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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우리말이란 무엇인가? 탐험대원 '다온'의 언어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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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04

 일제의 억압이 극에 달하여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갈 위기에 처했던 1940년대, 조선어학회의 뜨거운 저항을 담은 영화가 있다. 불과 몇 달 전에 개봉해 우리의 눈시울을 붉게 한 영화 말모이.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관객들이 우리말에 대한 소중함과 자긍심을 절로 느끼게 했고, 사람들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이의 피와 땀으로 지켜낸 우리말이란 무엇일까?

 교과서상에서 우리는 우리말과 관련된 개념으로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혼종어를 학습한다. 하지만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외래어와 외국어의 경계는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무분별한 외래어의 사용은 오늘날 큰 문제로 제기되기도 한다. 물론 고유어나 한자어 등의 우리말을 뒤로 한 채 무분별하게 외래어, 더 나아가 생경한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고유어란 무엇일까?

 이와 관련된 이야기로 노다지를 통해 우리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조선 시대 말 고종 때 미국의 알렌이란 사람은 조선 왕실과의 친분을 이용하여 평안북도 운산 금광의 개발권을 미국인 자본가에 넘겼어요. 광산이 개발되자 근처에 살던 농민들은 집과 땅을 빼앗긴 채 쫓겨나야 했지요. 그리고 미국인 광산 관리인은 광산에 접근한다는 이유로 우리 농민을 두 차례나 살해했어요. 당시 힘이 없던 조정은, 이 미국 관리인에게 아무런 처벌도 내릴 수가 없었지요. 이에 기세가 등등해진 미국인 관리인들은 조선인이 광산에 접근하면 금을 훔치려 한다며 마구 총을 쏘았는데 이때 그들이 질러대던 말이 바로 ‘No Touch(노터치)’였답니다. 그 뒤 이 말이 변하여 노다지가 되었지요.

출처 그런우리말은 없다(조항범태학사)

 

 ‘캐내려 하는 광물이 많이 묻혀 있는 광맥이란 의미로 쓰이는 단어 노다지’,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 단어의 유래를 ‘No Touch’에서 찾는다. 그래서인지 앞서 언급했던 노다지의 유래는 아무 거리낌 없이 오늘날 우리에게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해당 단어의 유래에 대해 학자들은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만지지 마시오는 본래 영어식으로는 ‘Don't Touch로 표현해야 옳은데, 'No touch'는 영어식 표현이 아니라는 반박이다. 또한 노다지의 어원이 영어에 기원한 것이라면 해당 단어의 사용이 신미양요 이후부터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어야 하는데, 그 기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것이 노다지의 영어 기원설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그렇다면 노다지의 어원에 대한 또 다른 학계의 설은 무엇일까? 우리에겐 낯선 말이지만, ‘노두지가 노다지의 어원이라는 설이 ‘21세기 세종계획 누리집, 한민족 언어 정보, 국어 어휘의 역사의 뜻풀이를 통해 강력하게 떠올랐다. 노두지의 노두는 한자어 노두(露頭)암석이나 지층이 흙이나 식물 등으로 덮여 있지 않고 지표에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곳을 말한다. 또한 는 한자어 지()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노두지는 노두가 있는 땅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단어가 지닌 어원에 대한 다양한 설들이 존재하고, 그 설들 중에 어떤 것이 맞는지를 정확히 판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만큼, 노다지의 어원에 대한 위와 같은 두 가지 설 중에서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 것인지를 확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노다지의 어원에 대한 대표적인 두 가지의 설이 우리말의 어원과 관련하여 어떤 시사점을 지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다지 어원이 ‘No Touch’라면 노다지의 어원은 우리말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노다지의 어원이 노두지라면 노다지의 어원이 우리말에서 출발했다고는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노다지의 어원이 ‘No Touch’라고 가정했을 때, ‘노다지라는 단어는 고유어인가, 한자어인가, 외래어인가? 노다지의 유래가 ‘No Touch’라는 가정에 따르더라도, 노다지는 고유어에 해당한다. 담배라는 단어의 어원이 ‘tabaco’이듯이 노다지 역시 본래 다른 언어에서 유래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쓰여 지금은 고유어로 인식되는 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단어의 어원이 다른 언어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고유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서양의 문물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이는 언어, 식습관 의상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더불어, 이런 현상은 당연하듯 우리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종종 우리말의 근원은 우리 고유의 문화에서 출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고유한 개성과 문화가 우리말에 담겨있는 것은 너무나도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출발이 반드시 우리 고유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타문화의 유입을 인정하지 않는 약간은 이기적인 생각이 될 수 있다. 한 나라의 고유성은 외부와의 교류가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노다지 어원의 유래가 ‘No Touch’가 될 수 있듯이 우리의 고유한 언어는 아니지만, 다른 문화권을 통해서도 우리말이 생겨날 수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현상이다.

  국가 간의 경계가 사라져가면서, 앞으로 한국어 사람들이 사용하는 한국어에는 많은 외래의 요소들이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외래어와 외국어의 경계는 모호해질 것이고, 많은 외국어들이 외래어의 범주로 편입될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한국어 환경에서 외국어나 외래어의 사용을 막는 것에 대해 이전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외국어를 접하는 기회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외국어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어색함이 이전의 사용자들과 다른 온도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어 사용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유명 유튜버의 잦은 외래어나 외국어의 사용이 시청자의 맹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 간 교류와 언어 간 교류가 활발해진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외래어 혹은 외국어에 대한 태도는 이전 시대와 분명히 달라야 할 것이다.

  노다지의 어원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고유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외래어에 근간을 둔 단어나 표현들이 오랜 시간 사용되면서 그 기원 의식을 잃고 고유어화되어 고유어로 인식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외래어에 대한 우리의 태도, 더 나아가 외국어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 보았다.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한자어가 우리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중국 이외의 다양한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한국어의 단어 영역은 확장될 것이다. 이제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우리말이란 무엇인가?

다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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