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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 전하기 엘가 ‘사랑의 인사’ 작품번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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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16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네..

 
성경의 구절을 인용하며 만든 이 노래는 오래 전에 들었지만 아직도 가사가 잊히지 않고 명확히 기억납니다. 그땐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불렀는데 말이죠. 
사랑! 가끔은 사랑이란 단어가 너무 남발돼서 본질이 희석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제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받는 느낌입니다. 참사랑은 어떤 모습일까요? 사랑의 모습도 참 다양하죠. 뜨겁게 불타는 남녀 간의 사랑도,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지긋한 사랑도 우리 모두에게 사랑이란 없어서는 안 될 감정입니다. 격렬했던 사랑이 좋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저는 점점 더 스며드는 사랑이 좋습니다. 서서히 서로 알아가고 맞춰가며 상대를 이해해주는 마음. 이런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영국의 작곡가의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 작품번호 12입니다.
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달하시나요? 누군가는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기도 하고 편지를 쓰기도 할 겁니다. 아니면 정말 상대가 좋아하는 현실적인 선물을 주기도 하겠죠. 하지만 예술가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예술적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작곡가 엘가는 사랑하는 아내 엘리스에게 ‘살루트 다 모르’, 우리말로 ‘사랑의 인사’라는 제목의 이 곡을 헌사합니다. 피아노 독주곡이 원곡인데 요즘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 또는 첼로 독주곡이나 관현악 버전으로도 자주 연주됩니다. 다른 클래식에 비해서 길이도 길지 않고 3분 정도라 듣기에 편합니다. 커피향이 가득한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클래식입니다.
엘가는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인데요, 작곡가 엘가는 누구일까요? 그는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인데, 음악사에서 영국 태생의 작곡자를 찾기가 쉽진 않습니다. 엘가는 영국과 다른 국가에서 평가되는 이미지가 아주 다릅니다. 어쨌거나 영국 사람들은 정말 좋아하는 작곡가로, BBC 국영방송이 주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 ‘프롬스’에서 대미를 장식할 때도 엘가의 음악 ‘위풍당당 행진곡’을 연주합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도 처음부터 엘가가 그렇게 유명하진 않았어요.
유명한 광고 카피 중에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1857년 영국에서 태어난 엘가를 설명하기에 딱 어울리는 문군데요, 당시의 젊은 엘가는 무명의 작곡가였습니다. 미래도 불투명하고 신분 차이도 나는 데다 나이도 8살이나 연하였던 엘가를 믿고 항상 응원해 줬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약혼녀 후엔 부인이 되는 엘리스예요. 자신이 힘들었던 시기에 남편을 믿고 따라주며 용기를 북돋아줬던 부인 엘리스에게 헌정한 것이죠. 32살의 엘가는 엘리스와 결혼하면서 바로 이 곡을 작곡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순애보적인 사랑을 했던 두 남녀예요. 요즘에는 고맙다고 곡을 만들어 주면 엘리스만큼 좋아할까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누군가 나만을 생각하면서 곡을 만들었다면 감동스럽긴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엘리스가 항상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고 믿어준 덕택에 엘가는 ‘위풍당당 행진곡’ ‘첼로 협주곡’ ‘수수께끼 변주곡’ 등의 명곡을 남기며 대영제국의 대표 작곡가로 자리 잡습니다. 음악을 듣기만 해도 두 남녀가 서로 정말 사랑의 인사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사실 이 곡은 제목은 몰랐지만 많이 들어봤던 곡입니다. 광고나 드라마의 배경 음악 그리고 영화에서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심은아, 이성재 씨 주연의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도 삽입되었습니다. 두 남녀의 설레는 사랑을 주제로 하는 이 영화에 딱 어울리는 곡이었죠.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아주 오묘한 관계로 만납니다. 옛 애인을 찾아 온 남자는 이미 애인은 떠나고 없는 그 집에서 새로 살고 있는 모르는 여자를 만납니다. 가치관도, 삶의 모습도 정반대인 두 사람은 사랑에 대한 생각 역시 확연히 다른데, 그 둘이 이상한 동거를 하면서 사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뀝니다. 미술관을 좋아하는 여자와 동물원을 좋아하는 남자는 그렇게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제목처럼 결국엔 엇갈리는데요, 영화는 다른 영화처럼 해피엔드로 끝나지 않았지만 오히려 전 그런 현실적인 모습이 좋았습니다. 매사에 투닥투닥 거리며 싸우는 모습이 연애를 하는 커플이라기보다는 오래된 부부 같았어요. 치약을 앞에서부터 짜는지 뒤에서부터 짜는지, 양말을 제대로 짝을 맞춰 벗는지, 빨래는 빨래 통에 갖다 놓는지, 샴푸 뚜껑은 제대로 닫는지 아닌지 등. 실상은 별일 아닌데 그게 일상에서 반복이 되면 불편한 경우도 생깁니다. 당최 상대의 말을 안 듣고 자기 식으로만 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사람의 삶의 습관들에 맞춰 가며 사는 것만이 정답인 것도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불타는 열정만을 가지고 이어지지 않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습니다. 오히려 사랑은 엘리스처럼 지켜봐 주고, 이해해 주고, 맞춰가며 함께 할 때 빛이 난다는 것도 이젠 알겠습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엘가의 음악을 지긋하게 틀어 놓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들어봐 주세요. 그 사람도 당신의 마음을 읽을 겁니다.
사랑은 서서히 물들어 버리는 거니까…….
 

유투브 검색어-엘가의 ‘사랑의 인사’
Elgar: Salut d'amour, Op. 12 바이올린 연주-정경화
 
Elgar Salut d'Amour for cello - Gautier Capuçon 첼로 연주- 고티에 카푸숑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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