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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질풍노도의 30대입니다만
시시한 노력이라도 하기로 했다 미셸 오바마 영상을 보며 깨달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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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25
그림 = 김밀리

 

미셸 오바마가 엘런쇼에 출연해 팔 굽혀 펴기 대결을 펼친 영상을 보게 됐다. 당시 미셸 오바마는 미국 내 소아비만 문제 해결을 위한 '렛츠 무브(Let's move)'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었고 엘런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한다는 미셸에게 엘런은 즉석에서 팔 굽혀 펴기 대결을 제안했다. 2012년 당시 쉰을 바라보는 미셸은 팔 굽혀 펴기 25개를 정석에 가까운 자세로 거뜬히 해냈다. 미셸 오바마보다 몇 살 더 많은, 50대의 엘런도 미셸 오바마와 거의 비슷한 숫자로 팔 굽혀 펴기를 했다. 엘런과 미셸의 팔뚝은 너무 아름다웠고, 바로 그때부터 이들을 존경하는 인물 리스트에 올리게 됐다.  


미셸 오바마와 엘런의 팔 굽혀 펴기 대결 영상은 나에게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단지 그녀들이 팔 굽혀 펴기를 잘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20개 이상의 팔 굽혀 펴기를 거뜬히 해낸다는 것은 그녀들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쏟은 수많은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법조인에서 영부인이 된 미셸 오바마는 버락 오바마의 지지율보다 높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말만 번지르르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캠페인의 진정성을 보여준 미셸 오바마, 2003년부터 엘런쇼를 진행하며 쇼를 세계 최정상 반열에 올려놓은 엘런이 자기 관리를 위해 매일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예시였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해요. 남을 도우려면 자기 자신부터 챙겨야 하죠" 미셸 오바마의 말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사회 초년생일 때부터 지치지 않는 열정, 강인한 체력,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여성들을 끊임없이 동경했다. 조금만 뭔가를 해도 잘 지치고 퇴근 후 집에 오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새도 없이 잠들어 버리는 나약한 체력이 불만족스러웠다. 도대체 늘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저 여자들의 비밀은 뭐지? 그 비결이 늘 궁금했다. 나는 대부분 피곤했고 집에서는 온종일 늘어져 있었다. 언젠가부터는 금요일 밤에 집에 돌아오면 월요일 아침 출근할 때까지 밖에 나가지 않게 됐다. 어쩌다 중요한 약속이 있어 주말에 외출이라도 하면 몸살이 날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여행을 떠나도 하품을 하며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정말이지 이 저질 체력에서 벗어나게 해 줄 명의가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찾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피곤하다 못해 피로에 지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가능한 침대를 벗어나지 않는 것뿐이었다.      


미셸과 엘런의 아름다운 대결을 본 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늘 피곤하다고 하면서 나는 과연 어떤 노력을 했는가?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체력을 키우기 위해 땀을 흘렸나? 내 몸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니 잘 지치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닌가? 


 

습관은 복리다


미셸 오바마처럼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팔 굽혀 펴기를 거뜬히 해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시시한 노력이라도 시작해야 했다. 팔 굽혀 펴기 대결을 본 날 '매일 팔 굽혀 펴기 5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팔 굽혀 펴기를 한 날은 다이어리에 '팔 굽혀 펴기 5개'라고 기록했다. 누군가에겐 습관 메모를 하는 것이 동기 부여가 된다고 했지만, 초등학교 방학숙제 이후로 일기를 쓰지 않는 나에겐 그 방법이 적절치 않았다. 성취감은커녕 팔 굽혀 펴기를 하고 기록해야 된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어느샌가 팔 굽혀 펴기 5개를 하겠다는 결심은 까마득히 잊혔다. 


그러다 잊고 있던 팔 굽혀 펴기가 떠올랐다. 출퇴근만으로도 방전이 돼 자책하던 날이었다. 미셸 오바마의 팔뚝이 갑자기 눈 앞에 그려졌다. '하루에 팔 굽혀 펴기 5개도 안 하는데 자괴감을 느낄 명분도 없다' 매일 팔 굽혀 펴기 5개의 도전은 그렇게 다시 시작됐다. 지난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습관을 자동화하기로 했다. 이번엔 결코 흐지부지 되게 하지 않으려고 매일 정해진 타이밍에 하기로 정해 버렸다. 매일 아침 씻고 나와 물을 마시며 프로바이오틱스 한 알을 먹는데, 그때 팔 굽혀 펴기 5개를 하기로 한 것. 영양제를 꿀꺽 삼키는 순간 팔 굽혀 펴기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덕분에 이번에는 3주 이상 팔 굽혀 펴기를 하고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매일 1%의 노력이라도 하면 습관은 복리가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라고 말한다. 하루에 팔 굽혀 펴기 5개를 이틀 해도 고작 10개다. 하지만 한 달, 6개월, 1년 동안 매일 반복하면 내게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두 팔로 스스로를 단단히 지탱하기 위한 사소한 노력들이 탄생시킬 새로운 버전의 '나'. 나는 어제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

 

 

 

김희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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