으로 이사를 가 학교를 다닌 조카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영어 한마디 모르고 학교로 갔던 어린 아이의 심정이 어땠을까? 천성이 단비처럼 밝고 외향적이라 친구도 빨리 사귀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지만 매일이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문제의 뜻조차 이해할 수 없어 아무 것도 쓸 수 없던 시험 시간은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자신 있던 산수시험지를 제출한 뒤 다른 과목에 비해 갑자기 점수가 오른 아이에게 부정행위를 한 것이 아니냐고 캐 물었던 자질 부족의 선생님은 어린 아이에게 크나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모두 포크나 손으로 점심을 먹는 곳에서 혼자만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던 단비는 그를 계기로 반 아이들을 데리고 퍼레이드를 이끄는 리더가 되었다. 하지만 ‘단비의 학교생활이 둘째 날도 셋째 날도 첫날처럼 재미있는 퍼레이드만 펼쳐졌을까?’하는 걱정도 생긴다.
 단비가 어려움에 부딪힐 때 넬리의 우정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넬리는 단비를 통해 한국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단비는 넬리를 통해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미국 사회를 배울 것이다. 아직도 우정을 나누는 조카와 조카의 초등학교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작가와 나의 조카는 처음 미국 학교에 입학 했을 때 언어의 장벽에 막혀 모든 것이 힘들었다. 영어를 습득한 지금 그들의 한국어 실력과 문화적 다양성은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자산이 되었다.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단비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조카는 대학원에서 소수인종 대학생 카운슬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다. 자신의 삶 뿐 아니라 미국 사회를 풍요롭게 만든다. 
 
 단비의 이야기는 작가뿐만 아니라 나의 조카와 그밖에 비슷한 경험을 한 모든 이의 이야기를 반영한다. 단비의 이야기를 그저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로 보기 보다는 한국 사회도 한 번 되새겨 봐야 한다. 이제 우리도 인구가 줄어 이민을 마냥 경계하고 막을 수만은 없는 시대를 맞았다.
 이민자들의 자녀들이 한국 초등학교에 입학 했을 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우리 아이들에게 그들을 어떻게 대하라고 가르칠 것인가? 우리는 그들의 문화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 볼 것인가? 어떻게 하면 그들이 가져오는 문화를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어린 아이를 침대에 뉘어놓고 책을 읽어주다 아이가 잠들 무렵 어른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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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bi Leads the School Parade》는 펭귄 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의 어린이, 청소년물 출판사인 바이킹(Viking Press)에서 2020년 출간했다. 동네 서점에 책을 주문하고 찾으러 갔을 때 서점 주인이 감탄했을 정도로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름답다.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어려서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현재 뉴욕에 거주한다. 책 첫 페이지에 나오는 단비 할머니의 모습은 어린 시절 서울에 살 때 직장 생활을 하던 어머니 대신 집에서 자신을 챙겨주신 작가의 할머니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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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미국 변호사, 《뉴욕 오디세이》 《나도 바흐를 즐길 수 있을까》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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