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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나,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요? 에릭 사티‘ 난 널 원해’(Je te v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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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11
사진=조선DB

남자가 여자를 만났을 때, 여자가 남자를 만났을 때, 엄청난 직감이 발동하여 딱 저 사람일 것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그런 직감이 잘 맞아떨어져 평생의 동반자를 만난다면 아주 행운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불행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 이 남자에겐 그녀와의 만남이 과연 행운이었을까요? 불행이었을까요?

나쁜 여자를 사랑했던 나쁜 남자 사티

나쁜 여자를 사랑하는 나쁜 남자가 있습니다.

평생을 한 여자만 지켜본 그 남자! 프랑스 남자 에릭 사티.(Eric Satie 1866~1925)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 코끝에 걸린 안경 너머로 보이는 인상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옹플뢰르 출신인 이 작곡가는 기인에 가까운 성격으로 음악세계 또한 비범했습니다. 옹플뢰르는 우리에게 이름은 낯설지만 백년 전쟁으로도 유명한 항구도시로 많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은 곳입니다. 더군다나 사티의 고향이니 저는 더욱 더 관심이 가네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스코틀랜드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티는 어릴 적부터 성당에서 그레고리오 성가와 피아노를 배웁니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일정한 박자나 마디가 없이 자유롭게 부르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단선율 전례 성가로 서양음악의 시초라고 할 수 있어요.(가끔 성당에서 미사 드릴 때 반주 없는 아카펠라로 들리는 성가가 그레고리오 성가입니다) 일찍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배우면서부터 그의 신비주의가 형성됐을까요? 마냥 이상하고 기괴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종교음악에도 관심이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음악공부는 12살에 파리음악원에 입학해서 계속 진행됐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시험에 떨어집니다. 애당초 그는 정형화된 학교 수업에 맞지 않았죠. 새장에 갇히지 않고 멀리 하늘을 나는 새가 자유로운 것처럼 그의 음악은 정해진 규칙을 따르지 않았기에 훨씬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음악사조에 반기를 들었던 그는 정상적인 음악교육에 회의를 느꼈고, 이미 학교에서도 거부당한 학생이었으니 홀로 음악공부를 했습니다. 마치 그레고리오 성가처럼 마디도 없고, 형식도 없고, 길이마저도 자유롭게 늘어뜨린 그의 음악은 현대의 우리도 때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위적인 그였지만 사랑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에는 아주 솔직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음악을 전부 이해하기는 힘들어도 예외적이지만 몇몇의 곡들은 대중들에게 꽤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사랑보다 더 진한 애증

그가 평생 사랑했던 한 여인. 그녀는 바로 몽마르트의 화가이자 모델인 수잔 발라동입니다. 발라동은 당대의 유명한 화가 르느아르나 로트렉의 모델 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1893년, 사티의 나이 27살에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고 청혼을 했습니다. 수잔 발라동은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이기도 하고 매정하리만치 냉정한 여자이기도 했던 사람입니다. 한 마디로 영혼이 자유로운 여자죠. 사티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수잔은 그를 거절합니다. 그 일로 사티는 크게 낙담하여 방황을 하게 되요. 아름다운 외모와 매력적인 성격으로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서 화가들의 뮤즈였던 수반,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 기인 사티.

예술가들에게는 대부분 뮤즈가 있습니다. 화가 모네에게는 까미유, 슈만에게는 부인 클라라가 쇼팽에게는 첫사랑인 콘스탄체 글라드코프스카와 약혼녀 마리아 보진스카 그리고 그의 마지막 여인 죠르쥬 상드가 있었죠. 이 밖에도 구스타프 말러의 부인 알마를 비롯해 예술가들에게는 여러 뮤즈가 있습니다. 사티에겐 당연히 수잔 발라동이죠.

사티의 구애와 청혼은 거절했지만 밀고 당기는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는 듯 수잔은 옆방으로 이사를 옵니다. 그의 마음은 거절해 놓고 하필 그의 옆방으로 이사를 온 것은 무슨 의미였을까요? 바로 옆에 사랑하는 여인이 사는데 어찌 남자의 마음이 요동치지 않았겠어요? 더욱 깊어진 그의 사랑을 무시라도 하는 듯 수잔은 홀연히 그의 곁을 떠납니다. 남녀 간의 일은 둘 밖에 모르는 것이니 둘 사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렇게 어이없게 끝납니다.

떠나간 그녀를 향해 작곡한 곡이 바로 ‘난 널 원해’ 입니다. 사랑해도 아니고 원한다는 이 격렬한 표현에서도 사티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의 사랑은 그렇게 떠나갔고, 둘은 평생을 다시 만나지 않았습니다. 사랑보다 더 진한 애증이었을까요? 사티가 죽은 뒤 그의 방에서 나온 유일한 유품은 수잔을 그린 그림과 피아노 그리고 몇 벌의 벨벳 양복뿐이었습니다. 사티는 집착했지만 끝까지 그녀를 너무도 사랑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사랑

수잔에 대한 사티의 사랑은 혼자만의 감정만이어서는 안됐었습니다. 사랑은 일방적으로 좋아하거나 싫어한다고 화낼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죠. 수잔을 향한 사랑은 어쩌면 진정한 사랑이 아닌 대가를 바란 사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진정 누군가를 사랑한다함은 그저 상대를,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을 때 빛을 발합니다.

즈 테부 이 곡은 원래 소프라노 가수가 부른 가사가 있는 노래지만 지금은 피아노곡으로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더 많이 연주되어지는 곡입니다. 실제로 저도 연주를 많이 하고 참 좋아하는 곡이에요. ‘난 널 원해 (Je te veux)’라는 끌리는 제목과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곡에 얽힌 사티의 이야기가 한층 이 음악을 기억하게 합니다. 샹송풍의 매력적인 이 곡이 몽마르트에 울리는 풍경을 상상만 해도 그들이 사랑했던 흔적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프랑스어 특유의 비음(鼻音)과 3/4 박자 왈츠 풍의 곡이 르느아르 그림 속의 수잔과 너무 잘 어울립니다. 사티의 음악을 들으면서 여러분들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그려보세요. 클래식이란 때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될 수도 있으니까요…….

 

유튜브  에릭 사티 ‘난 널 원해’ Satie, ‘Je te veux’ 

연주- 장 이브 티보데 Jean-Yves Thibaudet

연주- 어쿠스틱 카페 Acoustic Cafe

노래 -조수미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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