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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뉴욕 변호사의 엑스팻 생활기
재의 수요일에 떠난 순례 上 뉴올리언즈 마디그라(Mardi Gras) 축제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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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1

 미국 루이지아나(Louisiana)주의 뉴올리언즈(New Orleans)는 유명한 관광지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 곳에는 그 시절의 건물과 전통이 많이 남아있다. 뉴올리언즈에서 매년 날짜는 다르지만 늦겨울이나 초봄의 화요일에 열리는 행사가 마디그라(Mardi Gras) 축제다. 고대 이교도들의 풍습을 가톨릭교회가 받아들여 자신들의 풍습으로 만든 축제로 뉴올리언즈에는 해마다 마디그라 축제 때만 되면 관광객과 그들이 버린 쓰레기가 도시를 가득 메운다.

 마디그라는 불어다. 마르디(Mardi)는 ‘화요일’, 그라(Gras)는 ‘뚱뚱한’이란 의미로 영어로는 팻 튜스데이(Fat Tuesday)라고 부른다. 먹고 즐기는 화요일이라는 뜻이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마디그라 다음 날이 가톨릭교회의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다. 부활 전 40일을 경건하게 지내는 사순절을 시작하는 날로써 이마에 종료나무 가지를 태운 재로 십자가를 그리고 금식 한다. 마디그라는 재의 수요일 전날 ‘좋은 시절 다시 오랴’ 하는 심정으로 먹고 마시며 노는 날이다.

 유대 음력으로 부활절의 날짜를 계산하고, 그 부활을 기준으로 40일 전이 재의 수요일, 그 전날이 마디그라이다. 그래서 매년 양력의 날짜가 다르지만 이름에 화요일과 수요일이 들어있는 만큼 늘 화요일과 수요일에 찾아온다.


‘선데이 크리스천’이자 ‘하이브리드형 크리스천’

 나는 일주일 내내 딴 생각하다 일요일이 되면 겨우 한번 교회를 찾아 가는 선데이 크리스천이지만, 재의 수요일, 부활절, 성목요일 등 특별행사와 그에 따르는 전통은 유난히 열심히 챙기는 하이브리드 형 크리스천이기도 하다.

 2019년의 팻튜스데이는 3월 5일이었다. 이날 냉장고를 비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점심에 하나, 저녁에 하나 두꺼운 스테이크를 두 개나 구워 먹었다. 당분간 고기를 삼가고 40일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미 사다 놓은 고기를 변하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논리였다.

 다음날인 재의 수요일에는 시라큐스에서 1시간 반쯤 떨어진 로체스터에 약속이 있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눈이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좀 걱정이 되었지만, 괜찮을 거라 스스로 위로하다 잠이 들었다.


3월은 사자처럼 와서 양처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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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에 “March comes like a lion and leaves like a lamb(3월은 사자처럼 와서 양처럼 떠난다)”이란 말이 있다. 3월 초반에는 날씨가 변덕스럽고 험악하지만 3월이 끝날 무렵에는 어느새 따듯한 봄이 된다는 뜻이다. 3월 초 재의 수요일 아침 시라큐스에는 눈이 사자처럼 무섭게 내리고 있었다. 하이브리드 형 크리스천은 아침 7시 반에 목숨 걸고 언덕길을 운전하고 내려가 동네 성당에서 이마에 재를 받고 로체스터로 떠났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맞바람이 치며 눈이 휘날려 앞이 보이지 않고 세상이 온통 하얗기만 했다. 중요한 약속이라 되돌아 갈 수도 없고 할 수없이 앞차의 테일 라이트만 쳐다보며 천천히 따라갔다. 오대호의 영향으로 내리는 눈의 특징은 무섭게 오지만 그 범위가 매우 좁다.

 시라큐스를 떠나 한 20분 정도 가니 앞이 보이고 눈도 그저 눈발이 날리는 정도로 순해졌다. 일찍 여유를 갖고 떠난 덕에 아침 10시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로체스터는 약간 흐리고 간간히 눈발이 조금 날리다 말다 하는 날씨였다. 나와 만나기로 한 사람들 중 한 사람도 이마에 큼지막하게 시커먼 십자가를 그리고 나왔다.

  
제네시 수도원의 몽크스브레드(Monks’ B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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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 수도원이 만들어 파는 몽크스브레드(Monks’ Bread).

 일을 잘 마치고 집에 돌아오려는데 아침에 목숨 걸고 떠난 것도 좀 억울하고, 기상정보에서 오후 3-4쯤 되어야 눈이 그칠 것이라 했기 때문에 곧장 가봤자 또 눈을 헤집고 집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로체스터에서 남서쪽으로 40분 정도 내려가는 가톨릭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제네시 수도원(The Abbey of the Genesee)으로 방향을 틀었다.

 트라피스트 수사들은 수도원에 모여 살며 침묵수행과 노동을 한다. 그중 제네시 수도원은 켄터키 주의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분원으로 1951년 업스테이트 뉴욕에 둥지를 틀었다. 수사들은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새벽기도(Vigil), 찬과(Lauds), 육시과(Sext), 만과(Vespers), 종과(Compline) 등 다섯 번의 기도와 한 번의 미사를 드린다.

 제네시 수도원은 빵과 과자를 만들어 몽크스브레드(Monks’ Bread)라는 자신들의 상표를 달아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창기 수사 중 한명이었던 실베스터 맥코맥(Sylvester McCormack)은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 해군에 복무 할 때부터 배에서 빵을 굽는 일을 담당했다. 수도원에 들어와서도 자연히 빵을 구워 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맡아 하다 1953년 아예 수도원 차원에서 빵공장을 차렸다.

 몽크스브레드는 한 때 미 전역에 분점을 낼 정도로 번성해 제네시 수도원 생활비만을 제외한 모든 돈을 들여 여러 자선사업을 했다. 이제 그 세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업스테이트 뉴욕에서는 아직도 꽤 잘 팔리는 빵이다.

 

* 다음 글에 '재의 수요일에 떠난 순례 下'가 이어집니다

글·사진 이철재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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