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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이재만의 그 法이 알고 싶다
28년 전 발생한 이형호 군 유괴 사건 재수사한다는데 목소리로 범인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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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07
이형호 군 납치·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그놈 목소리> 중. 사진=조선DB

경찰이 고(故) 이형호 유괴 납치·살해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다. 1991년 당시 여섯 살이던 이 군은 강남 아파트에서 실종됐다. 범인은 이 군 부모에게 60여 차례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지만 이 군은 43일 만에 한강공원 인근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보관된 유괴범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분석 중이다. 본 사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 대구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과 함께 3대 미제로 남아 있는 사건으로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2007년 설경구·김남주 주연의 영화 <그놈 목소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Q. 국과수에서 유괴범의 목소리(성문)를 보존하고 있다. 용의자가 특정되면 목소리로 범인을 지목할 수 있나?

A. 목소리에도 지문처럼 성문이 있습니다. 사람의 음성은 입, 성대, 목구멍 등의 구조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고유한 성문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성문은 범인 확인 증거로 이용되기도 하는데 그 분석결과가 틀릴 확률은 10만분의 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해서 범인을 잡는 데 효과적입니다. 음성감정 규정 제4조 2호에 의하면 여러 음성 중 특정인의 음성과 동일한 음성이 있는지 여부는 감정 대상이 됩니다.

1987년 원혜준 양 유괴사건은 성문 분석이 실제 범인을 잡는 데 처음으로 사용된 사건입니다. 성문 분석으로 범인의 성별, 나이, 출신 지역 등을 특정하고 목소리 공개수배를 통해 시민들에게 제보를 받아 범인을 체포하였습니다. 경찰청은 2015년 7월 13일부터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지킴이 홈페이지에서 보이스피싱 음성녹음파일 신고제도인 ‘그놈 목소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찰청이 금융감독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최초로 범인의 성문을 분석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한 사례가 있는 만큼 성문분석을 통한 수사는 점차 활발해질 것입니다.


Q. 목소리가 증거물로 법적 효과를 가질 수 있나?

A.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진술’을 전제로, 진술의 방법에 따라 증거능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진술은 사실을 사실로서 말하는 공술을 뜻하는 경우도 있고,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의견을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괴범의 목소리가 진술인지, 진술의 방법은 어떠한지에 따라 증거능력 여부가 달리 판단됩니다. 전문증거는 사실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법정에 나와 구두로 진술하는 대신 그에 갈음하여 제출된 진술 또는 서류를 말하는데, 형사소송법 313조에 따라 공판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 유괴범의 진술이 있어야 증거로 채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당탕’하는 소리와 ‘악’하는 비명소리 등은 경험적 사실의 진술에 해당하지 않아 전문증거가 아니므로 증거능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반면 유괴범의 목소리가 진술이 아니라면 유괴범의 목소리가 저장된 파일은 전문증거라고 볼 수 없어 형사소송법 제313조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경우 공판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 유괴범의 진술이 없이도 과학적 분석이 가능한 특정한 경우에는 증거로 할 수 있습니다.


Q. 헌법재판소의 ‘DNA법’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내년부터 DNA를 보존할 수 없게 됐다. 성문은 해당하지 않나?

A.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강력 범죄로 인해 구속된 피의자 및 수감자의 DNA를 수집함으로써 범죄 수사와 예방을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DNA 채취가 강력범죄 해결에는 탁월하지만 DNA 감식시료 채취영장 발부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는 등 인권침해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죠. 이에 따라 DNA법은 개정되지 않으면 2020년 1월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에 따라 성문채취도 불가능해지는가 여부입니다. DNA와 성문은 사람으로부터 채취되고, 채취 대상의 특징을 담고 있어 형사절차에서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하지만 둘은 과학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고, 채취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도 다릅니다.

DNA는 DNA 시료를 사람의 신체에서 채취해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의 소지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DNA법 적용은 엄격한 요건에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DNA법 제8조는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어 인격침해를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한편 성문에 대하여 영장주의를 규정한 법률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입법자들은 DNA 채취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문채취에 관하여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DNA법을 헌법 불합치로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권 침해가 크지 않은 성문채취는 가능합니다.


Q. 아동 유괴는 처벌이 어떻게 되나?

A. 형법 제287조는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형법 제290조는 미성년자를 약취, 유인하여 상해한 경우 3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에,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는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하여 상해의 고의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형법 제291조는 미성년자를 약취, 유인하여 살해한 경우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어 살해의 고의에 따라서 형의 경중에 차이가 있습니다.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자는 더욱 엄격한 처벌을 받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하 법률(이하 ‘특가법’) 제5조 2 제1항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하여 형법 제287조의 죄를 범한 사람이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목적인 경우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살해할 목적으로 위 죄를 범한 경우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여 그 목적에 따라 가중처벌 합니다. 또한 동법 동조 제2항, 3항은 형법 제287조의 죄를 범한 사람이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요구한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살해한 경우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폭행·상해·감금·유기·가혹행위를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이로 인해 위 미성년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여 그 행위에 따라 달리 처벌됩니다. 이처럼 아동을 유괴하는 경우 아동의 연령과 행태에 따라 규정이 달리 적용됩니다.


Q. 이형호 군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으로 유괴범을 잡아도 처벌이 어렵다. 관련 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나?

A. 공소시효는 범죄혐의자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검사가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정기한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나면 검사가 재판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진범이 잡혀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공소시효 제도는 수사 기관의 행정효율 도모와 범인이 장기간 도피하면서 죄책감에 시달리며 형사처벌에 버금가는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점, 형소법 제정 후인 1960년대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50세 내외였으므로 당시의 평균수명을 고려해 15년의 공소시효가 충분하다고 본 점 등을 이유로 시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공소시효는 최장 25년으로 늘어났습니다. DNA 분석을 활용한 과학수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피의자 검거 가능성이 줄지 않게 되자 살인 사건에 한해 공소시효가 배제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는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15년의 공소시효를 두었고, 1961년 9월 1일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을 신설하여 공소 제기 범죄에 판결확정이 없어도 15년이 경과하면 공소시효 완성으로 간주하였습니다. 사회적으로 살인 공소시효 폐지 입법요구 여론이 높아지면서 2007년 12월 21일 공소시효 기간을 전면 상향조정하여 사형 범죄는 기존 15년에서 25년으로 공소시효가 상향조정되었고, 2015년 7월 31일에 형사소송법 제253조의 2 ‘공소시효의 적용배제’ 조항을 신설하여 위 조항 신설 당시까지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사람을 살해한 범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였습니다.

2015년 7월경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이 공소시효 완성으로 영구미제로 처리될 위험에 처하자 전국에서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주장이 빗발쳤습니다. 이를 계기로 하여 일명 ‘태완이법’이 제정되어 살인죄의 공소시효제도가 폐지되었습니다. 이형호 유괴·살인사건은 3대 미제사건 중 하나로 1991년 1월 29일 이형호 군이 신원불명의 사람에게 유괴되어 살해당한 사건인데 일명 태완이법이 제정된 2015년 7월 31일 이전인 2006년 1월 28일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진범을 잡아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최근 3대 미제사건 중 하나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아내었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처벌하지 못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형법불소급원칙을 배제한 특별법을 제정하면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이라도 진범을 찾아내어 처벌할 수 있겠지만, 특정한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소급입법은 법적 안정성을 해한다는 위헌적 요소가 있어 제정이 어렵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이지만 진상 규명차원에서 미제사건수사팀을 중심으로 기한을 두지 않고 이형호군 유괴·살인사건 재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여 유사 사건의 범죄예방을 위하고 유가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 주겠다고 합니다.

이재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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